Top 21 유명한 가을 시 Quick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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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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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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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시 모음,아름다운 시모음,짧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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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시 모음,아름다운 시모음,짧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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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천서 (자연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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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천서 (자연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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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시, 가을에 읽어 볼만한 시! 가을편지, 사람들은 왜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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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시, 가을에 읽어 볼만한 시! 가을편지, 사람들은 왜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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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가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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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가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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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아름답지 않더라도 – 윤여칠 – Google Sá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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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st searched keywords: Whether you are looking for 꽃처럼 아름답지 않더라도 – 윤여칠 – Google Sách Updating 늦을 뿐 천천히 가고 있다 속도보다 방향이니까 가지 않은 길을 가 보지 못했던 길을 우주에 소풍 가듯 설레이는 마음으로 가볍게 간다 – ‘가고 있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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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아름답지 않더라도 - 윤여칠 - Google Sá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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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이노의 비가: 열린책들 세계문학 228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Google Sá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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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st searched keywords: Whether you are looking for 두이노의 비가: 열린책들 세계문학 228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Google Sách Updating 독일 시사에 길이 남을 작품으로 평가받는 『신 시집』부터 인고의 산물이자 만년의 대작인 『두이노의 비가』까지… 삶 속에서 죽음을 노래한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선집 ■ 동아일보 선정 세계를 움직인 100권의 책 ■ 고려대학교 선정 교양 명저 60선 릴케는 모든 시인 중의 시인이다. 마르틴 하이데거 『두이노의 비가』는 예술에 의한 예술의 극복인 작품이다. 루돌프 카스너 이 책은 1899년부터 1922년까지 발표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집 여덟 권(『기도 시집』, 『형상 시집』, 『신 시집』, 『후기 시집』, 『진혼가』, 『마리아의 생애』,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두이노의 비가』)에 수록된 시 중 170편에 이르는 작품을 선정한 시 선집이다. 생전 다작가였던 릴케가 세상에 남기고 간 시적 대업을 한 권의 책을 통해 만나 볼 수 있다. 