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6 나무 에 관한 시 All Ans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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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어주는아짐] 나무 (류시화 시) 스타리 낭송/ 라빵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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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작은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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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작은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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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찾기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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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찾기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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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나무가 되어야지 | 경영일반 | 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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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나무가 되어야지 | 경영일반 | 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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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생각하는 시’ 모음 < 신학 < 기사본문 -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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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st searched keywords: Whether you are looking for ‘자연을 생각하는 시’ 모음 < 신학 < 기사본문 - 뉴스앤조이 나무처럼 아름다운 시를 ... 내 영혼이 하늘에 감사하고 기도할 수 있다면 나무가 자신의 모든 것을 ... 다른 피조물에 대한 사랑을 깨우쳐 주소서. "냇물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느긋하게 흐름을 따르라./ 쉬지 말고 움직여라. 머뭇거리거나 두려워 말라.// 작은 풀들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겸손하라. 단순하라./ 작은 것들의 아름다움을 존중하라."(척 로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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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생각하는 시' 모음 < 신학 < 기사본문 -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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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 나무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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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 나무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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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사람들 > 커뮤니티 > 좋은글 > 이준관의 ‘은행나무 아래’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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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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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사람들 > 커뮤니티 > 좋은글 >  이준관의 ‘은행나무 아래’ 외” style=”width:100%”><figcaption>문학과 사람들 > 커뮤니티 > 좋은글 >  이준관의 ‘은행나무 아래’ 외</figcaption></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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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작은 옹달샘

* 나무 – 박목월

유성(儒城)에서 조치원(鳥致院)으로 가는 어느 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그루 늙은 나무를 만났다.

수도승(修道僧)일까. 묵중(默重)하게 서 있었다.

다음 날은 조치원(鳥致院)에서 공주(公州)로 가는 어느 가난한 마을 어귀(於口)에 그들은 떼를 져

몰려 있었다. 멍청하게 몰려 있는 그들은 어설픈 과객(過客)일까. 몹시 추워 보였다.

공주(公州)에서 온양(溫陽)으로 우회(迂廻)하는 뒷길 어느 산마루에 그들은 멀리 서 있었다.

하늘문(門)을 키는 파수병(把守兵)일까, 외로워 보였다.

온양(溫陽)에서 서울로 돌아오자, 놀랍게도 그들은 이미 내 안에 뿌리를 펴고 있었다.

묵중(默重)한 그들의. 침울(沈鬱)한 그들의. 아아 고독한 모습. 그 후로 나는 뽑아낼 수 없는 몇 그루의

나무를 기르게 되었다. *

* 소식 – 이성선

나무는 맑고 깨끗이 살아갑니다

그의 귀에 새벽 네 시의

달이 내려가 조용히

기댑니다

아무 다른 소식이 없어

바라보고 있으면 눈물이 납니다 *

* 나무 – 박남수

나무는 뛰기 시작했다.

한동안

신록(新綠)의 분수(噴水)로

하늘을 향해 뿜고 있더니,

이윽고 나무는

향기로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조용한 여울을 지우며

애기의 눈가를 간지리어서

결국 터지는 웃음이 되었다.

그후는

낮잠을 자고 있었을까.

전신(全身)으로 흔드는

지지지 노래를 울리면서

눈부신 빛깔ㅡ밝안 빛깔이

땅으로 투하(投下)되어

메마른 땅 속에서 폭발(爆發)하고

나무는 사방(四方)으로 뛰기 시작했다. *

* 상수리나무 – 이재무

애써 가꾼 한 해 양식을

지상으로 돌려보낸 뒤

한결 가벼워진 두 팔 들어올려

하늘 경배하는 그대들이여

주머니 속

때묻은 동전에 땀이 배인다 *

* 내게는 느티나무가 있다 1 – 권혁웅

느티, 하고 부르면 내 안에 그늘을 드리우는 게 있다

느릿느릿 얼룩이 진다 눈물을 훔치듯

가지는 지상을 슬슬 쓸어담고 있다

이런 건 아니었다, 느티가 흔드는 건 가지일 뿐

제 둥치는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느티는 넓은 잎과 주름 많은 껍질을 가졌다

