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6 용궁 부연 록 전문 Best 28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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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5편] ‘용궁부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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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 – 김시습★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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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용궁 잔치에 초대받다 … 김시습「용궁부연록」(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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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용궁 잔치에 초대받다 … 김시습「용궁부연록」(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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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부연록 루베트 문제 독후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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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부연록 루베트 문제 독후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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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er :: [고전문학] 금오신화 전문(한글파일 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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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er :: [고전문학] 금오신화 전문(한글파일 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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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 – 김시습★

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 – 김시습

줄거리

글에 능하여 그 재주가 조정에까지 알려진 한생(韓生)이 표연(瓢淵)에 살고 있는 용왕이 보낸 사자를 따라 용궁으로 들어간다. 청의동자(靑衣童子)의 안내를 받아 함인지문(含仁之問)을 지나 수정궁을 들어가니, 조강신(祖江神), 낙하신(洛河神), 벽란신(碧瀾神)의 세 신왕(神王)이 초대되어 와 있었다. 용왕은 한생을 초대한 이유로서, 용왕의 딸의 화촉동방을 꾸밀 가회각(佳會閣)을 새로 지었기로, 그 상량문을 부탁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에 한생이 상량문을 지어 주자 용왕은 잔치를 벌여 한생을 대접하는데, 먼저 미녀 10여명이 나와 벽담곡(碧潭曲)을 부르고, 총각 10여 명이 나와 회풍곡을 부르니, 용왕도 옥룡적을 불어 수룡음을 읊는다. 또 곽 개사가 나와 팔풍무를 추며 노래를 부르고, 현 선생이 나와 구공무를 추며 노래 부른다. 숲 속의 도깨비와 산 속에 사는 괴물들도 나와 휘파람을 불며 노래를 불렀다. 이에 삼신이 각각 시를 지었으며, 한생도 20운을 지어 올렸다. 그리고 용궁의 문물을 구경시켜 달라고 하여 여러 누각과 보물들을 두루 구경하고, 용왕이 주는 명주(明珠) 두 알과 빙초 두 필을 받아 가지고 나온다. 꿈에서 깬 한생은 이 세상의 명리를 구하지 않고 명산으로 들어가 자취를 감추었다.

핵심정리

작자 : 김시습

연대 : 세조 때

갈래 : 고대 단편 소설, 몽유소설

성격 : 전기적(傳奇的), 번안소설의 성격을 띰

주제 : 화려한 용궁 체험과 삶의 무상감

출전 : 금오신화

이해와 감상

중국 明나라 瞿佑(구우)가 쓴 ‘전등신화(剪燈神話)’의 영향을 받음. 조선 전기에 김시습 ( 金時習 )이 지은 한문소설. 원본은 전하지 않고 일본 동경에서 목판본으로 간행된 작자의 단편소설집 ‘금오신화’에 실려 있다. 주인공이 꿈속에 용궁으로 초대되어 가서 겪은 일을 주된 내용으로 한 작품으로서 구조유형상 몽유소설(夢遊小說)이라 부른다.

용국부연록의 중심 내용은 주인공이 꿈을 통하여 자신이 지닌 지적인 능력을 발휘해 보이고 융숭한 환대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꿈에서 깬 뒤에는 세상의 명리를 구하지 않고 자취를 감추는 것으로 되어 있다.

작품은 비극적 성격을 드러내면서 현실과 이상의 대립을 하나의 문제로 제기한다. 자신은 지적인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자 하나 세상이 자신을 받아들여주지 않는 데에서 오는 작자의 불만을 나타낸 작품이다. 김시습은 어릴 때에 탁월한 글재주를 인정받아 조정에 초대되어 가서 세종으로부터 칭찬을 받은 일이 있었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작자의 전기적 사실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것으로 흔히 해석되고 있다. 작품의 기본적인 성격은 ‘금오신화’에 실린 다른 작품들의 경우와 유사하나 문제의식은 비교적 깊지 않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용궁부연록’은 ‘남염부주지’와 함께 몽유록의 구조를 갖고 있어 후대에 많은 몽유록계 소설의 선구가 된다. 그리고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이나 지명, 시대적 배경 등이 모두 우리 나라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도 한 특징이다. 한편 이 작품에서는 인물 구성에 있어서는 여인을 등장시키지 않고 남자만 등장시켜 놓았는데, 전조의 한생으로 한 것은 한 씨가 개성의 벌족(나라에 공이 많고, 벼슬을 많이 한 집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이 작자는 주인공의 성을 결정하는 데에도 그 지방성을 고려한 것을 보면 얼마나 치밀하게 구성해 놓았는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어족(魚族)을 의인화해 놓았는데, 용왕과 그의 딸 용녀는 가상적인 인물이니까 의인화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게를 ‘곽 개사’로, 거북을 ‘현 선생’이라 의인화하고 그들의 움직임을 해학적으로 묘사해 놓은 기교가 일품이라 할 수 있다.

* 상량문: 상량식(기둥을 세우고 보를 얹은 후 마룻대를 올릴 때 축하하는 의식) 때에 상량을 축복하는 글. 그림 출처:노블하우스

[금오신화] 용궁 잔치에 초대받다 … 김시습「용궁부연록」(전문)

