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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웰빙 도시, ‘카를로비바리’에서 유럽식 온천 체험하기 | 마이버킷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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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여행, 온천도시 ‘카를로비 바리’ 가는 방법 & 시티투어와 꼭 사야할 것 with 내일투어 금까기
카를로비바리 온천수 콜로나다 도시 투어
슝슝달려 까를로비바리에 도착했다.
작년 프라하여행 때는 체스키크롬로프에 다녀왔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카를로비바리와 쿠트나호라에 다녀올 수 있었다. 프라하여행 완전정복한 기분!>ㅅ< 체스키크롬로프가 아기자기 예쁜 느낌이라면 카를로비바리는 웅장하고 깨끗한 느낌이었다. 강이 도시 중심을 흐르고 있어 강변 양쪽으로 건물과 상점, 카페,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 있다. 쭉 따라 걷기만 하면 되는 쉬운 구조여서 편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카를로비바리는 14세기 초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를 4세에 의해 발견된 곳으로 카를 왕의 '카를로비(Karlovy)'와 온천 '바리(vary)'가 합쳐진 지명이다. 카를 4세는 우리나라로 치면 세종대왕격으로 추앙받는 왕이라고. 사냥을 왔다가 사슴 한 마리가 다리에 화살을 맞고 물에 빠졌는데 다시 물에서 나왔을 때 다리의 상처가 나아있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본 카를 4세가 온천지역임을 알게 되고 그 이후로 200여 개에 달하는 온천장이 들어서며 번영하게 됐단다. 욕탕에 몸을 담그는 온천이 아닌 마시는 온천수로 유명한 곳이다. 5개의 콜로나다(Kololnada)에서 나오는 온천수를 자유롭게 마시며 도시를 거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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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비바리 영화제에서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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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에 시작되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 top 5 안에 드는
유서 깊은 영화제이고,
모스크바 영화제와 더불어
20세기 구 공산국가의
가장 중요한 국제영화제였다고 한다.
아무튼 그런 영화제가 유럽에 있는 건 알았는데,
그런 중요한 국제 영화제의 도시,
카를로비바리가
체코에 있는 도시인 줄 몰랐다.
맨 뒤에 ‘-이바리’가
왠지 스트라디바리우스 비슷하게 들려,
이탈리아 도시일 거라 생각했었다.
그 이후 러시아에서 체류하면서,
러시아인들이 많이 가는 인기 체코 휴양지로
카를로비바리라는 도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휴양 도시가
바로 그 국제영화제의 도시라는 것도
나중에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 국제영화제도 하고,
인기 휴양지이기도 한,
꽤 길지만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이름의
체코 도시가 어떤 곳일지 좀 궁금해서,
2019-2020년 겨울 체코 2달 체류 동안
이제 프라하 말고
다른 체코 도시도 가봐야겠다 하면서,
가장 먼저 갔던 곳이 카를로비바리였다.
아마도 다른 외국어 고유명사
“뉴욕”이나 “로스엔젤레스” 표기와 같은 논리로
“카를로비바리”라고 붙여 쓰는 것 같지만,
체코어로는 두 단어로 된 이름이라,
“카를로비 바리”라고 끊어 읽어야 하는데,
카를로비(Karlovy)는 ‘카렐(Karel)의’란 의미이고,
바리(Vary)는 ‘끓이다, 끓다’의 명사 복수이다.
즉, 직역하면 ‘카렐의 끓는 물들’이고,
14세기 보헤미아, 즉 체코 출신
신성로마제국 황제였던
‘카를 (체코어 카렐) 4세의 온천들’이라는 뜻이다.
전설에 따르면
그 황제 카렐 4세가 이 근처에서 사냥하다
다리 부상을 입었는데,
카를로비바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온천에
발을 담갔다가 나아서,
이곳 온천이 치유의 효험이 있는 걸 알았고,
그때부터 이곳은 ‘카렐의 온천’,
즉 “카를로비바리”라고 불리게 되었단다.
전설을 넘어 실제로도 카를로비바리는
14세기 카렐 4세 시절부터 역사에 등장한다.