초근목피(草根木皮)를 발음하면

내 안의 어린것이 칭얼대며 걸어온다

바닥이 닿지 않는 쌀통이나

부엌 한쪽 벽에 쌓아둔 연탄처럼

느티의 안쪽은 어둡다 하지만

이런 것도 아니다, 느티는 밥을 먹지도 않고

온기를 쐬지도 않는다

할머니는 한번도 동네 노인들과 어울리지 않으셨다

그저 현관 앞에 나와 담배를 태우며

하루 종일 앉아 있을 뿐이었다

이런 얘기도 아니다, 느티는 정자나무지만

할머니처럼 집안에 들어와 있지는 않으며

우리 집 가계(家系)는 계통수보다 복잡하다

느티 잎들은 지금도 고개를 젓는다

바람 부는 대로, 좌우로, 들썩이며,

부정의 힘으로 나는 왔다 나는 아니다 나는 아니다

여기에 느티나무 잎 넓은 그늘이 그득하다 *

* 오동나무의 웃음소리 – 김선우 서른 해 넘도록 연인들과 노닐 때마다 내가 조금쯤 부끄러웠던 순간은 오줌 눌 때였었는데 문 밖까지 소리 들리면 어쩌나 힘 주어 졸졸 개울물 만들거나 성급하게 변기 물을 폭포수로 내리며 일 보던 것인데 마흔 넘은 여자들과 시골 산보를 하다가 오동나무 아래에서 오줌을 누게 된 것이었다 뜨듯한 흙냄새와 시원한 바람 속에 엉덩이 내놓은 여자들 사이, 나도 편안히 바지를 벗어내린 것인데 소리 한번 좋구나! 그중 맏언니가 운을 뗀 것이었다 젊었을땐 왜 그 소릴 부끄러워했나 몰라, 나이 드니 졸졸 개울물 소리 되려 창피해지더라고 내 오줌 누는 소리 시원타고 좋아라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딸애들은 누구 오줌발이 더 힘이 좋은지, 더 넓게, 더 따뜻하게 번지는지 그런 놀이는 왜 못하고 자라는지 몰라, 궁금해하며 여자들 깔깔거리는 사이 문밖까지 땅 끝까지 강물소리 자분자분 번져가고 푸른 잎새 축축 휘늘어지도록 열매 주렁주렁 매단 오동나무가 흐뭇하게 따님들을 굽어보시는 것이었다 *

* 나무 – 윤동주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나무가 잠잠하면

바람도 자오. *

* 나무에 대하여 – 정호승

나는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가 더 아름답다

곧은 나무의 그림자보다

굽은 나무의 그림자가 더 사랑스럽다

함박눈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많이 쌓인다

그늘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그늘져

잠들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와 잠이 든다

새들도 곧은 나뭇가지보다

굽은 나뭇가지에 더 많이 날아와 앉는다

곧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

구부러지는 것을 싫어하나

고통의 무게를 견딜 줄 아는

굽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

구부러지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

* 열병(熱病) – 문태준

퀴퀴한 방 한구석에 모과를 쌓아둡니다

저녁밥 짓는 연기가 탱자나무 울타리에 엉켜 꽃이라도 피우려 합니다

젖은 발을 뜨락에 얹다 말 붙일 곳 없어 감나무에 말을 건넵니다

감나무는 끝이 까맣게 탄 감꽃을 떨구어 보입니다

사람에 실성한 사람을 누가 데려 살까요

늘그막 젖무덤 같은 두꺼비가 그늘을 따라 길게 옮겨갑니다. *

* 나무 학교 –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푸른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놓을 때

사랑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하며 나무를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

* 겨울나무 – 김영무

사람들이 옷을 껴입는 겨울에

왜 나무들은 옷을 벗을까

둥근 어깨며 겨드랑이

가지끝 실핏줄까지

청산리 자작나무는 왜 홀랑 드러내는가

눈송이 펄펄 꽃허럼 날리는 한밤중

춤출 수 없는 몸이라면 차라리

꼿꼿이 서서 얼어죽겠다?