개성에 천마산이 있는데, 그 산이 공중에 높이 솟아 가파르므로 ‘천마산(天磨山)’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 산 가운데 용추(龍湫)폭포가 떨어지는 바로 밑에 생긴 웅덩이가 있으니 그 이름을 표연(瓢淵)박연(朴淵)이라 하였다. 그 못은 좁으면서도 깊어서 몇 길이나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물이 넘쳐서 폭포가 되었는데, 그 높이가 백여 길은 되어 보였다. 경치가 맑고도 아름다워서 놀러 다니는 스님이나 나그네들이 반드시 이곳을 구경하였다. 옛날부터 이곳에 신령한 이물이 살고 있다는 전설이 전기에 실려 있어서, 나라에서 세시(歲時)1년 중(中)의 때때. 1년 동안의 제철가 되면 커다란 소를 잡아 제사지내게 하였다. 고려 때에 한생(韓生)이 살고 있었는데, 젊어서부터 글을 잘 지어 조정에까지 알려지고 문사(文士)문학하는 선비로 평판이 있었다. 하루는 한생이 거실에서 해가 저물 무렵에 편안히 앉아 있었는데, 홀연히 푸른 저고리를 입고 복두(㡤頭)과거 급제자가 홍패를 받을 때 쓰던 관. 귀신도 이런 모자를 썼다고 한다를 쓴 낭관(郎官)조선시대 정오품 통덕랑 이하의 당하관을 통틀어 이르던 말 두 사람이 공중으로부터 내려왔다. 그들이 뜰에 엎드려 말하였다. “박연에 계신 용왕님께서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한생이 깜짝 놀라 얼굴빛이 변해지면서 말하였다. “신과 인간 사이에는 길이 막혀 있는데, 어찌 서로 통할 수 있겠소? 더군다나 수부(水府)물을 맡아 다스린다는 전설(傳說) 속의 신의 궁전(宮殿). 용궁(龍宮)는 길이 아득하고 물결이 사나우니, 어찌 갈 수가 있겠소?” 두 사람이 말하였다. “준마를 문 앞에다 대기시켰으니, 사양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들이 몸을 굽혀 한생의 소매를 잡고 문 밖으로 나서자, 과연 총이말갈기와 꼬리가 파르스름한 흰 말 한 마리가 있었다. 금안장 옥굴레에 누런 비단으로 배 띠를 둘렀으며, 날개가 돋쳐 있었다. 종자(從者)들은 모두 붉은 수건으로 이마를 싸매고 비단 바지를 입었는데, 열댓 명이나 되었다. 종자들이 한생을 부축하여 말 위에 태우자, 깃발과 일산을 든 사람이 앞에서 인도하고 기생과 악공들이 뒤를 따랐다. 그 두 사람도 홀(笏)조선 시대에, 벼슬아치가 임금을 만날 때에 손에 쥐던 물건으로 임금의 명을 받거나 아뢸 일이 있을 때 이 위에 기록했다. 후세에는 의례적인 것이 되었다을 잡고 따라왔다. (한생이 탄) 말이 공중으로 올라가 날기 시작하자, 발아래에는 구름이 뭉게뭉게 이는 것만 보였다. 땅 아래 있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용궁 문 앞에 이르렀다. 말에서 내려서자 문지기들이 모두 방기팽기(彭蜞). 작은 게를 말함. 어휘사전인 유희의 『물명고(物名攷)』에 ‘방기’를 ‘갈퉁이’라고 했다, 자라의 갑옷을 입고 창을 들고 늘어섰는데, 그들의 눈자위가 한 치나 되었다. 한생을 보고 모두 머리를 숙여 절하고는 의자를 내어주며 쉬라고 하였는데, 미리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재빠르게 안으로 들어가서 아뢰자, 곧바로 푸른 옷을 입은 동자 둘이 나와서 손을 마주잡고 한생을 인도하여 안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한생이 천천히 걸어가다가 궁궐 문을 쳐다보았더니, 현판에 ‘함인지문(含仁之門)’이라 씌어 있었다. 한생이 그 문에 들어서자 용왕이 절운관(切雲冠)구름에라도 닿을 듯 높이 솟은 관을 쓰고 칼을 차고 홀을 쥐고서 뜰 아래로 내려왔다. (용왕이) 한생을 맞이하여 섬돌을 거쳐 궁전에 올라앉기를 청하니, 수정궁 안에 있는 백옥상(白玉牀)이었다. 한생이 엎드려 굳이 사양하며 말하였다. “아래 땅의 어리석은 백성은 초목과 한가지로 썩을 몸인데, 어찌 (신령한 분의) 위엄을 헤아리지 않고 외람되게 융숭한 대접을 받겠습니까?” 용왕이 말하였다. “오랫동안 선생의 명성을 듣다가 이제야 높으신 얼굴을 뵙게 되었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용왕이 손을 내밀어 앉기를 청하였다. 한생은 서너 번 사양한 뒤에 자리로 올라갔다. 용왕은 남쪽을 향하여 칠보화상(七寶華牀)일곱 가지 주요 보배로 꾸민 화려한 평상. 한나라 무제가 칠보상을 가졌다고 한다에 앉고, 한생은 서쪽을 향하여 앉으려고 하였다. 한생이 채 앉기도 전에 문지기가 아뢰었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용왕이 또 문 밖으로 나가서 맞이하였다. 세 사람이 보였는데, 붉은 도포를 입고 채색 수레를 탄 그의 위의(威儀)무게가 있어 외경(畏敬)할만한 규율에 맞는 행위와 몸가짐와 시종들을 보아서 왕의 행차 같았다. 용왕이 또 그들도 궁전 위로 안내하였다. 한생은 들창 아래 숨었다가 그들이 자리를 정한 뒤에 인사를 청하려 하였다. 그런데 용왕이 그들 세 사람에게 권하여 동쪽을 향하여 앉힌 뒤에 말하였다. “마침 양계(陽界)육지 세계를 수중 세계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사람이 사는 세상에 계신 문사(文士) 한 분을 모셨으니, 여러분들은 서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용왕이 좌우의 사람들을 시켜 한생을 모셔 오게 하였다. 한생이 종종걸음으로 나아가 절하자, 그들도 모두 머리를 숙이고 답례하였다. 한생이 윗자리우리나라에서는 오른쪽보다 왼쪽자리를 더 높이 여겼다. 임금은 북쪽 자리에 앉아 남쪽을 바라보며, 신하들 사이에는 윗사람이 동쪽에 앉아 서쪽을 바라보았다. 문관과 무관을 동반과 서반으로 나누는 것도 이러한 이치며,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높은 것도 그러하다에 앉기를 사양하면서 말하였다. “존귀하신 신들께서는 귀중한 몸이지만, 저는 한갓 빈한한 선비일 뿐입니다. 그러니 어찌 높은 자리를 감당하겠습니까?” 한생이 굳이 사양하자 그들이 말하였다. “(우리와 선생은) 음양(陰陽)음계(陰界)와 양계(陽界)를 말하는데, 양계는 인간세계이고 음계는 귀신의 세계다. 곧 이승과 저승을 말한다의 길이 달라서 서로 통제할 권리가 없습니다. 용왕께서 위엄이 있으신 데다 사람을 보는 눈도 밝으시니, 그대는 반드시 인간세상에서 문장의 대가일 것입니다. 용왕의 명이니 거절하지 마십시오.” 용왕도 말하였다. “앉으시지요.” 세 사람이 한꺼번에 자리에 앉자, 한생도 몸을 굽히며 올라가서 자리 끝에 꿇어앉았다. 용왕이 말하였다. “편히 앉으시지요.” 다들 자리에 앉아 찻잔을 한 차례 돌린 뒤에 용왕이 한생에게 말하였다. “과인은 오직 딸 하나를 두었을 뿐인데, 이미 시집보낼 나이가 되었습니다. 장차 알맞은 사람과 혼례를 치르려고 하지만, 우리가 사는 집이 누추하여 사위를 맞이할 집도 없고, 화촉을 밝힐 만한 방도 없습니다. 그래서 따로 별당 한 채를 지어 가회각(佳會閣)아름답게 모이는 집, 꽃다운 인연을 맺는 집이란 뜻이다. 『주역』 건괘에 나오는 말이다이라 이름 붙일까 합니다. 공장도 이미 모았고, 목재와 석재도 다 갖추었습니다. 아직 없는 것이라고는 상량문(上梁文)공사의 마무리 단계에서 상량할 때 축복하는 글이다. 상량은 기둥에 보를 얹은 다음 처마도리와 중도리를 걸고, 마지막으로 마룻대를 옮기는 과정을 말한다뿐입니다. 소문에 들으니 선생의 이름이 삼한(三韓)에 널리 알려졌으며 글솜씨가 백가(百家)여러 학자들이나 작가(作家)들. 백가서(百家書)의 준말에 으뜸이라고 하므로, 특별히 멀리서 모셔온 것입니다. 과인을 위하여 상량문을 지어 주시면 다행이겠습니다.”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두 아이가 들어왔다. 한 아이는 푸른 옥돌벼루와 상강(湘江)의 반죽(斑竹)소상강 유역의 얼룩진 대나무를 말한다. 순임금이 남쪽 지방을 돌아보다가 창오산에서 죽자, 그의 두 아내 아황과 여영이 이곳에 찾아와 피눈물을 뿌리고 울다가 상강에 몸을 던져 죽었다. 이 피눈물이 대나무에 묻어서, 소상강 유역의 대나무는 아롱진 무늬가 아름답다고 한다으로 만든 붓을 받들었으며, 한 아이는 흰 명주 한 폭을 받들었다. 그들이 한생 앞에 꿇어앉아 바쳤다. 한생이 고개를 숙이고 엎드렸다가 일어나 붓에 먹물을 찍어서 곧바로 상량문을 지어내었다. 그 글씨는 구름과 연기가 서로 얽힌 듯하였다. 그 글은 이러하였다. 삼가 생각하건대 천지 안에서는 용신이 가장 신령스럽고, 인물 사이에는 배필이 가장 중하다. 용왕께서 이미 만물을 윤택하게 하신 공로가 있으니, 어찌 복 받을 터전이 없으랴? 그러므로 ‘관저호구(關雎好逑)’『시경』주남「관저」장에 나온 말이다. 아름다운 부부 관계의 비유로 쓰이는 물수리에 빗대어 문왕 부부의 화합을 읊은 구절이다. 여기서는 용왕 딸의 혼인을 축복하는 말이다는 만물이 조화되는 시초를 나타낸 것이며, ‘비룡이견(飛龍利見)’『주역』건괘의 “비룡재천(飛龍在天) 이견대인(利見大人)(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만나기에 좋다.)”에서 나온 말로 성인이 임금 자리에 있으니 대인을 만나겠다는 뜻인데, 여기서는 용왕의 신령함을 뜻한다은 신령스런 변화의 자취를 나타낸 것이다. 이에 새로 아방궁(阿房宮)진시황이 성서성 장안현에 세운 궁전인데, 규모가 거대했다. 여기서는 용궁을 말한다같은 궁전을 지어 아름다운 이름을 높이 붙였다. 이무기와 자라를 불러 힘을 내게 하고, 조개를 모아 재목을 삼았으며, 수정과 산호로 기둥을 세웠다. 용골(龍骨)건물에서 중앙을 받치는 길고 큰 재목과 낭간(琅玕)중국에서 나는 옥 가운데 하나이다. 짙은 녹색 또는 청백색이 나는 반투명한 돌로, 장식에 많이 쓰인다으로 들보를 걸었으니, 주렴을 걷으면 높이 솟은 산이 푸르고, 백옥 들창을 열면 골짜기에 구름이 둘려 있다. 이곳에서 가족이 화합하여 만년토록 복을 누릴 것이며, 부부가 화락하여 금지(金枝)금지옥엽(金枝玉葉)의 준말로, 왕족이나 그 자손을 나무에 비유한 말이다가 억대에 뻗치리라. (용왕께서는) 풍운(風雲)의 변화를 돕고 조화의 공덕을 나타내어, 높은 하늘에 오를 때에나 깊은 못에 있을 때에나 백성들의 목마름을 씻어주고 물에 잠기거나 하늘로 튀어 올라 상제의 어진 마음을 도와주었다. 그 기세가 천지에 떨치고 위엄과 덕망이 원근에 흡족하여, 검은 거북과 붉은 잉어는 뛰놀며 소리치고, 나무귀신과 산도깨비도 차례로 와서 축하한다. 마땅히 짧은 노래를 지어 대들보에 걸어 두리라. 『문체명변』에 “상량문은 우두머리 목수가 들보를 올리면서 송축하는 글이다. 세속에서 집을 지을 때 반드시 길일을 택하여 들보를 올리는데, 친한 손님들이 떡을 싸 가지고 와서 다른 음식들과 함께 축하하였고, 이 음식들로 장인들을 먹였다. 이때 장인의 우두머리가 떡을 들보에 던지면서 이 글을 외워 축하하였다.”고 했다