하지만 주변에 산이 많고,
온천은 농작물이 자라는 데
적절한 조건을 제공하지 못해,
오랫동안 거주지가 크게 형성되지 못하고,
도시로도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아래 현재 지도에서 봐도
이 도시의 지형적 조건을 알 수 있다.
초록색의 드넓은 공간은 낮은 산이고,
위에서 아래로 구불구불 흐르는 좁은 강은
“테플라(Teplá)”인데 ‘따뜻하다’는 의미다.
카를로비바리의 온천수들이
이 강으로 흘러간다.
https://www.avenzamaps.com/maps/1098840/karlovy-vary-city-map
그렇게 농경사회에서 도시로 발전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지 못했던 카를로비바리는
17세기 말 이후 비로소 온천 휴양지로 유명해졌고,
유럽 각지의 유명인들이 방문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신성로마제국의 일부였던 체코는
독일어 통용 지역이었고,
체코 서북쪽인 카를로비바리엔
특히 독일인이 많이 거주하기도 했기 때문에,
‘카를의 목욕탕’이라는 의미의
독일식 명칭 칼스바트(Karlsbad)로 불렸다.
체코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일부였던
19세기 말엔
오스트리아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아름다운 아르누보 건물들로
지금의 카를로비바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온천 휴양지도 더욱 유명해져,
많은 유럽 귀족, 왕족, 그 밖의 유명인들의
방문 도시가 되었다.
체코 작곡가 드보르작, 야나체크,
체코 소설가 카프카뿐 아니라,
독일인 베토벤, 괴테, 칼 마르크스, 비스마르크, 실러, 브람스, 슈만,
이탈리아인 파가니니,
폴란드 작곡가 쇼팽, 민족 시인 미츠키에비츠,
러시아 표트르 대제와
그 밖의 프러시아, 폴란드 왕들,
터키 근대화의 아버지 아타튀르크 등이
카를로비바리를 방문한 유명인들이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트리아로부터 독립해
민족국가 체코슬로바키아가 되었지만,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군에 점령되었고,
2차 세계대전 후에 패전한 독일인들이 쫓겨나고,
그 이후 공산 체코슬로바키아 도시가 되었다.
1989년 공산정권이 무너진 후
체코 도시가 된 카를로비바리엔
이제는 공산주의 이념이 아니라
러시아 자본이 잠식하기 시작해서,
카를로비바리 부동산의 50% 이상이
러시아 및 구 소련 국가 출신들 소유라고 하며,
정말 여기는 유독 러시아 관광객이 많다.
2021년 카를로비바리는
유럽의 다른 10개 온천 도시들과 더불어,
“The Great Spa Towns of Europe”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2. 카를로비바리 가는 길
카를로비바리는 프라하 서쪽
독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https://ontheworldmap.com/czech-republic/city/karlovy-vary/
프라하에서 카를로비바리까지
기차로 편도 약 3시간에 비용은 12유로,
버스로 편도 약 2시간에 6유로 정도다.
당연히 나는 버스 왕복표를 예매했고,
아침 7시 출발하는 버스를 타러 갔다.
6시 30-40분쯤 프라하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1월이라 해는 아직 뜨지 않았고,
승객도 없어 적막했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플랫폼에 열차시간이 적혀 있는데도
사람도 버스도 없어 계속 불안했는데,
버스 출발시간이 되자
승객들이 하나 둘 큰 가방을 들고 모여들었고
곧이어 도착한 버스는 승객으로 거의 가득 찼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그렇게 약 2시간을 달려
카를로비바리에 도착했다.
그런데 ‘프라하-카를로비바리’ 버스랑
‘카를로비바리-프라하’ 버스가 루트도 좀 다르고,
카를로비바리 시외버스 승강장도 좀 달랐다.
프라하에서 갈 때는 중간에
다른 도시 루베네츠(Lubenec)에 들러 갔는데,
저녁에 돌아올 때는
아무 도시에도 들르지 않았고,
카를로비바리에서 버스 내릴 때는
버스터미널에 채 도착하기 전에
“시장”이라는 의미의
“트르쥬니체(tržnice)”에서 승객을 다 내려줬는데,
프라하로 돌아오는 버스 탈 때는
승객들은 다들 버스터미널에서 타고
버스는 그 “시장”에서 서지 않았다.