깨질 듯한 하늘

찬바람 등등한 서슬에

낮달이 썩썩 낫을 가는 속수무책의 대낮,

겁먹고 숨죽인 봄햇살 유혹하려면

어쩌란 말이냐

무등산 겨울나무는 알몸의

신부가 되는 수밖에. *

* 나무에게 말을 걸다 – 나태주

우리가 과연

만나기나 했던 것일까?

서로가 사랑한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가진 것을 모두 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바람도 없는데

보일 듯 말 듯

나무가 몸을 비튼다. *

* 고목 – 복효근

오동은 고목이 되어갈수록

제 중심에 구멍을 기른다

오동뿐이랴 느티나무가 그렇고 대나무가 그렇다

잘 마른 텅 빈 육신의 나무는

바람을 제 구멍에 연주한다

어느 누구의 삶인들 아니랴

수많은 구멍으로 빚어진 삶의 빈 고목에

어느 날

지나는 바람 한 줄기에서 거문고 소리 들리리니

거문고 소리가 아닌들 또 어떠랴

고뇌의 피리새라도 한 마리 세 들어 새끼칠 수 있다면

텅 빈 누구의 삶인들 향기롭지 않으랴

바람은 쉼없이 상처를 후비고 백금칼날처럼

햇볕 뜨거워 이승의 한낮은

육탈하기 좋은 때

잘 마른 구멍하나 가꾸고 싶다 *

* 고규홍저[나무가 말하였네]-마음산책

<나무에 관한 시 모음> 오세영의 ‘나무처럼’ 외

<나무에 관한 시 모음> 오세영의 ‘나무처럼’ 외

+ 나무처럼

나무가 나무끼리 어울려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가지와 가지가 손목을 잡고

긴 추위를 견디어 내듯

나무가 맑은 하늘을 우러러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잎과 잎들이 가슴을 열고

고운 햇살을 받아 안듯

나무가 비바람 속에서 크듯

우리도 그렇게

클 일이다.

대지에 깊숙이 내린 뿌리로

사나운 태풍 앞에 당당히 서듯

나무가 스스로 철을 분별할 줄을 알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꽃과 잎이 피고 질 때를

그 스스로 물러설 때를 알듯

(오세영·시인, 1942-)

+ 나무의 경지

그래도 그냥 서 있는 것이 더 좋았다

누구에겐가 가서 상처를 만들기 싫었다

아무에게도 가지 않고 부딪히지 않고 상관하지 않으면서

혼자만의 생을 죽도록 살고 싶었다

자신만의 생각으로 하루의 처음과 끝을 빽빽이 채우는

나무는 지독한 이기주의자다

그게 한계다 치명적인 콤플렉스다

콤플렉스를 가진 나무는 아름답다

까마득한 세월을,

길들여지지 않고 설득 당하지 않고

설명할 필요도 없이 서 있는 그 한 가지로

마침내 가지 않고도 누군가를 오게 하는

한 경지에 이르렀다

많은, 움직이는, 지친 생명들이

그의 그늘 아래로 들어왔다

(정병근·시인, 1962-)

+ 나무

하느님이 지으신 자연 가운데

우리 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것은

나무이다.

그 모양이 우리를 꼭 닮았다.

참나무는 튼튼한 어른들과 같고

앵두나무의 키와 그 빨간 뺨은

소년들과 같다.

우리가 저물녘에 들에 나아가 종소리를

들으며 긴 그림자를 늘이면

나무들도 우리 옆에 서서 그 긴 그림자를

늘인다.

우리가 때때로 멀고 팍팍한 길을

걸어가면

나무들도 그 먼 길을 말없이 따라오지만,

우리와 같이 위으로 위으로

머리를 두르는 것은

나무들도 언제부터인가 푸른 하늘을

사랑하기 때문일까?

