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위축으로 투자 몰려…금감원, 소비자 경보 발령
금융감독원 전경. 금감원 제공
주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신기술사업투자조합’(신기술조합)에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몰리는 가운데, 증권사가 원금손실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매하는 등 소비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5일 “신기술조합은 사모펀드와 유사하지만 원금손실 위험이 크고 투자자 보호 수준이 미흡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며 소비자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신기술조합은 신기술사업금융회사(증권사 등)가 설립한 조합으로, 투자자(조합원)한테 자금을 모아 신기술사업자에 투자한다. 지난 2016년 정부가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자가 신기술사업금융회사를 겸영할 수 있게 허용한 뒤 개인 조합원 모집이 급증하고 있다.
신기술조합 수는 2018년 459개에서 지난해 말 997개로 두 배 이상 늘었고, 같은 기간 투자약정금액은 7조2천억원에서 11조7천억원으로 62.5% 증가했다.
증권사를 통해 모집된 신기술조합의 출자자(LP)는 올해 3월 기준 3327명이고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가 2521명(75.8%)을 차지한다. 개인투자자는 2018년(366명) 대비 7배가량 늘었다. 개인투자자의 대부분은 일반투자자(2437명)로, 2019년 이후 사모펀드 시장 위축에 따른 풍선효과로 급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증권사가 투자자의 위험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중요사항을 설명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는 등 불완전 판매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신기술조합 투자권유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이행 의무가 없는 상태다.
금융감독원 제공
금감원의 점검 사례를 보면, 한 증권사는 신기술조합이 사모펀드와 다른데도 조합 이름을 ‘○○펀드’로 기재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가 만든 투자조합은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투자 기업에 관한 중요 사항 설명을 누락했다. 한 투자조합이 투자한 회사는 자체 개발한 약품이 의약품 승인을 받지 못해 부실화되면서 자산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금감원은 증권사가 소비자에게 신기술조합 투자를 권유할 때 금융소비자법의 설명의무 등 규제를 준용하고 이에 필요한 내부통제 장치를 마련하도록 행정지도하겠다고 했다. 금감원은 “신기술 투자는 성공 시에 고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원금손실 등 투자위험이 큰 상품으로, 판매 증권사에 투자 대상·구조, 운영주체, 투자위험 등 충분한 설명자료를 요구해 검토한 뒤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경미 기자 [email protected]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등 여러 법률에 근거하여 집합투자기구(소위 ‘펀드’)가 설립되고 있다. 이러한 펀드의 참여자는 펀드의 재산을 굴리는 집합투자업자(소위 ‘펀드매니저’)와 펀드매니저에게 재산을 맡긴 투자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국내에서 흔히 사용되는 펀드는 투자신탁이나 사모투자전문회사가 대표적이고,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벤처투자법”)에 의한 벤처투자조합이나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에 의한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하 “신기사조합”) 등이 자주 결성되고 있다. 이러한 펀드의 투자자들은 투자한 재산을 한도로 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투자신탁의 경우) 신탁재산을 한도로 책임을 부담하는 수익자, (회사 형태인 사모투자전문회사의 경우) 유한책임사원 또는 (투자조합의 형태인 경우) 유한책임조합원 등의 형식으로 유한책임을 부담하는 투자자가 된다. 예컨대, 합자회사의 형태를 띠는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유한책임사원은 상법에 의해 유한책임을 인정받는다(상법 제279조). 투자자로서는 유한책임만을 부담한다고 믿고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신기사조합의 경우 유한책임이 인정되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특히 현재의 실무로는 유한책임이 부인될 가능성마저 있어서 주의를 요한다.
문제는 여전법에서 신기사조합이 어떤 법적 실질을 가지는 조합인지 명시하지 아니한 데에서 출발한다. 여전법에는 공모 신기사조합의 경우 투자합자조합과 관련된 자본시장법 일부 조항이 적용되지 않도록 정하고 있을 뿐이다(제44조의2). 이는 한편으로는 여전법이 신기사조합을 구성할 때 일반 조합(민법 제703조), 익명조합(상법 제78조), 합자조합(상법 제86조의2) 등 여러 형태를 유연하게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반면, 유한책임을 보장받아야 하는 투자자로서는 어떤 조항이나 법리에 따라 유한책임을 보장받는지 불안하게 만드는 문제도 야기한다.