릴케는 언어를 가진 우리가 지상의 모든 것을 말하고 찬미하고 변용하는 것, 즉 영원한 정신세계로 옮겨 놓는 일이야 말로 시인의 사명이라 생각했다. 이 책에 실린 여덟 권의 시집에는 끝없는 고독과 견디기 어려운 고통에서 나오는 비탄을 삶의 찬미로 승화시킨, 삶과 죽음에 대한 시성의 주옥같은 시들이 담겨 있다. 『기도 시집』은 릴케가 기독교의 『시도서』에서 그 이름을 차용한 것으로, 기도서 같은 유려한 영혼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제1부 수도사 생활의 서에는 신이 우주에 편재하며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어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라는 시인의 범신론적 사상이 짙게 배어 있다. 제2부 순레의 서에는 모든 생명과 더불어 성숙하는 생성되어 가는 신의 모습을 담고 있다. 제3부 가난과 죽음의 서에는 파리에서 참된 가난과 위대한 죽음의 의미를 탐색하게 된 시인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기도 시집』은 릴케 전기시의 정점을 이루는 작품으로 『두이노의 비가』를 위한 본질적인 기조 역할을 한다. 『기도 시집』이 한 주제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연작시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반면, 『형상 시집』은 독립된 개개의 주제를 갖는 시들의 모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형상 시집이라는 이름이 말해 주듯이 외계의 사물에 대한 깊은 관조와 조형화의 과정이 특징이며 사물을 바라보는 눈을 뜬 시인을 만나게 해준다. 우리나라에서도 애송시로 읽히는 「가을」, 「가을날」도 『형상 시집』에 포함되어 있다. 『신 시집』은 독일 시사에서 가장 수준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사물을 보는 법과 사물에 언어를 주어 직접 말을 하게 한다는 시인의 생각이 구현된 신 시의 진수를 엿볼 수 있다. 1902년 8월 『로댕론』을 쓰기 위해 로댕을 만나러 파리로 간 릴케가 그곳에서 로댕과 가까이 지내며 그에게 받은 영향으로 쓰기 시작한 사물 시 또한 『신 시집』 2권(별권)에서 볼 수 있다. 『후기 시집』에서는 릴케가 이승과 저승이 하나가 되는 통일의 세계이자 전체의 세계라는 의미로 칭한 세계 내면 공간에 대한 시가 많이 담겨 있다. 밤하늘의 별에서 진정한 순수와 영원의 의미를 찾고, 우리를 둘러싼 집이며 목장의 언덕과 저녁노을이 우리와 한데 어우러져 단일한 공간 속에서 하나가 되는 일체의 경지를 노래한 시집이다. 『진혼가』는 예술가와 현실 생활의 모순을 그리고 있다. 릴케와 교우하던 화가 파울라 모더존 베커의 죽음을 기리는 릴케의 시에서는 절절한 그리움이 묻어 있다. 더불어 예술가에게 작품의 완성이란 죽음과 일치한다는 릴케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다. 『마리아의 생애』는 릴케가 1912년 두이노 성에서 『두이노의 비가』의 첫 부분들을 쓰기 시작했을 때 곁들여 쓰여진 작품이다. 이 작품들은 후에 릴케가 직접 밝힌 바 있듯이 치치안의 그림 등이 모델이 되고 있고 외적 동기에 의해 쓰인 것이다. 그 표현 기법은 대체로 언어의 조형화를 표방하고 있는 『신 시집』을 따르고 있다.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는 릴케의 시가 손의 작업을 넘어서서 마음의 작업임을 깨닫게 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순수와 절실함을 여실히 보여 준다. 오르페우스의 연인 에우리디케의 죽음을 그린 이 작품은 삶과 죽음이라는 두 세계를 의식함으로써 항상 불안을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돌아보게끔 한다. 필생의 역작 『두이노의 비가』는 만년의 릴케가 10년이라는 세월을 들여 완성한 작품으로, 1912년 두이노 성에서 집필을 시작하여 1912년 뮈조트 성에서 탈고했다. 릴케는 이 작품에서 폐쇄된 인간의 세계가 아닌 전일(全一)의 세계이자 열린 세계의 절대적인 존재를 찬미하고 있다. 『두이노의 비가』는 오늘날까지도 릴케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끝내 맞이할 수밖에 없는 소멸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넘어서는 길을 시적 변용의 방법에서 찾은 릴케는 내면을 향한 끊임없는 깨달음의 삶을 지향하고자 했다. 릴케가 모든 시인 중의 시인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생(生)에 대한 통찰과 생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성숙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시로 옮겨 영원히 살아 숨 쉬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에 대한 릴케의 한마디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죽음을 잘 이해하는 자만이 삶을 위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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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이노의 비가: 열린책들 세계문학 228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Google Sách
두이노의 비가: 열린책들 세계문학 228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Google Sá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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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시 모음,아름다운 시모음,짧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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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시 모음,아름다운 시모음,짧은시