들보 동쪽으로 떡을 던지네.

울긋불긋 높은 산이 저 푸른 하늘을 버티었네.

하룻밤 우렛소리가 시냇가를 뒤흔들어도

만 길 푸른 벼랑에는 구슬 빛이 영롱해라. 들보 서쪽으로 떡을 던지네.

바위 안고 도는 길에서 멧새들이 우짖네.

맑고 깊은 저 용추(龍湫)는 몇 길이나 되려나.

한 이랑 봄 물결이 유리처럼 맑아라. 들보 남쪽으로 떡을 던지네.

십 라 솔숲에 푸른 노을이 비꼈구나.

굉장한 저 신궁을 그 누가 알려나.

푸른 유리 밑바닥에 그림자만 잠겼구나. 들보 북쪽으로 떡을 던지네.

아침 햇살 처음 오르니 못물이 거울 같아라.

흰 비단 삼백 길이 공중에 가로 걸려

하늘 위 은하수가 이곳에 떨어졌나. 들보 위로 떡을 던지네.

흰 무지개 어루만지며 창공에서 노니누나.

발해(渤海)와 부상(扶桑)해가 뜨는 동쪽 바다 속에 있다고 하는 상상의 나무. 해가 뜨는 곳을 이르기도 한다. 여기서 발해는 북쪽 바다, 부상은 동쪽 바다를 가리킨다이 천만 리나 되지만

인간 세상 돌아보니 손바닥과 한가지일세. 들보 아래도 떡을 던지네.

봄밭에 아지랑이가 어여쁘게 오르는구나.

신령스런 물 한 방울 이곳에서 가져다가

온 누리에 단비 삼아 뿌려들 보소. 바라건대 이 집을 이룩한 뒤에 화촉의 밤을 맞이하여 만복(萬福)이 함께 이르고, 온갖 상서(祥瑞)복되고 길한 일이 일어날 조짐가 모여들진저. 요궁(瑤宮)과 옥전(玉殿)에는 상서로운 구름이 찬란하고, 봉황 베개와 원앙 이불에는 즐거운 소리가 들끓게 되어, 그 덕이 나타나고 그 신령이 빛나게 될진저. 한생이 글을 다 써서 용왕에게 바치자, 용왕이 크게 기뻐하였다. 이내 세 신(神)에게 돌려 보이자, 세 신도 모두 떠들썩하게 탄복하며 칭찬하였다. 이에 용왕이 윤필연(潤筆宴)글을 써 주거나 그림을 그려 준 사람에게 감사하는 잔치을 열자, 한생이 꿇어앉아서 말하였다. “존귀한 신들께서 모두 모이셨는데, 아직 높으신 이름을 묻지 못하였습니다.” 용왕이 말하였다. “선생은 양계의 사람이라 응당 모를 것입니다. 첫째 분은 조강신(祖江神)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이루는 강을 조강이라고 하는데, 이 강을 다스리는 신을 조강신이라고 한다이고 둘째 분은 낙하신(洛河神)임진강을 흔히 낙하라고도 하며 임진강을 다스리는 신을 낙하신이라고 한다이며 셋째 분은 벽란신(璧瀾神)황해도 예성강 하류에 있는 고려시대의 중요한 나루인 벽란도를 지키는 신이다입니다. 우리가 선생과 함께 놀아 볼까 하여 초대한 것이지요.” 곧 술을 권하고 풍류를 시작하자, 미인 열댓 명이 푸른 소매를 흔들며 머리 위에 구술 꽃을 꽂고 나왔다. 앞으로 나왔다가 뒤로 물러났다가 춤을 추면서「벽담곡(碧潭曲)」깊고 푸른 웅덩이를 읊은 노래다 한가락을 불렀는데, 그 가사는 이러하였다. 푸른 뫼는 창창하고

푸른 못은 출렁거리네.

흩날리는 폭포수는 우렁차게

하늘 위 은하수까지 닿았구나.

저 가운데 계신 임이여

환패(環佩)허리에 차던 고리 모양의 옥이다. 조선시대 왕과 왕비, 관료들의 옷 장식에 쓰였다 소리 쟁쟁하여라.

그 위풍 빛나는 데다

그 모습까지 뛰어나셔라.

좋은 시절 길한 날에

봉황새까지 울음 우는데,

날아가는 듯이 좋은 집 지었으니

상서롭구나, 영장(靈長)이여!

문사(文士)를 모셔다가 상량문을 지어서

높은 덕을 노래하며 대들보를 올리네.

향기로운 술을 부어 술잔을 돌리고

제비처럼 가볍게 봄볕을 밟으며 노니네.

짐승 모양 향로에선 상서로운 향내를 뿜어내고

불룩한 돌솥에선 옥 미음이 끓고 있는데,

목어(木魚)나무로 물고기 모양을 본떠 만든 북이다. 몸채에 가죽을 붙였다를 둥둥 치고

용적(龍笛)용머리 모양으로 만든 피리 불며 행진하네.