자본시장법이나 다른 특별법에 의한 투자조합의 경우, 유한책임조합원이 유한책임을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가 법률에 명시되어 있다. 즉, 자본시장법에서 인정되는 투자조합은 투자합자조합(같은 법 제9조 제18항 제5호)과 투자익명조합(같은 항 제6호) 두 가지인데, 이 경우 유한책임조합원은 상법에 따라 유한책임을 인정받는다(상법 제80조, 제86조의 6). 또한, 다른 특별법에 의한 투자조합의 경우에도 유한책임의 인정근거가 명시되어 있다. 예컨대, 舊 중소기업창업 지원법(2020. 2. 11. 법률 제169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舊 중소기업창업법”)에 따른 창업투자조합이나 벤처투자법에 따른 벤처투자조합의 경우에도 각 조합의 설립근거법에서 일부 조합원의 유한책임을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있다(舊 중소기업창업법 제20조 제2항, 제27조, 벤처투자법 제50조 제3항, 제65조). 이와 관련하여, 벤처투자법의 경우에는 유한책임을 선언하면서 ‘합자조합’의 규정이 준용되어서 유한책임이 인정된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으나(같은 법 제65조), 창업투자조합의 경우에는 민법에 정한 조합규정을 준용하면서도(舊 중소기업창업법 제30조) 조합원의 유한책임은 명시적인 규정을 두었던 것이다(舊 중소기업창업법 제27조). 그러나 여전법에는 이와 같이 신기사조합의 조합원에 대해 유한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없기 때문에 문제이다.
여전법에는 단지 “손실의 분배비율을 달리 정할 수 있다.”라는 조항(여전법 제44조 제3항)만 두고 있는데, 이 조항은 소위 대내적 관계에서 손실분배비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고 대외적인 유한책임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모든 조합원의 무한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민법상 조합 역시 손실분배비율은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는 점(민법 제711조)에 비추어 보면 위 여전법 제44조 제3항만으로 조합원의 유한책임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외에 여전법에서는 조합원의 대외적 유한책임을 인정할 만한 근거가 발견되지 않는다.
더구나, 현재 사용되고 있는 신기사조합의 조합규약 중에는 그 성격이 합자조합임을 명확히 밝히지 아니한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이는 여전법에서 신기사조합을 처음 제정하던 당시에는 아직 상법에 합자조합 제도가 도입되기 전이었기에 당시 신기사조합 규약은 민법상 조합을 기초로 작성되었고, 이후 합자조합이 상법에서 도입된 다음에도 기존 조합규약 양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합자조합임을 명확히 선언하지 아니한 조합규정을 가진 신기사조합은 민법상 조합으로 판단되어 모든 조합원들이 무한책임을 부담할 위험도 있다. 따라서, 조합원의 유한책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우선 조합규약부터 합자조합임을 명시하여야 하겠다.
나아가, 신기사조합을 합자조합으로 본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유한책임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상법은 합자조합의 경우 등기를 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상법 제86조의4). 상법 제86조의4에 정한 합자조합 등기가 효력요건인지 여부(소위 창설적 등기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다수학설은 위 등기가 효력요건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주석 상법(제4판), 총칙상행위, 한국사법행정학회編, 2013. 9.], 법원의 판결 전까지는 이 부분은 계속 불분명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창설적 등기 여부가 문제될 위험을 감수할 필요 없이 미리 등기를 마치는 것이 적절한 업무처리라고 생각된다. 또한 합자조합 등기를 통해, 그 신기사조합을 합자조합으로 설립한다는 의사를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참고로, 상업등기규칙에는 합자조합 등기절차를 상세하게 명시하고 있다(같은 규칙 제90조 내지 제96조).
현재 실무적으로는 신기사조합을 등기한 사례가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유한책임)조합원의 보호에 미흡한 면이 있다. 자본시장법상의 투자합자조합 역시 마찬가지로 등기가 필요하지만(같은 법 제218조 제4항), 자본시장법상의 투자합자조합은 이용되는 사례가 거의 없다. 오히려 투자조합이 활발하게 결성되는 것은 신기사조합(여전법), 창업투자조합(舊 중소기업창업법), 벤처투자조합(벤처투자법) 등 특별법에 의한 경우이다. 그런데, 벤처투자조합의 경우 벤처투자조합은 상법상 합자조합으로 보지만 그에 대한 등기가 필요 없다는 점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벤처투자법 제65조 단서). 창업투자조합은 애당초 민법상 조합의 규정이 준용되므로 합자조합의 등기는 필요 없고, 조합원의 유한책임은 舊 중소기업창업법에서 특칙으로 규정하였다(같은 법 제27조). 따라서, 합자조합 등기가 창설적 등기가 아니라고 볼 경우에도,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대항할 수 없는 점(상법 제37조, 제39조) 및 등기 해태의 경우에는 과태료의 제재를 받을 수 있는 점 (상법 제86조의9)에서, 벤처투자법에서와 같은 특칙이 없는 신기사조합은 합자조합의 등기를 마치는 것이 신중한 업무처리라고 본다. 이 점에서 신기사조합에 대한 합자조합 등기를 경료하지 않는 현재의 실무는 수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 이 글의 내용은 필자들의 개인적 견해이며, 법무법인(유한) 광장의 입장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