가을 시 모음,아름다운 시모음,짧은시

가을에는 /강인호

물소리 맑아지는 가을에는

달빛이 깊어지는 가을에는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에는

쑥부쟁이 꽃피는 가을에는

어인 일인지 부끄러워진다

딱히 죄지은 것도 없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가을에게

자꾸만 내가 부끄러워진다

(강인호·시인)

가을의 소원 /안도현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안도현·시인, 1961-)

솔로몬의 계절 / 이영균

가을,

황금 들녘, 천고마비

풍요의 계절입니다.

아닙니다.

추풍낙엽, 스산한 산천

슬픔의 계절입니다.

그래요.

희로애락, 풍요와 빈곤

이율배반의 계절입니다.

미묘한 생각의 차이가 삶의 무게를 달리합니다.

가을 들녘에 서서 / 홍해리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가을이 오면 / 홍수희

나무야

너처럼 가벼워지면

나무야

너처럼 헐벗겨지면

덕지덕지 자라난

슬픔의 비늘

쓰디쓰게

온통 떨구고 나면

이 세상

넓은 캔버스 위에

단풍 빛으로 붉게

물감을 개어

내 님 얼굴 고스란히

그려보겠네

나무야

너처럼만 투명해지면.

가을편지·1 / 이해인

하늘 향한 그리움에

눈이 맑아지고

사람 향한 그리움에

마음이 깊어지는 계절

순하고도 단호한

바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용서하며

산길을 걷다 보면

톡, 하고 떨어지는

조그만 도토리 하나

내 안에 조심스레 익어가는

참회의 기도를 닮았네.

가을에는 /박제형

가을에는 잠시 여행을 떠날 일이다

그리 수선스러운 준비는 하지 말고

그리 가깝지도 그리 멀지도 않은 아무 데라도

가을은 스스로 높고 푸른 하늘

가을은 비움으로써 그윽한 산

가을은 침묵하여 깊은 바다

우리 모두의 마음도 그러하길

가을엔 혼자서 여행을 떠날 일이다

그리하여 찬찬히 가을을 들여다볼 일이다

(박제영·시인)

가을 편지 / 이성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가고 있습니다.

그 빈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 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가을 / 김용택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 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녁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

가을의 향기 / 김현승

남쪽에선 과수원에 능금이 익는 냄새

서쪽에선 노을이 타는 내음……

산 위엔 마른 풀의 향기

들가엔 장미들이 시드는 향기……

당신에겐 떠나는 향기

내게는 눈물과 같은 술의 향기

모든 육체는 가고 말아도

풍성한 향기의 이름으로 남는

상(傷)하고 아름다운 것들이여

높고 깊은 하늘과 같은 것들이여……

가을 노래 / 이해인

하늘은 높아가고

마음은 깊어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이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싶고

죄 없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친구여, 너와 나의 사이에도

말보다는 소리 없이

강이 흐르게

이제는 우리

더욱 고독해져야겠구나

남은 시간 아껴 쓰며

언젠가 떠날 채비를

서서히 해야겠구나

잎이 질 때마다

한 움큼의 시들을 쏟아내는

나무여, 바람이여

영원을 향한 그리움이

어느새 감기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하늘은 높아가고

가을은 깊어가네.

가을은 눈의 계절 / 김현승

이맘때가 되면

당신의 눈은 나의 마음,

아니, 생각하는 나의 마음보다

더 깊은 당신의 눈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낙엽들은 떨어져 뿌리에 돌아가고,

당신의 눈은 세상에도 순수한 언어로 변합니다.

이맘때가 되면

내가 당신에게 드리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가을 하늘만큼이나 멀리 멀리 당신을 떠나는 것입니다.

떠나서 생각하고,

그 눈을 나의 영혼 안에 간직하여 두는 것입니다.

낙엽들이 지는 날 가장 슬픈 것은

우리들 심령에는 가장 아름다운 것……

슬픈 가을 /이영춘

쨍그렁 깨질 듯한 이 가을 하늘

눈물겹다

무거움의 존재로 땅 끝에 발붙인 짐승

부끄럽다

멀리 구름은 유유히 흘러가고

가을 잠자리들 원 그리며 무리 짓는다

유리구슬처럼 반짝이는 이 가을 햇살 아래

아, 아프구나! 가볍지 못한 존재의 무게가

제 무게 이기지 못하여 모두 털고 일어서는

이 가을날에 나는

무엇이 이토록 무겁게 허리를 잡아당기고 있는가

(이영춘·교사 시인, 강원도 평창 출생)