높이 앉으신 신이여

지극한 덕을 잊지 못하리라. 춤이 끝나자 다시 총각 열댓 명이 왼손에는 피리를 잡고 오른손에는 도(翿)깃으로 만든 일산(日傘). 춤출 때 쓴 물건를 들었다. 빙빙 돌고 서로 돌아보면서 「회풍곡(回風曲)」가곡 이름인데, 회풍은 회오리바람이다. 「동명기」에 “이연년이 지생전에서 「회풍곡」을 노래하였더니 뜰 앞에 있던 온갖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났다.”고 했다 한 가락을 불렀다. 그 가사는 이렇다. 높은 언덕에 계신 임은

향초 덩굴로 옷 입으셨네.

날 저물어 물결 일렁이니

가는 무늬 비단 같아라.

바람에 나부껴 귀밑털이 헝클어지고

구름이 피어올라 옷자락 너울거리네.

느긋하게 빙빙 돌다가

예쁘게 웃으며 마주치네.

내 입던 홑옷은 여울 위에 던져두고

내 찼던 가락지도 모래밭에 빼어 놓았네.

금잔디에 이슬 젖고

높은 산에 내가 아득한데,

높고 낮은 자 봉우리 멀리서 바라보니

마치 강물 위에 푸른 소라와 비슷해라.

이따금 치는 징 소리에

나풀거리며 취해 춤추네.

강물처럼 술이 많고

언덕처럼 고기도 쌓였어라.

손님이 이미 취하셨으니

새 노래를 불러 보세나.

서로 잡고 서로 끌다가

서로 치며 껄껄 웃네.

옥술병을 두드리며 마음껏 마셨더니

맑은 흥취 다하면서 슬픈 마음이 절로 나네. 춤이 끝나자 용왕이 기뻐하였다. 술잔을 씻어 다시금 술을 붓고 한생에게 권하였다. 스스로 옥으로 만든 용적을 불면서「수룡음(水龍吟)」가요이름인데, 이백의 시 구절 중 “피리를 불자 물의 용이 노래한다.”는 구절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한 가락을 노래하여 즐거운 흥취를 도왔다. 그 가사는 이러하였다. 풍류소리 가운데 술잔을 돌리니

기린 모양의 향로에선 용뇌(龍腦) 향기동인도에서 자라는 식물인 용뇌수의 줄기에서 덩어리로 나온다. 용뇌는 약재에 귀중하다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하여 용을 붙인 명칭이며, 방향성이 있으며 약재로도 쓰인다를 뿜어내네.

옥피리를 비껴 쥐고 한 소리 불자

하늘 위의 푸른 구름은 씻은 듯 사라졌네.

소리가 물결치더니

가락은 풍월로 바뀌었네.

경치는 한가한데 인생은 늙어 가니

살같이 빠른 광음이 애달프기만 하여라.

풍류도 꿈이려니

기쁨이 다하면 시름만 생기네.

서산이 끼인 내가 이제 막 흩어지자

동산에 둥근 달이 기쁘게도 찾아오네.

술잔을 높이 들어

푸른 하늘의 달에게 물어 보세

추한 모습 고운 모습을 몇 번이나 보아 왔던가.

술잔에 술 가득한데

사람이 옥산같이 무너졌으니옥수(玉峀)는 옥으로 만든 산인데, 풍채가 좋은 사람을 뜻한다. 송나라 유의경이 편집한 후한 말부터 동진까지의 명사들의 일화집인 『세설신어』에 “혜강의 사람됨이 마치 외로운 소나무가 홀로 서 있는 것처럼 꿋꿋하였지만, 그가 취할 때는 마치 옥산이 무너지는 것처럼 쿵 하고 쓰러졌다.”고 했다

그 누가 넘어뜨렸나

아름다운 우리 님을,

십 년이 다하도록 구름과 흙처럼 막혔던 근심 걱정일랑 잊어버리고

푸른 하늘 높은 곳에 유쾌히 오르세나. 용왕이 노래를 마치고는 좌우를 둘러보면서 말하였다. “우리나라의 놀음은 인간세상의 것과 같지 않으니, 그대들은 귀한 손님을 위하여 솜씨를 보이라.” 그러자 한 사람이 나타났는데, 자칭 곽개사(郭介士)게의 별칭. 한나라 유학자 양웅이 『태현경』에서 게를 ‘곽삭’이라 했는데, 여기서 ‘곽’이라는 성을 따왔다. 부광이 지은 『해보』에서 ‘게를 횡행개사라고 한다.“고 했는데, 여기서 ’개사‘라는 이름을 따왔다. ’횡행(橫行)‘은 옆으로 간다는 뜻이고, ’개(介)‘는 단단한 껍질을 뜻한다라고 하였다. 발을 들어 옆으로 걸으면서 나와 말하였다. 《이어지는 곽개사의 말과 현 선생의 말은 사륙문으로 지어진 가전(假傳)이다.》

“저는 바위틈에 숨어사는 선비요. 모래 구멍에 사는 한가한 사람입니다. 팔월에 바람이 맑으면 동해 바닷가에 가서 까끄라기벼, 보리 따위의 낟알 껍질에 붙은 깔끄러운 수염. 또는 그 동강이. 음력 8월 이전에는 게가 뱃속에 벼 까끄라기 같은 덩어리를 가지고 있다가 동쪽의 바다 신(神)에게 보낸다. 8월이 지나면 까끄라기를 다 보내는데 이 때라야 먹을 수 있다를 실어 나르고, 구월 하늘에 구름이 흩어지면 남정성(南井星)남쪽에 있는 별 이름의 곁에서 빛을 머금기도 하였지요. 속은 누렇고 겉은 둥글며, 단단한 갑옷을 입고 날카로운 창을 가졌지요. 늘 손발을 잘려서 솥에 들어갔으며, 비록 정수리를 갈리면서도 사람을 이롭게 하였습니다. 맛과 풍류도 장사들의 얼굴을 기쁘게 하였으며, 곽삭(郭索)게가 움직이는 모양을 말한다. 송나라 시인 황정견의 「영해시」에 “모습이 납작하다고 부녀자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풍미가 있어 장사들의 얽굴을 이미 펴 주었네.”라고 했다한 꼴로 부인들에게 웃음을 끼치기도 하였지요. 조나라 왕윤(王倫)은 물속에서 (만나도) 저를 미워하였지만,왕윤은 진나라 때 해계란 사람과 묵은 감정이 있었는데, 뒤에 해계의 형제를 잡았다. 양나라 왕동 등이 해계를 구원하려고 하자, 왕윤이 “나는 물속에서도 게를 보면 미워하는데, 하물며 이들 형제가 나를 경멸하고 있음에랴.”하고는 마침내 해계를 죽였다. 그의 말에서 ‘게’는 물론 해계를 비유한 말이다 전곤(錢昆)은 지방에 나가 있으면서도 저를 생각하였습니다.송나라 사람 전곤이 지방에서 일하기를 희망하자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게마 있고 판관이 없는 곳이면 좋겠다.”고 했다 제가 죽어서는 필이부(畢吏部)의 손에 들어갔지만,게를 몹시 좋아했던 진나라 때 이부상서 필탁은 “술 수백 섬을 마련해 놓고, 왼손에는 게의 집게발을 쥐고 오른손에는 술잔을 잡고서, 술 못 가운데 떠 있으면 한평생을 마칠 수 있겠다.”고 했다 한진공(韓晉公)의 붓에 의해서 초상이 이루어졌습니다.당나라 때 화가 한진공(한황)은 특별히 방게를 절묘하게 그렸다고 한다 오늘 이러한 마당을 만나 놀게 되었으니, 마땅히 다리를 틀어 춤을 추어 보겠습니다.” 곽개사는 곧 그 앞에서 갑옷을 입고 창을 잡아 쥐었으며, 거품을 내뿜고 눈을 부릅떴다. 눈동자를 돌리며 팔다리를 흔들더니, 비틀비틀 앞으로 나아갔다 뒤로 물러서며 팔풍무(八風舞)몸짓이 음란하고 추악한 춤이다. 『당서』에 묘사하기를 “땅에 기대어 머리를 흔들고 눈을 게슴츠레 뜨고서 좌우를 둘러본다.”고 했다를 추었다. 그와 같은 무리 몇 십 명도 땅에 엎드려 고개를 숙이고 돌면서 절도 있게 춤을 추었다. 곽개사가 이내 노래를 지어 불렀다. 강과 바다에 몸을 붙여 구멍 속에 살지언정

기운을 토하면 범과도 다툰다네.