가을이 되어 내가 팔을 벌려

나의 지난날을 기도로 뉘우치면,

나무들도 저들의 빈손과 팔을 벌려

치운 바람만 찬 서리를 받는다, 받는다.

(김현승·시인, 1913-1975)

+ 묵상

삼백 년 묵은 느티나무에서

하루가 맑았다고

까치가 운다

잡것

(함민복·시인, 1962-)

+ 소식

나무는 맑고 깨끗이 살아갑니다

그의 귀에 새벽 네 시의

달이 내려가 조용히

기댑니다

아무 다른 소식이 없어

바라보고 있으면 눈물이 납니다

(이성선·시인, 1941-2001)

+ 브리스톨 콘 파인

수령 5,000년

겨우 1cm 자라는데

50-70년이 걸린다는

살아있는 나무

(임보·시인, 1940-)

* 우리나라 역사를 불려서 반만년이라고 하니 이 나무의 수령이 앞선 셈이다.

오래 살겠다고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아, 뛰는 것이 결코 장수의 비결이 아니다.

+ 사물(事物)의 꿈·1 – 나무의 꿈

그 잎 위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맞추며

나무는 그의 힘을 꿈꾸고

그 위에 내리는 비와 뺨 비비며 나무는

소리 내어 그의 피를 꿈꾸고

가지에 부는 바람의 푸른 힘으로 나무는

자기의 생(生)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정현종·시인, 1939-)

+ 나무는 즐겁다

말없이 서 있다가

팔을 벌려 반긴다

뿌리는 독수리 발톱으로

땅을 가로챈다

잎새마다 거울

거울마다 태양(太陽)

태양이 산산조각

박살이 나도록 즐거운 바다여!

아아 머리채에 별이 깃든다!

꾀꼬리가 목청 속으로

가라앉는다

(송욱·영문학자 시인, 1925-1980)

+ 늙은 나무를 보다

두 팔로 안을 만큼 큰 나무도

털끝만 한 싹에서 자랐다는 노자 64장

守微*편의 구절을 읽다가

나는 문득 머리끝이 쭈뼛해졌다

— 감동은 대개

이렇게 오는 것이다

그래서 숲으로 들어가

평소 아침 산책길에 자주 만나던

늙은 느릅나무 영감님 앞으로 다가갔다

느릅은 푸른 머리채를 풀어서

바람에 빗질하고 있었다

고목의 어릴 적 일들을 물어보아도

묵묵부답

다람쥐가 혼자 열매를 까먹다가

제풀에 화들짝 놀라 달아난 그 자리에는

실낱처럼 파리한 싹이 하나

가느다란 목을 땅 위로 쏘옥

내밀고 있는 참이었다

(이동순·시인, 1950-)

* 수미 : 노자가 쓴 <도덕경>의 한 부분.

+ 절필 – 한라산 구상나무에 바침

끝끝내 저 나무는 색(色)에 들지 않는다

바람에 끝을 벼린 바늘잎 세필로는

격문(檄文)은 쓰지 않겠다 붓을 꺾은 고사목

뼈를 깎는 뉘우침이 골각체(骨角體)를 만든다

산세가 험할수록 더 명징한 산울림이

오히려 필화(筆禍)가 되어 눈 퍼붓는 한라산

세상에 맞서려면 저렇게 간결하라

살점은 다 버리고 흰 뼈만 내리 꽂는

저 뻣센 반골의 획이 가슴팍에 박힌다

(이성목·시인, 1962-)

+ 나무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 주었다

내 집 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 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바람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다

(류시화·시인, 1958-)

+ 겨울 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

아 벌받은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 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 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황지우·시인, 1952-)