가을 / 정진규

풀벌레 울음소리들이 시간을 가을 쪽으로

애써 끌어당긴다

밤을 지새운다

더듬이가 가을에 바싹 닿아 있다

만져보면 탱탱하다 팽팽한 줄이다

이슬이 맺혀 있다

풀벌레들은 제가 가을을 이리로 데려오고

있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시간은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이라고 믿게 한다

풀벌레 울음소리들은 들숨과 날숨의 소리다

날숨은 소리를 만들고 들숨은 침묵을 만든다

맨 앞쪽의 분명함으로부터 맨 뒷쪽의 아득함까지

잦아드는 소리의 바다,

그 다음 침묵의 적요를 더 잘 견딘다

짧게 자주자주 소리내는 귀뚜라미도

침묵이 더 길다

다른 귀뚜라미들이 서로 침묵을 채워주고 있다

열린 온몸을 드나들되 제 몸에 저를 가득 가두어

소리를 만든다

나는 이 숨가쁜 들숨을 사랑하게 되었다.

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 / 이준관

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

시골 버스를 탄다

시골 버스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황토흙 얼굴의 농부들이

아픈 소는 다 나았느냐고

소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낯모르는 내 손에

고향 불빛 같은 감을

쥐어주기도 한다.

콩과 팥과 고구마를 담은 보따리를

제 자식처럼 품에 꼭 껴안고 가는

아주머니의 사투리가 귀에 정겹다.

창문 밖에는

꿈 많은 소년처럼 물구나무선

은행나무가 보이고,

지붕 위 호박덩이 같은 가을 해가 보인다.

어머니가 싸주는

따스한 도시락 같은 시골 버스.

사람이 못내 그리울 때면

문득 낯선 길가에 서서

버스를 탄다.

하늘과 바람과 낮달을 머리에 이고 .

가을 / 조병화

전투는 끝났다

이제 스스로 물러날 뿐이다

긴 그 어리석은 싸움에서

그 어리석음을 알고

서서히, 서서히, 돌아서는

이 허허로움

아, 얼마나 세상사 인간관계처럼

부끄러운 나날이었던가

실로 살려고 기를 쓰는 것들을 보는 것처럼

애절한 일이 또 있으랴

가을이 접어들며 훤히 열리는

외길, 이 혼자

이제 전투는 끝났다.

돌아갈 뿐이다.

가을이라는 물질 / 이기철

가을은 서늘한 물질이라는 생각이

나를 끌고 나무나라로 들어간다

잎들에는 광물 냄새가 난다

나뭇잎은 나무의 영혼이 담긴 접시다

접시들이 깨지지 않고 반짝이는 것은

나무의 영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햇빛이 금속처럼 내 몸을 만질 때 가을은 물질이 된다

나는 이 물질을 찍어 편지 쓴다

촉촉이 편지 쓰는 물질의 승화는 손의 계보에 편입된다

내 기다림은 붉거나 푸르다

내 발등 위에 광물질의 나뭇잎이 내려왔다는 기억만으로도

나는 한 해를 견딜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오만한 기억은 내 발자국을 어지럽힌다

낙엽은 가을이라는 물질 위에 쓴

나무의 유서다

나는 내 가을 시 한 편을 낙엽의 무덤 위에 놓아두고

흙 종이에 발자국을 찍으며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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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천서 (자연의 책)

가을에 관한 시 모음

★ 가을에 / 오세영

너와 나

가까이 있는 까닭에

우리는 봄이라 한다

서로 마주하며 바라보는 눈빛

꽃과 꽃이 그러하듯….

너와나

함께 있는 까닭에

우리는 여름이라 한다

부벼대는 살과 살 그리고 입술

무성한 잎들이 그러하듯…

아, 그러나 시방 우리는

각각 홀로 있다

홀로 있다는 것은

멀리서 혼자 바라만 본다는 것

허공을 지키는 빈 가지처럼

가을은

멀리 있는 것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가을날 /손동연

코스모스가

빨간 양산을 편 채

들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ㅡ얘

심심하지?