이 몸이 구 척이니 나라님께도 진상하고

겨레가 열 갈래니『십이종해도기』에 “문등과 여항이 풀, 나무, 벌레, 고기를 많이 알므로 화공에게 명하여 게 그림을 그리게 하였는데, 모두 열두 종류나 되었다.”고 했다 이름도 많다네.

거룩하신 용왕님의 기쁜 잔치에 참석하여

열 발을 구르면서 옆으로 걸어가네.

못 속에 깊이 잠겨 혼자 있기 좋아하고

강나루 등불에 놀라기도 했었지.

은혜를 갚으려고 구슬 눈물을 흘렸던가?[泣珠]‘읍이출주(泣而出珠)’의 준말. ‘울면서 구슬을 내어 놓는다’는 뜻이다. 인어가 인간세계에 나와 비단 장수를 하고 있었는데, 떠날 대에 주인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그릇을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인어가 울었더니 눈물이 떨어져 구슬이 되었다고 한다

원수를 갚으려고 창을 뽑아 들었던가?

호수 다리에 사는 거족들이야

무장공자(無腸公子)진나라 때 학자 갈홍이 『포박자』에서 게를 무장공자라고 했다. 여기서는 ‘속없는 놈’이라는 뜻이다라 나를 비웃지만,

군자에게도 비할 만하니

덕이 뱃속에 차서 내장에 누렇다네.송나라 때 요리책 『산가청공』에서 게를 찬양하며 “누런 속은 이치에 통달하여 아름다움이 그 속에 있으며, 사지에 통달하여 아름다움이 지극하다.”고 했다

속이 아름다워 온 사지에 통달하니

엄지발에 향이 맺혀 옥빛으로 통통해라.

오늘 저녁은 어떤 저녁이던가?

요지(瑤池)중국 곤륜산에 있다는 못. 여기서는 신선세계를 뜻한다 술잔치에 내가 왔네.

용왕께서 머리 들어 노래하시자

손님들 취해 술렁이네.

황금 궁전 백옥상에

술잔을 돌려 풍류 베푸니,

군산(君山)동정호 속에 있는 산이다. 중국 전설에 나오는 여신 상군이 노닐던 곳이어서 군산이라 했다의 세 피리 묘한 소리를 울리고

선부(仙府)의 아홉 주발에는 신선의 술이 가득 찼네.

산귀신도 와서 더덩실 춤을 추고

물고기들도 펄떡펄떡 뛰노네.

산에는 개암나무 있고 진펄엔 씀바귀가 있으니『시경』패풍「간혜」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성인이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모든 생물이 각기 제자리를 얻었다.’는 뜻이다

그리운 우리 님을 잊을 수가 없어라. (그가 춤을 추면서) 왼쪽으로 돌다가 오른쪽으로 꺾어지며 뒤로 물러났다가 앞으로 달려가기도 하니, 자리에 가득 모였던 사람들이 모두 몸을 비틀면서 웃음을 참지 못하였다. 그의 춤이 끝나자 또 한 사람이 나섰는데, 자칭 현(玄) 선생고대 시에서 거북을 현부(玄夫)라고 했는데, 여기서 ‘현’이라는 성을 따온 것이다이라고 하였다. 꼬리를 끌며 목을 빼고 기운을 뽐내다가, 눈을 부릅뜨고 앞으로 나와서 말하였다. “저는 시초(蓍草) 그늘에 숨어 지내는 자요,『사기』「구책열전」에 점치는 거북의 설을 인용하여 ”위에 시초가 빽빽하게 나 있으면 그 아래에 신령한 거북이 있다.“고 했다 연잎에서 놀던 사람입니다. 낙수(洛水)에서 등에다 글을 지고 나와 이미 하나라 우임금의 공로를 나타내었으며,오나라 재상 육기의 「낙양기」에 ”우임금 때에 낙수에서 신령스런 거북이 나왔는데, 글을 등에 지고 나와서 우임금에게 주었다. 그 글은 바로 물을 다스리는 글이었다.“고 했다 맑은 강물에서 그물에 잡혔지만 일찍이 송나라 원군(元君)의 계책을 이루어 주었습니다.『장자』에 ”송나라 원군이 밤에 꿈을 꾸었는데, 한 살마이 머리를 흩뜨리고 나타나 말하였다. “나는 청강사자 하백입니다. 어부 예차가 나를 잡을 것입니다.” 원군이 깨어서 해몽가를 불러다 점치게 하였더니, ‘이는 신령스런 거북입니다.’ 하였다. 이튿날 예차가 그물을 쳐서 흰 거북을 잡았는데, 둘레가 다섯 자나 되었다. 원군에게 바쳤더니 곧 죽여서 점을 쳤는데, 칠십 번 점쳐도 한 번도 틀림이 없었다.“고 했다 비록 배를 갈라서 사람을 이롭게 해주기는 하였지만, 껍질 벗겨지는 것은 견뎌 내기가 어렵습니다. 두공(斗栱)에 산을 새기고 동자기둥에 마름을 그렸으니,『논어』「공야장」에 “장문중이 (채나라에 머물면서 거북을 앉히는데) 두공과 동자기둥에 산과 마름을 그렸으니 얼마나 지혜로운가?”라고 했다. 점치는 거북의 집을 화려하게 지었다는 뜻이다 노나라 장공(臧公)노나라 대부 장문중을 가리킴이 제 껍질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돌 같은 내장에다가 검은 갑옷까지 입었으니, 내 가슴에서는 장사의 기상을 토하였습니다. 노오(盧敖)가 만난 신선은 바다 위에서 내 등에 걸터앉았으며,노오는 진나라 사람으로, 북해에서 신선 약사를 만났을 때에 약사가 거북의 등에 걸터앉아 바지락조개를 먹었다고 한다 모보(毛寶)의 군사는 강 가운데서 나를 놓아주었습니다.『속수신기』에 “진나라 예주자사 모보가 한 군인을 데리고 있었는데, 길이가 다섯 자나 되는 흰 거북을 사들였다. 그 거북을 기르다가 차츰 커지자 강 가운데 놓아주었다. 나중에 조난을 당하여 강을 건너던 사람들이 모두 물에 빠져 죽었는데, 그 거북을 기르던 사람만은 갑옷을 입은 채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한 바위 위에 떨어진 것을 깨닫고 곧 살펴보았더니, 바로 지난번에 놓아주었던 흰 거북이었다.”고 했다. 거북을 놓아준 이가 모보의 군사가 아니라 모보라고 하기도 한다. 적들의 공격에 성이 함락되자 양쯔강을 건너기 위해 병사들이 강물에 뛰어들었지만 강을 건너지 못하고 모두 죽고 만다. 모보도 무거운 갑옷을 입은 채 양쯔강으로 뛰어 들었는데, 흰 거북이 건너편 강가로 데려다 주었다 살아서는 세상을 기쁘게 하는 보배가 되고, 죽어서는 좋은 길을 예언하는 보물이 되었습니다. 이제 입을 벌리고 노래를 불러 천년 장륙(藏六)거북이 육근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장륙’이라고도 부른다. 육근은 안근(眼根), 이근(耳根), 비근(鼻根), 설근(舌根), 신근(身根), 의근(意根)을 가리킨다의 회포를 풀어 보렵니다.” (현 선생이) 그 앞에서 기운을 토하자 실오리처럼 나부껴 그 길이가 백여 척이나 되더니, 이를 들어 마시자 자취도 없이 되었다. 그리고는 그 목을 움츠려서 사지 속에 감추기도 하고, 혹은 목을 길게 빼어 머리를 흔들기도 하였다. 얼마 뒤에 앞으로 조용히 나아와 구공무(九功舞)중국 당나라 태종 때의 세 가지 춤 가운데 하나를 추면서 혼자 나아갔다 물러났다 하더니, 이내 노래를 지어 불렀다. 그 가사는 이러하였다. 산 속 연못에 의지하여 나 홀로 지내며

호흡만으로 오래도록 살고 있네.