+ 커다란 나무

나뭇가지들이 갈라진다

몸통에서 올라오는 몸을 찢으며 갈라진다

찢어진 자리에서 구불구불 기어나오며 갈라진다

이글이글 불꽃 모양으로 휘어지며 갈라진다

나무 위에 자라는 또 다른 나무처럼 갈라진다

팔다리처럼 손가락 발가락처럼

태어나기 이전부터 이미 갈라져 있었다는 듯 갈라진다

오래 전부터 갈라져 있던 길을

거역할 수 없도록 제 몸에 깊이 새겨져 있는 길을

너무 많이 가보아서 훤히 알고 있는 길을

담담하게 걸어가듯이 갈라진다

제 몸통으로 빠져나가는 수많은 구멍들이

다 제 길이라는 듯 갈라진다

갈라지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는 듯

조금 전에 갈라지고 나서 다시 갈라진다

다시 갈라진다 다시 갈라진다 다시 갈라진다

다시다시다시 갈라진다

갈기갈기 찢어지듯 갈라진다

뱀의 혀처럼 날름거리며 쉬지 않고 갈라진다

갈라져 점점 가늘어지는데도 갈라진다

갈라져 점점 뒤틀리는데도 갈라진다

갈라진 힘들이 모인 한 그루 커다란 식물성 불이

둥글게 타오른다 제 몸 안에 난 수많은 불길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맹렬하게 갈라지고 있다

(김기택·시인, 1957-)

+ 나무생각

나보다 오래 살아온 느티나무 앞에서는

무조건 무릎 꿇고 한 수 배우고 싶다

복숭아나무가 복사꽃을 흩뿌리며 물위에 點點이 우표를 붙이는 날은

나도 양면괘지에다 긴 편지를 쓰고 싶다

벼랑에 기를 쓰고 붙어 있는, 허리 뒤틀린

조선소나무를 보면 애국가를 4절까지 불러주고 싶다

자기 자신의 욕망을 아무 일 아닌 것같이 멀리 보내는

밤나무 아래에서는 아무 일 아닌 것같이 나도 관계를 맺고 싶다

나 외로운 날은 外邊山 호랑가시나무 숲에 들어

호랑가시나무한테 내 등 좀 긁어 달라고, 엎드려 상처받고 싶다

(안도현·시인, 1961-)

+ 나무의 생애

비바람 드센 날이면

온몸 치떨면서도

나지막이 작은 신음소리뿐

생의 아픔과 시련이야

남몰래 제 몸 속에

나이테로 새기며

칠흑어둠 속이나

희뿌연 가로등 아래에서도

고요히 잠자는 나무

보이지 않는 뿌리 하나

목숨의 중심처럼 지키면 그뿐

세상에 반듯한 집 한 칸

장만하지 못하고서도

햇살과 바람과 이슬의

하늘 은총 철석같이 믿어

수많은 푸른 잎새들의

자식을 펑펑 낳는다

제 몸은 비쩍 마르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기른 것들과

늦가을 찬바람에 생이별하면서도

새 생명의 봄을 기약한다

나무는 제가 한세월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기나 할까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식목일 특집 시 모음>

<식목일 특집 시 모음> 김해화의 ‘지금 우리나라 산에는’ 외

+ 지금 우리나라 산에는

벌채 허가가 났다

기계톱 소리가 산천을 짓밟으며

맨 처음 건강한 소나무들을 쓰러뜨렸다

바람 앞에 마른 함성으로 맞서던

참나무들이 뒤이어 쓰러졌다

푸르고 무성하던 꿈들을 가슴속에 숨기고

회색 빛으로 시치미를 떼던 오리나무들도

밑동이 잘렸다

단풍나무, 삼나무, 박달나무, 때죽나무, 쥐밤나무….