들길이

빨간 양산을 받으며

함께 걸어가 주고 있었다

★가을 / 남호섭

시골 갔다 오던

버스가 갑자기 끼이익!

섰습니다.

할머니 자루에

담겨 있던

단감 세 알이

통, 통, 통

튀어 나갔습니다.

★가을 하늘 / 윤이현

토옥

튀겨 보고 싶은,

주욱

그어 보고 싶은,

와아

외쳐 보고 싶은,

푸웅덩

뛰어들고 싶은,

그러나

머언, 먼 가을 하늘.

★ 가을 연못 / 정호성

경회루 연못에 바람이 분다

우수수 단풍잎이 떨어진다

잉어들이 잔잔히 물결을 일으키며

수면 가까이 올라와 단풍잎을 먹는다

잉어가 단풍이 되고

단풍이 잉어가 되는

가을 연못

★가을의 시 / 홍수희

가을은 어느 날

서가書架를 정리하다 툭, 떨어진

낡은 수첩이다

눈물이 핑그르르 맺혀져 오는

먼지가 뽀얀 주소록이다

★가을 편지 / 유안진

들꽃이 핀다

나 자신의 자유와

나 자신의 절대로서

사랑하다가 죽고 싶다고

풀벌레도 외친다

내일 아침 된서리에 무너질 꽃처럼

이 밤에 울고 죽을 버러지처럼

거치른 들녘에다

깊은 밤 어둠에다

혈서를 쓰고 싶다.

★가을 편지 1 / 나호열

그대 생각에 가을이 깊었습니다

숨기지 못하고 물들어 가는

저 나뭇잎같이

가만히

그대 마음 가는 길에

야윈 달이 뜹니다

★가을 / 조병화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 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 거

가을은 구름 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가을 / 강은교

기쁨을 따라갔네

작은 오두막이었네

슬픔과 둘이 살고 있었네

슬픔이 집을 비울 때는 기쁨이 집을 지킨다고 하였네

어느 하루 찬바람 불던 날 살짝 가보았네

작은 마당에는 붉은 감 매달린 나무 한 그루

서성서성 눈물을 줍고 있었고

뒤에 있던 산, 날개를 펴고 있었네

산이 말했네

어서 가보게, 그대의 집으로

★익어가는 가을 / 이해인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가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도 익어가네

익어가는 날들은

행복하여라

말이 필요없는

고요한 기도

가을엔

너도 나도

익어서

사랑이 되네

★씨앗 / 허영자

가을에는

씨앗만 남는다

달콤하고 물 많은

살은

탐식하는 입 속에 녹고

단단한 씨앗만 남는다

화사한

거짓 웃음

거짓말

거짓 사랑은 썩고

가을에는

까맣게 익은

고독한 혼의

씨앗만 남는다

★가을날 / 노혜경

오늘 하루는 배가 고파서

저녁 들판에 나아가 길게 누웠다

왜 나는 개미가 되지 못했을까

내가 조금만 더 가난했다면

허리가 가늘고 먹을 것밖에는 기쁨이 없는

까맣고 반짝거리는 벌레였다면

하루 종일이 얼마나 행복할까 먹는 일 말고는

생각해야 할 아무런 슬픔이 없다면.

★가을 산길 / 나태주

맑은 바람 속을 맑은 하늘을 이고

가을 산길을 가노라면

가을 하느님,

당신의 옷자락이 보입니다.

언제나 겸허하신 당신,

그렇습니다.

당신은 한 알의 익은 도토리알 속에도 계셨고

한 알의 상수리 열매 속에도 계셨습니다.

한 알의 개암 열매 속에도 숨어 계셨구요.

언제나 무소유일 뿐인 당신,

그렇습니다.