천년을 살면서 오색을 갖추고『포박자』에 “천 년이 된 겁구은 다섯 가지 빛깔을 갖춘다.”고 했다

열 꼬리백난천이 지은 「백공육첩」에 “거북이 구 년 되면 꼬리가 하나 있고, 천년이 되면 꼬리가 열 개 있다.”고 했다를 흔들며 가장 신령하였네.

내 차라리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지언정

(죽어) 묘당(廟堂)본래 뜻은 조정이지만, 여기서는 거북을 간수하는 집을 말한다에 간직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네.

단약(丹藥)신선이 만든다는 신령스러운 약이 아니라도 오래 살 수 있으며

도를 배우지 않아도 영과 통한다네.

천 년만에 성스런 님을 만나면

상서로운 징조들이 빛나게 나타나며,

내 수족(水族)의 어른이 된지라

연산(連山) 귀장(歸藏)의 이치를 연구하였네.옛날에 세 가지 역(易)이 있었는데, 연산, 귀장, 주역을 삼역이라고 했다. 연산은 하나라의 역이고, 귀장은 은나라의 역이며, 주역은 주나라의 역이라고 한다

문자를 지고 나오니 숫자가 있었으며

길흉을 알려 주어 계책을 이루게 하였네.

지혜가 많다 하여도 곤액(困厄)몹시 딱하고 어려운 사정과 재앙이 겹친 불운은 어쩔 수 없고

능력이 많아도 못 미칠 일이 있었네.

가슴을 쪼개고 등을 지지는 것 면치 못하여

물고기와 벗 삼아 자취를 감추고서,

목을 빼고 발을 들어

높은 잔치 자리에 끼어들었네.

용왕님의 조화를 축하하려고

힘차게도 붓을 뽑아 들자,

술 권하고 풍악을 베풀어

즐거움 끝이 없어라.

북을 치고 퉁소를 부니

골짜기에 숨은 규룡(虬龍)중국의 문헌인 『광아(廣雅)』에는 뿔이 달린 용으로 되어 있고, 사전에는 뿔이 없는 용으로 되어 있다이 춤을 추네.

산도깨비들 모여들고

물귀신들도 모여드네.

온교(溫嶠)처럼 무소뿔을 태우고진나라 사람 온교가 우저기(채석강)에 이르렀는데, 물이 깊어 그 속을 헤아릴 수 없었다. 사람들이 괴물이 많다고 했으므로, 그가 무소뿔을 태워 물속을 비춰보았다

우임금의 솥으로 부끄럽게 하였네.우임금이 구주(九州, 당시 천하를 구주라고 했다)의 쇠를 거두어 구정(九鼎, 아홉 개의 솥)을 만들었다. 솥에 귀신의 모습을 그려 그 간사함을 알게 했더니, 백성들이 강이나 숲에 들어가도 온갖 귀신과 도깨비들이 그 형체를 나타내지 못했다고 한다

앞뜰에서 서로 만나 춤추고 뛰어 놀며

껄껄 웃기도 하고 손뼉도 치네.

해 저물자 바람이 일어

물고기들 뛰놀고 물결 일렁이는데,

좋은 때를 늘 얻을 수 없어

내 마음이 자못 괴롭고 강개(慷慨)의기가 북받쳐 원통하고 슬픔하구나. 노래는 끝났지만 그래도 황홀하여 발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춤을 추었다. 그 몸짓을 형용할 수가 없어, 자리에 가득하였던 사람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였다. 현 선생의 놀음이 끝나자 숲속의 도깨비와 산 속의 괴물들이 일어나서 저마다 장기를 자랑하였다. 누구는 휘파람을 불고 누구는 노래를 불렀으며, 누구는 춤을 추고 누구는 피리를 불었다. 누구는 손뼉을 치고, 누구는 시를 외웠다. 그들이 노는 꼴은 저마다 달랐지만 소리는 같았는데, 그들이 지어 부른 노래는 이러하였다. 용신께서 못에 계시며

어쩌다 하늘에도 오르시네.

아아, 천만 년 동안

기나긴 복을 누리소서.

귀하신 손님 맞이하니

신선처럼 의젓하여라.

새로 지은 노래를 즐기니

구슬을 꿰맨 듯하여라.

옥돌에다 깊이 새겨

천 년 길이 전하리라.

군자께서 돌아가신다 하니

아름다운 이 잔치를 베풀었네.

「채련곡(採蓮曲)」악부 이름인데, 대개 남녀의 사랑을 읊은 내용이다을 노래하며

나풀나풀 춤을 추고,

두둥둥 쇠북을 두들기며

거문고 뜯어 화답하네.

뱃노래 권주가로

고래처럼 술 마시네.

예절 갖추어 놀면서도

즐거움 끝이 없어라. 노래가 끝나자 강하(江河)의 군장들이 꿇어앉아 시를 지어 바쳤다. 그 첫째인 (조강신의) 시는 이러하였다. 푸른 바다로 흘러드는 물은 그 형세가 쉼이 없어

힘차게 이는 물결이 배를 가볍게 띄웠어라.

구름이 흩어진 뒤에 밝은 달은 포구에 잠기고

밀물이 밀려들자 건들바람 섬에 가득해라.

날이 따뜻해지자 거북과 고기들 한가롭게 나타나고

맑은 물살에 오리 떼들은 제멋대로 떠다니네.

해마다 파도 속에 시달리던 이 몸인데

오늘 저녁 즐거움으로 온갖 근심이 다 녹았네. 둘째인 (낙하신의) 시는 이러하였다. 오색 꽃 그림자가 겹자리를 덮었고

대그릇과 피리들이 차례로 벌여 있네.

운모(雲母) 휘장 두른 곳에 노랫소리 간드러지고

수정 주렴 드리운 속에선 나풀나풀 춤을 추네.

성스런 용왕님께서 어찌 못 속에만 계시겠나?

문사(文士)는 그 전부터 자리 위의 보배로다.『예기』에 “선비는 자리 위의 보배인데 부름 받기를 기다린다.”고 했다. 사람의 몸에 덕이 있음을 비유한 말이다

어찌하면 긴 끈을 얻어 지는 해를 잡아매고

아름다운 봄 햇살 속에 흠뻑 취해 지내려나. 셋째 (벽란신의) 시는 이러하였다. 용왕님께선 술에 취해 금상에 기대셨는데

산 아지랑이 피어나고 해는 이미 석양일세.

너울너울 곱게 춤추며 비단 소매 돌아가고

맑은 노래 가느다랗게 대들보를 안고 도네.

외로운 회포 몇 해인가, 분개하며 은섬을 뒤집었는데

오늘에야 기쁘게도 백옥잔을 함께 드네.