첨부터 산에 자리잡고

산의 주인으로 살아온 우리나라 나무들이

우리나라 산에서 밀려났다

산에는

이제 까시쟁이뿐이다

개호랭이, 쌀가지, 오소리…

이빨 사나운 짐승들이나 키우는

아까시, 명감나무, 청마람 넝쿨…

이빨 사나운 까시쟁이들

산마다 천편일률의 바람소리

바람소리에 맞추어

망나니의 춤사위로 열광하는 까시쟁이들

(김해화·노동자 시인, 1957-)

+ 식목일

늙고 병들어

지긋지긋하게 악취 나는 나무는

하루라도 빨리 밑둥부터

낡은 톱으로 자를 것이 아니라

전기톱날로 뿌리까지 잘라내야 한다

썩어빠진 고목이 아니더라도

싹수가 누렇게 움트는 가지는

속알없이 겉만 뻔지르한 열매가 아깝다고

가지만 자르고 약만 칠 것이 아니라

뿌리째 뽑아내어 불태워야 한다

그 자리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생석회라도 퍼부어 소독하고

때묻지 않고 싱싱한

풋내가 물씬 나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

(김석현·시인, 1949-)

+ 식목일에

어느 봄날 베란다에

모녀가 쪼그려 앉았다

움직이면 서로

부딪히는 좁은 공간을

햇살이 기웃거리고

화분의 흙을 고르는 손등위로

미끄러지는 아이의 웃음

봉숭아 꽃씨를 묻으며

마음은 벌써

손톱 밑에 꽃물을 들이고

창밖에선 간간이

황사바람 일어도

화분 속 씨앗 성급하게

만삭의 날 기다리며

마냥 꿈에 젖는다.

(박현자·시인, 경기도 양평 출생)

+ 4월 5일

사람들이 나무를 심으러 간다

어린 나무를 들고

삽을 둘러메고

손바닥만한 땅뙈기도 없는

나는

숟가락을 들고

마음 한 구석을 판다

봉숭아 씨앗 몇을

아니

그것의 보이지 않는 파란 生을

심는다

꾹 꾹

(김정희·시인)

+ 어느 식목일에

산은 계곡까지 내려와

바람의 족적을 우려내고

바위는 마루에 꿇어앉아

무욕을 채우고 있었다

긴 그림자 어정거리자

노송이 눈길을 흘리다

利己의 싹 밟을 수 있다면

풀씨나 한 알 품어 보란다.

(강대실·시인, 1950-)

+ 헌화

잘린 뿌리가 말라가고 있는 구덩이

이 흔적의 주인은 대추나무다

태풍이 맹렬히 공격하던 지난여름 밤

사람도 가축도 학교로 피신하였던 그 밤

산신당마저 토사에 휩쓸릴 땐

자신도 그만 움켜쥐고 있던 빈 마을을 놓고 싶었지만

최후까지 버텼던 나무다

번개 치면 잎사귀 사이로 비치는 새파란 대추가

노련한 사수의 눈동자였고

적의 심장을 노리는 탄환이었던 나무

돌풍에 찢어져 통증이 콸콸 쏟아지는 사지는

빗줄기 사이를 떠도는 벼락 끌어와서 지지고

아악 터지는 비명은 천둥으로 다스렸던 나무

마을을 유린하는 세력과 그렇게 맞섰던

바로 그 어른이시다

가을이 대추나무 있던 자리에 국화를 바친다

(원무현·시인, 1963-)

+ 나무를 심으며

나무는 평생을 한자리에서

철을 따라 옷을 갈아입고

보는 이에게 아름다움을 준다

새들에게 보금자리를 주며

짐승과 사람을 위해

과일과 열매를 맺고

피곤한 길손에게는 쉼터를 준다

나 또한 나무처럼 평생을

한 자리에 서 있었으나

내게 깃들인 것들에게

베푼 것이 없다

다만, 교훈 삼아 뜰에

나무를 가득 심었을 뿐

(도한호·시인, 1939-)

+ 나무

이 세상

모든 나무들은

제각기

하나의 깃발이다

나 여기 이렇게

살아 있다고

하늘 향해 곧추선

저 당당한 몸짓

동구 밖

키다리 미루나무도

날씬한 은행나무도

요조숙녀 목련도

세상 모든

나무들의 이파리는

저마다

하나의 함성이다

깊이에서 높이로

뿌리에서 가지로, 하늘로 용솟음치는

거침없는 생명의

뜨거운 아우성이다

(정연복·시인, 1957-)