당신은 이제 겨우 세 살배기 어린아이의 눈빛을 하고

수풀 사이로 포르릉 포르릉

날으는 멧새를 따라가며

걸음마 연습을 하고 계셨습니다.

★죽도록 사랑해서 / 김승희

죽도록 사랑해서

죽도록 사랑해서

정말로 죽어버렸다는 이야기는

이제 듣기가 싫다

죽도록 사랑해서

가을 나뭇가지에 매달려 익고 있는

붉은 감이 되었다는 이야기며

옥상 정원에서 까맣게 여물고 있는

분꽃 씨앗이 되었다는 이야기며

한계령 천길 낭떠러지 아래 서서

머나먼 하늘까지 불지르고 있는

타오르는 단풍나무가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로

이제 가을은 남고 싶다

죽도록 사랑해서

죽도록 사랑해서

핏방울 하나하나까지 남김없이

셀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투명한 가을햇살 아래 앉아

사랑의 창세기를 다시 쓰고 싶다

또다시 사랑의 빅뱅으로 돌아가고만 싶다

★가을엔 / 조태일

나름대로의 길

가을엔 나름대로 돌아가게 하라.

곱게 물든 단풍잎 사이로

가을바람 물들며 지나가듯

지상의 모든 것들 돌아가게 하라.

지난 여름엔 유난히도 슬펐어라

폭우와 태풍이 우리들에게 시련을 안겼어도

저 높푸른 하늘을 우러러보라.

누가 저처럼 영롱한 구슬을 뿌렸는가.

누가 마음들을 모조리 쏟아 펼쳤는가.

가을엔 헤어지지 말고 포옹하라.

열매들이 낙엽들이 나뭇가지를 떠남은

이별이 아니라 대지와의 만남이어라.

겨울과의 만남이어라.

봄을 잉태하기 위한 만남이어라.

나름대로의 길

가을엔 나름대로 떠나게 하라.

단풍물 온몸에 들이며

목소리까지도 마음까지도 물들이며

떠나게 하라.

다시 돌아오게, 돌아와 만나는 기쁨을 위해

우리 모두 돌아가고 떠나가고

다시 돌아오고 만나는 날까지

책장을 넘기거나, 그리운 이들에게

편지를 띄우거나

아예 눈을 감고 침묵을 하라.

자연이여, 인간이여, 우리 모두여.

★울어도 어울리는 계절 / 방우달

술을 많이 마시면

사철 어느 때든지 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을에는

술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울 수 있습니다

가을이 슬퍼서가 아닙니다

가을은 나를

인간으로 돌아가게 하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울면서 태어나

울면서 돌아갈 운명입니다

눈물이 없으면 인간이 아닙니다

가을은 인간을 울게 하는 계절입니다

가을은 울어도

수치스럽지 않은 계절입니다

겨울에 울면 가련해 보입니다

여름에 울면 어색해 보입니다

가을은 울기에 가장 어울리는 계절입니다

뺨을 맞아도 괜찮은 계절입니다

★들국화 시모음★

★황국 —–박두진

​​​먼 햇살 넋이 엉겨 숭어리져 솟은 얼굴

​인연의 그 창 변두리 ??로운 해후여

​안에 깊이 가라앞힌 하늘 푸른 가을 마음

​체념의 모래 벌이 강을 따라 펼쳐간

​​강물 푸른 물무늬속 흔들리는 그림자

​강물이 저절로듯 저절로인 기약의

​​다시는 못돌아올 꽃띄움의 흩날림

​창아침 햇살가의 서로 해후여

★​당 신 —- 김용택

​작은 찻잔을 떠돌던

노오란 산국(山菊)향이

아직도 목젖을 간질입니다.

마당 끝을 적시던

호수의 잔 물결이 붉게 물들어

그대 마음 가장자리를 살짝 건드렸지요.

지금도 식지않은 꽃향이

가슴 언저리에서 맴돕니다.

모르겠어요.