흘러가는 이 세월을 아는 사람이 없느니

예나 이제나 세상일은 너무나도 바빠라. (세 강신이) 짓기를 마치고 용왕에게 바치자, 용왕이 웃으면서 읽어 본 뒤에 사람을 시켜 한생에게 주었다. 한생은 이 시를 받고 꿇어앉아 읽었다. 세 번이나 거듭 읽으며 감상한 뒤에, 그 자리에서 이십 운(韻)의 장편시를 지어 성대한 일을 노래하였다. 그 가사는 이러하였다. 천마산이 은하수 위에 높이 솟아

폭포가 공중에 날아가네.

곧바로 떨어져 숲과 골짜기를 뚫고

급하게 흘러 큰 시내가 되었네.

물 가운데엔 달이 잠기고

못 밑바닥엔 용궁이 있어,

신기한 변화로 자취를 남기시고

하늘에 올라 공을 세우시니,

뭉쳐 고인 기운이 가는 안개를 낳고

태탕(駘蕩)넓고 크다. 봄날의 바람이나 날씨가 화창하다한 기운이 상서로운 바람을 일으키네.

하늘에서 분부가 중하여

청구(靑丘)중국에서 우리나라를 부르는 또 하나의 이름. ‘청(靑)’은 동쪽을 말한다에 높은 작위를 베풀었으니,

구름 타고 임금의 어좌(御座)에 조회하시고

청총마를 달리며 비를 내리시네.

황금 대궐에서 잔치를 열고

옥 뜰에서 풍류를 베푸셨으니,

찻잔에는 노을이 뜨고

연잎에는 붉은 이슬이 젖네.

위의(威儀)무게가 있어 외경(畏敬)할만한 규율에 맞는 행위와 몸가짐도 정중하건만

예법은 더욱 높아,

의관과 문채(文彩)옷감이나 조각품 따위를 장식하기 위한 여러 가지 모양 찬란하고

환패 소리 쟁쟁하여라.

물고기와 자라들 조회 드리고

큰 강의 신령들도 모였으니,

조화가 어찌 그리 황홀하던지

숨은 덕이 더욱 깊으셔라.

(동산에서) 북을 쳐서 꽃을 피게 하고

술잔 속에는 무지개가 있네.

천녀는 옥피리를 불고

서왕모(西王母)『산해경』에 따르면 서방 곤륜산에 사는 신인(神人)으로, 사람 얼굴에 호랑이의 이빨, 표범의 털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불로불사의 신선이라고 전해진다. 관련 이야기로 서왕모의 불사약을 항아가 훔쳐 달나라로 달아난 것과 동방의 남신 동왕부가 배우자로 전해진다.는 거문고를 타네.

백 번 절하고 술잔을 올리며

만수무강하시라 세 번 외치네.

얼음 같은 과일에다

수정 같은 채소까지 있어,

온갖 진미에 배부르고

깊은 은혜는 뼈에 스며라.

신선의 이슬을 마신 듯

봉래산에 구경 온 듯,

즐거움 다하여 헤어지려니

풍류마저 한바탕 꿈과 같아라. 한생이 시를 지어 바치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감탄하고 칭찬하여 마지않았다. 용왕이 감사하면서 말하였다. “이 시를 마땅히 금석에 새겨 우리 집의 보배로 삼겠습니다.” 한생이 절하고 감사드린 뒤에 앞으로 나아가 용왕에게 아뢰었다. “용궁의 좋은 일들은 이미 다 보았습니다. 그런데 웅장한 건물들과 넓은 강토도 둘러 볼 수가 있겠습니까?” 용왕이 말하였다. “좋습니다.” 한생이 용왕의 허락을 받고 문 밖에 나와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는데, 오색구름이 주위에 둘려 있는 것만 보여서 동서를 분별할 수가 없었다. 용왕이 구름을 불어 없애는 자에게 명하여 구름을 쓸어버리게 하자, 한 사람이 궁전 뜰에서 입을 오므리며 한 번에 불어 버렸다. 그러자 하늘이 환하게 밝아졌는데, 산과 바위, 벼랑도 없고 다만 넓은 세계가 바둑판처럼 보였는데 수십 리나 되었다. 아름다운 꽃과 나무가 그 가운데 줄지어 심어져 있었고, 바닥에는 금모래가 깔려 있었다. 둘레는 금성으로 쌓아졌으며, 그 행랑과 뜰에는 모두 푸른 유리 벽돌을 펴고 깔아서 빛과 그림자가 서로 비치었다. 용왕이 두 사람에게 명하여 한생을 이끌고 구경시키도록 하였다. 한 누각에 이르렀는데, 그 이름을 ‘조원지루(朝元之樓)’하늘에 조회하는 누각라고 하였다. 이 누각은 순전히 파려(玻瓈)파리(玻璃). 일곱 가지 보석 가운데 ‘수정’을 이르는 말로 이루어졌고 진주와 구슬로 장식하였으며, 황금색과 푸른색으로 아로 새겨있었다. 그 위에 오르자 마치 허공을 밟는 것 같았으며, 그 층이 열이나 되었다. 한생이 그 위층까지 다 올라가려고 하자 사자가 말하였다. “여기는 용왕께서 신력(神力)으로 혼자만 오르실 뿐이고, 저희들도 또한 다 둘러보지를 못하였습니다.” 이 누각의 위층이 구름 위에 솟아 있었으므로 보통 사람이 올라 갈 수는 없었다. 한생이 칠 층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와 또 한 누각에 이르렀는데, 그 이름은 ‘능허지각(凌虛之閣)’능운각(凌芸閣), 능소각(凌霄閣)과 같은 말인데, 하늘에 높이 솟은 누각이라는 뜻이다이었다. 한생이 물었다. “이 누각은 무엇 하는 곳입니까?” “이 누각은 용왕께서 하늘에 조회하실 때에 그 의장(儀仗)을 갖추고 의관을 손질하는 곳이랍니다.” 한생이 청하였다. “그 의장을 보고 싶습니다.” 사자가 한생을 인도하여 한 곳에 이르렀더니 한 물건이 있었는데, 마치 둥근 거울과 같았다. 그런데 번쩍번쩍 빛나서 눈이 어지러워 제대로 살펴볼 수가 없었다. 한생이 말하였다. “이것은 무슨 물건입니까?” “(번개를 맡은) 전모(電母)기우(祈雨)를 행할 때, 이 전모에게 빌어 뇌전(雷電)을 일으켜 비를 내리도록 하였음의 거울이지요.” 또 북이 있었는데, 크고 작은 것이 서로 어울렸다. 한생이 이를 쳐다보려고 하자 사자가 말리면서 말하였다. “이 북을 한번 친다면 온갖 물건이 모두 진동하게 됩니다. 이것은 (우레를 주관하는) 뇌공(雷公)의 북입니다.” 또 한 물건이 있었는데 풀무 같았다. 한생이 흔들어 보려고 하자 사자가 다시 말리면서 말하였다. “만약 한 번 흔든다면 산의 바위가 다 무너지며 큰 나무들도 다 뽑히게 됩니다. 이것은 바람을 일게 하는 풀무랍니다.” 또 한 물건이 있었는데 빗자루처럼 생겼고, 그 옆에는 물 항아리가 있었다. 한생이 물을 뿌려 보려고 하자 사자가 또 말리면서 말하였다. “물을 한 번 뿌리면 홍수가 나서, 산이 잠기고 언덕까지 물이 오르게 된답니다.” 한생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어찌 구름을 불어 내는 기구는 두지 않습니까?” “구름은 용왕의 신력으로 되는 것이지요. 기계가 움직여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랍니다.” 한생이 또 말하였다. “뇌공(雷公)과 전모(電母)대개 전(電)은 음(陰)에서 나오는 것으로 여겨 전모(電母)라 하였고, 뇌(雷)는 양(陽)에서 나오는 것으로서 뇌공(雷公)이라 하였음와 풍백(風伯)과 우사(雨師)는 어디에 있습니까?” “천제(天帝)께서 그윽한 곳에 가두어 두고 돌아다지지 못하게 하였지요. 용왕께서 나오시면 곧 모여든답니다.” 그 나머지 기구들은 다 알 수가 없었다. 또 기다란 행랑이 몇 리쯤 잇따라 뻗어 있었는데, 문에는 용의 모습을 새긴 자물쇠가 잠겨 있었다. 한생이 물었다. “여기는 어디입니까?” 사자가 말하였다. “여기는 용왕께서 칠보(七寶)일곱 가지 주요 보배. 『무량수경』에서는 금ㆍ은ㆍ유리ㆍ파리ㆍ마노ㆍ거거ㆍ산호를 이르며, 『법화경』에서는 금ㆍ은ㆍ마노ㆍ유리ㆍ거거ㆍ진주ㆍ매괴를 이른다를 간직하여 두신 곳이랍니다.” 한생이 한참 동안 두루 돌아다니며 구경하였지만, 다 둘러볼 수는 없었다. 한생이 말하였다. “그만 돌아가겠습니다.” 사자가 말하였다. “그러시지요.” 한생이 돌아오려고 하였더니 그 문들이 겹겹이 막혀서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자에게 부탁하여 앞에서 인도하게 하였다. 한생이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와서 용왕에게 감사드렸다. “대왕의 두터우신 은덕을 입어 훌륭한 곳들을 두루 둘러보았습니다.” 한생이 두 번 절하고 작별하였다. 그랬더니 용왕이 산호쟁반에다 진주 두 알과 흰 비단 두 필을 담아서 노잣돈으로 주고, 문 밖에 나와서 절하며 헤어졌다. 세 신도 함께 절하고 하직하였다. 세 신은 수레를 타고 곧바로 돌아갔다. 용왕이 다시 두 사자에게 명하여 산을 뚫고 물을 헤치는 무소뿔통천서각(通天犀角)을 말하는데, 이것을 가지고 물에 들어가면 물길이 열린다고 한다을 가지고 한생을 인도하게 하였다. 한 사람이 한생에게 말하였다. “제 등에 올라타고 잠깐만 눈을 감고 계십시오.” 한생이 그 말대로 하였다. 한 사람이 서각을 휘두르면서 앞에서 인도하는데, 마치 공중으로 날아가는 것 같았다. 오직 바람소리와 물소리만 들렸는데, 잠시도 끊어지지 않았다. 이윽고 그 소리가 그쳐서 눈을 떠보았더니, 자기 몸이 거실에 드러누워 있었다. 한생이 문 밖에 나와서 보았더니 커다란 별이 드문드문 보였다. 동방이 밝아 오고 닭이 세 홰나 쳤으니, 밤이 오경쯤 되었다. 재빨리 품속을 더듬어 보았더니 진주와 비단이 있었다. 한생은 이 물건들을 비단 상자에 잘 간직하였다. 귀한 보배로 여기면서, 남에게 보여 주지도 않았다. 그 뒤에 한생은 세상의 명예와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명산으로 들어갔다. 어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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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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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소개