+ 나무처럼 살기

욕심부리지 않기

화내지 않기

혼자 가슴으로 울기

풀들에게 새들에게

칭찬해 주기

안아 주기

성난 바람에게

가만가만 속삭이고

이야기 들어주기

구름에게 기차에게

손 흔들기

하늘 자주 보기

손뼉치고 웃기

크게 감사하기

미워하지 않기

혼자 우물처럼 깊이 생각하기

눈감고 조용히 기도하기

(이경숙·아동문학가)

+ 나무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내 영혼을 심을 수 있다면

나무를 키우는 정성으로

내 영혼을 키울 수 있다면

나무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내 영혼을 바라볼 수 있다면

나무가 꽃을 피우듯이

내 영혼이 꽃을 피울 수 있다면

나무가 노래하고 사랑하듯이

내 영혼이 노래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나무가 하늘을 향해 감사하며 기도하듯이

내 영혼이 하늘에 감사하고 기도할 수 있다면

나무가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나누어주듯이

모든 것을 내 영혼으로 베풀 수 있다면

오, 하느님!

당신의 사랑으로

내 영혼도 한 그루 나무가 되게 하옵소서.

(작자 미상)

+ 식목

과수밭에 매실나무를 심었다. 고희를 맞은 어머니, 칠순 잔치하느니 나무 몇 그루라도 심자는 말씀에 어머니 마음 닮은 뿌리 실한 묘목 심어놓고 내년 내후년 봄을 기다린다. 하루를 밭 갈지 않으면 1년 내내 배부르지 못하다는

춘분(春分), 잔치 대신 땀 흠뻑 흘렸다.

어머니 마음이 내는 길, 나무는 그 길의 중심 같다.

(배한봉·시인, 1962-)

+ 어떤 식목

사각의 棺 하나를 땅에 심었네 슬픔은 모르는 척 한줌의 흙으로 던져졌네 사람들은 몸 속에서 투명한 울음을 꺼내 골고루 뿌려주었네 그의 생은 흠뻑 젖었네

한 장의 햇살이 달려왔네 그의 생애를 따뜻하게 덮어주었네 그는 작은 씨앗 하나로 돌아갔네 그 씨앗 속에 혼돈과 좌절과 영광으로 우거진 거대한 숲이 밀봉되어 있네

(손순미·시인, 1964-)

+ 식목제(植木祭)

보라 오늘

보랏빛 장백산맥이 남으로 남으로 갈래 뻗은

아시아 동쪽 작은 반도의 산이란 산 뫼란 뫼엔

그 골짜기에 깃들어 사는 온 백성들이

양춘의 따뜻한 햇빛을 입고

옛 이스라엘 족속들이 조국을 찾아 광야에 호소하듯

오랜 인욕에 헐벗긴 어머님인 조국을 애석하여

마음으로 나무를 심어 아끼기에 강산이 허얗나니

이 땅 아들딸들의 눈물과 한숨이

속속들이 사무친 애달픈 산천이기에

한 줌 흙 한 포기 풀인들

어찌 제 피나 살인 양 허술히 하랴

이렇게 한줄기 나무를 국토에 심음으로

지난 날 무릅쓴 절치(切齒)를 다시 맹세하고

엎드려 심는 포기 포기 단성(丹誠)이 엉기었나니

뜻 있는 나무여

지난날엔 그 불측한 능멸과

자신의 분노에 차라리 자라지 못했거니

오늘은 이 호호(浩浩)한 반도의 대기 속에

백성의 지성한 축원을 받들어

일월성신과 더불어 울창하여

아 우렁찬 대국(大國)의 동량이 되라

(유치환·시인, 1908-1967)

* 양춘: 따뜻한 봄

* 절치(切齒): 몹시 분하여 이를 갊

* 단성(丹誠): 마음에서 우러나는 뜨거운 정성

* 불측한: 짐작하기 어려운

* 호호(浩浩)한: 한없이 넓고 큰

* 지성한: 지극한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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