온 몸에서 번지는 이 향(香)이

山菊 내음인지

당신 내음인지 …

나, 다 젖습니다.

​ ★들국화 —–천상병

​산등선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산국(山菊) —– 이정록

​​들국화 꽃망울은 슬하 어린것들이다

​못자리 골, 숟가락 많은 집이다

​알루미늄 숟가락으로 퍼먹던

​원기소 알약이다 마른 들국화 송아리는

​해마다 산모가 되는 양순이다

​​반쯤 실성했던 머리칼을 하고서

​연년생의 뿌리에게 독기를 내리고 있다

​시든 꽃망울 속에 코를 박으면

​죽어 묻히지 못한 것들의

​살내음이 득시글거린다

​소도 핥지 않는 독한 꽃

​이곳에 누우면 내가 양순이다

​소도 사람도 원기소 알약으로 작아진다

​슬하 어린것들의 삭은 이빨에

​광목실을 묶는, 늦가을 서릿발이다

★​​들국화 —– 나태주

​​​바람 부는 등성이에

혼자 올라서

​두고 온 옛날은

생각 말자고,

​아주 아주 생각 말자고.

갈꽃 핀 등성이에

​혼자 올라서

두고 온 옛날은

잊었노라고,

​아주 아주 잊었노라고.

구름이 헤적이는

하늘을 보며

​어느 사이

두 눈에 고이는 눈물.

꽃잎에 젖는 이슬.

★​​들국화 ——김용택

​나는 물기만 조금 있으면 된답니다

아니, 물기가 없어도 조금은 견딜 수 있지요

​때때로 내 몸에 이슬이 맺히고

아침 안개라도 내 몸을 지나가면 됩니다

​기다리면 하늘에서

아, 하늘에서 비가 오기도 한답니다

​강가에 바람이 불고

해가 가고 달이 가고 별이 지며

나는 자란답니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찬 바람이 불면

당신이 먼데서 날 보러 오고 있다는

​그 기다림으로

나는 높은 언덕에 서서 하얗게 피어납니다

​당신은 내게 나는 당신에게

단 한번 피는 꽃입니다

​ ★​​들국화 ——곽재구

​사랑의 날들이

올 듯 말 듯

​기다려온 꿈들이

필 듯 말 듯

​그래도 가슴속에 남은

당신의 말 한마디

​하루종일 울다가

무릎걸음으로 걸어간

​절벽 끝으로

당신은 하얗게 웃고

​오래 된 인간의 추억 하나가

한 팔로 그 절벽에

​끝끝내 매달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을 시, 가을에 읽어 볼만한 시! 가을편지, 사람들은 왜 모를까

가을 편지 1

이해인 / 수녀, 시인

하늘 향한 그리움에

눈이 맑아지고

사람 향한 그리움에

마음이 깊어지는 계절

순하고도 단호한

바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용서하며

산길을 걷다 보면

툭, 하고 떨어지는

조그만 도토리 하나

내 안에 조심스레 익어가는

참회의 기도를 닮았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해인님의 가을 편지는 그냥 읽어만 보아도 가을의 느낌이 가득합니다.

고즈넉한 산길을 걷는 기분도 들고

가을 바람이 솔솔부는 들판에 서서

마음이 그윽해짐을 느끼게 합니다.

다음은 김용택님의 ‘사람들은 왜 모를까’라는 시입니다.

사계절 그 어느때 읽어도 좋은 시이지만

가을에 특히 음미해보면 더욱

그 의미가 와 닿지 않을까 합니다.

ⓒPhotoGuide.com Korea Photos

사람들은 왜 모를까

김용택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제 12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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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시 모음으로 아름다운 시 몇 편을 소개하여 드렸습니다.

가을은 늘상 매해 그렇게 오지만, 또 그렇게 훌쩍 지나갑니다.

10월이 시작되는 첫주입니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가을 시 한편 읽어보면서

가을의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면

이 또한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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