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은 금오신화에 수록되어 있는 다섯 편의 단편소설 중 남염부주지와 함께 지금으로부터 540여 년 전 우리 민족으로는 최초로 몽유록계 소설 구조를 갖추고 창작된 작품으로 조선 중기 이후 많이 창작된 몽유록계 소설의 선구가 된 작품이다.

또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이나 지명, 시대적 배경 등이 모두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했다는 점도 자아구현과 민족주체성 확립에 전형이 되어 온 작품이다.

이 외에도 이 소설에서는 어족(魚族)을 의인화하는 소설 작법을 도입해 게를 <곽 개사>로, 거북을 <현 선생>으로 의인화해 용왕과 더불어 살아가는 반열로 끌어올리며 그들의 움직임을 동영상을 보듯 해학적으로 묘사해 놓은 기교는 “가히 일품”이라는 문학적 평가를 수백 년 동안 받아오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소설 제목으로 일컬어지는 <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이라는 한자어 제목을 한글로 번역하면 <용궁에서 잔치에 간 기록> 또는 <용궁 잔치에 초대받다>로 풀이되는데, 이 소설은 주인공이 꿈속에 용궁으로 초대되어 체험한 갖가지 기인한 이야기를 통해 세조 통치에 대한 작가의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작품으로 구조 유형상으로는 몽유소설로 분류되는 작품이다.

▣ 작품 줄거리

이야기는 고려시대 도읍지였던 송도 천마산에서부터 시작된다. 그곳에는 표연(瓢淵)이라는 용추가 있었는데 그 용추에는 용신이 살고 있다는 전설이 예로부터 전해오고 있었다.

이곳에 젊어서부터 글을 잘 지어 문사로 평판이 자자한 한생(韓生)이란 선비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한생(韓生)이 집에서 혼자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는데, 표연(飄然)에 살고 있는 용왕이 한생에게 사자(使者)를 보냈다. 청삼을 입고 복두를 쓴 관원이 찾아와서 “용왕이 그를 모셔오라고 했다.”면서 한생을 용궁으로 데리고 갔다.

한생이 청의동자(靑衣童子)의 안내를 받으며 함인지문(含仁之問)을 지나 수정궁으로 들어가니 조강신, 낙하신, 벽란신의 세 신왕(神王)이 먼저 초대되어 와 있었다. 용왕은 그 세 신들과 함께 한생을 반갑게 맞으면서, 한생을 초대한 이유를 밝혔다. 용왕은 무남독녀 외동딸인 공주의 화촉동방을 꾸밀 가회각(佳會閣)이라는 새 집을 짓고 상량문이 필요해 문사로 평판이 높은 한생을 용궁까지 모시게 되었다면서 자초지종을 밝혔다.

취지를 알아차린 한생이 일필휘지로 <상량문>을 지어 주자, 용왕은 잔치를 벌여 한생을 대접했다. 먼저 미녀 10여 명이 나와 벽담곡을 부르고, 그 뒤를 이어 총각 10여 명이 나와 회풍곡을 불렀다. 그러자 용왕도 옥룡적(피리)을 불며 수룡음을 읊었다. 그 뒤를 이어 곽 개사가 나와 팔풍무를 추며 노래를 불렀고, 현 선생이 나와 구공무를 추며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가 끝나자 숲 속의 도깨비와 산 속에 사는 괴물들도 나와 휘파람을 불며 함께 노래를 불렀다.

그들의 노래가 끝나자, 먼저 초빙되어온 세 신들도 용왕에게 시를 지어 바쳤고, 그 시를 읽어 본 한생도 근체시 20운을 지어 올렸다. 용왕이 그 시를 읽어보고는 금석에 새겨 보배로 삼겠다고 만족해 했다.

잔치가 끝난 뒤, 한생은 용왕에게 용궁을 구경시켜 달라고 청했다. 용왕은 쾌히 승낙하며 시중을 드는 사자에게 명하여 한생에게 용궁 내부를 구경시켜 주었다. 한생은 여러 누각과 용궁 내의 여러 진귀한 보물들을 두루 구경하고, 용왕이 하사하는 진주 두 알과 흰 비단 두 필을 선물로 받아 용궁을 떠나온다. 사자의 등에 업혀 돌아오는 동안 물소리와 바람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그치자 눈을 또 보니 자기 집 방안이었다.

한생은 그때야 자신이 잠이 들어 꿈을 꾸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밖으로 나와 보니 바깥은 희뿌옇게 날이 밝아오는 오경(五更) 때였다. 그는 묘한 느낌에 자신의 품속을 더듬어 보니 꿈속에 용왕이 준 하사품이 그대로 있었다.

한생은 그 하사품을 상자 속에 넣어 간직하면서 살다가 세상의 명리가 덧없음을 느끼고 명산에 들어가 살았다. 그가 어디서 생을 마쳤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말로 소설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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