즉, 카를로비바리에서는
시외버스에서 내린 곳과
돌아오는 버스 타는 곳이 다를 수 있다.
아래 지도에서 3으로 표시한 부분 근처에
버스가 승객들을 내려준 “시장”이 있고,
그 왼쪽 빨강 i 가 있는 곳이 버스터미널이다.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나 보다.
(https://www.orangesmile.com/travelguide/karlovy-vary/high-resolution-maps.htm
위의 지도에 적힌 번호와
그 밖의 다른 번호를 따라가며
이제 카를로비바리 여행을 시작해보겠다.
3. 터미널 근처 마사리크 길
버스터미널 근처의 풍경은
그냥 평범한 유럽 도시다.
그래도 몇 가지 “카를로비바리스러움”이 있긴 하다.
우선 마사리크 길에 서 있는
거대한 녹색 술병을 볼 수 있는데,
카를로비바리는
체코 대표 약초주
베헤로프카(Becherovka)의 고향이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베헤로프카는 베헤르(Becher)라는 사람이
19세기 초반에 처음 만들어
그 역사가 200년이 넘었는데,
38도나 되는 독한 술이지만,
소화를 돕는 약초주라고 한다.
맥주를 즐기는 체코에서는
도수 높은 증류주가 덜 발달한 것 같고,
이웃 폴란드, 러시아처럼
마트에 보드카 섹션도 없지만,
베헤로프카는
체코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대중적인 도수 높은 술이다.
나는 선물로 체코에서 이 술을 사 오긴 했는데,
직접 마셔보진 않아서 맛은 모르겠고,
소화제로서의 효험은 더더군다나 모르겠다.
아무튼 카를로비바리에는
대형 베헤로프카 병 모형 옆에
베헤로프카 박물관도 있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베헤로프카 박물관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가면,
구 국민 회관(Národní dům),
현 암바사도르 호텔(hotel Ambassador)이 나온다.
1899-1900년 세기 경계에서 건축된
이 신고딕, 신르네상스, 아르누보 건물은
박물관, 호텔, 버라이어티 쇼 등을 하는
멀티 기능 공간으로 만들어졌는데,
1992년 민영화되어 지금은 호텔이 되었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이 터미널 근처 동네는
그밖에 식당, 카페, 가게들이 많은 상업지구인데,
식당에 현지인들도 많고 맛도 나쁘지 않았다.
나는 이 근처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슬슬 이 동네를 구경했다.
여기는 20세기에 생긴듯한 상가.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여기는 초등학교인데,
아르누보적 디테일이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 건축인 것 같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여긴 지방 법원인데,
이것도 19세기 말-20세기 초 건축 같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그렇게 동네를 좀 걷다가 다시
그 베헤로프카가 있는 마사리크 길로 돌아왔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마사릭’에 좀 더 가까운 발음인
마사리크(Masaryk)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생긴,
아직 공산국가 아니던
체코, 슬로바키아 역사 최초의 민족 기반 공화국
체코슬로바키아의 첫 대통령으로,
체코인과 슬로바키아인의 존경을 받는 위인이라,
체코나 슬로바키아 어느 도시에서든지
마사리크 길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 길 위에서 항상
마사리크 동상(Socha T. G. Masaryka)이
서 있는 건 아니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마사리크 동상에서 좀 더 동쪽으로 가면
오플라트카(Oplatka) 가게가 하나 보인다.
체코어 oplatka는
웨이퍼 혹은 웨하스를 의미하는데,
과자 사이에 얇게 크림이 발린
얇고 둥근 커다란 체코식 웨이퍼는
카를로비바리 온천에서 먹던 간식에서 시작되었고,
체코인들 사이에서는
“온천 웨이퍼(Lázeňská oplatka)”로 불린다.
그래서 카를로비바리 여기저기에서
“온천 오플라트카” 상점과 가판대를 만날 수 있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사실 오플라트카는 프라하에서도 파는데,
프라하에서는 대체로
제과회사에서 만든 공산품 형태로
마트에서 판매하는 반면,
카를로비 바리에서는 붕어빵처럼
즉석에서 바로 구워서 크림을 발라준다.
크림도 바닐라, 초콜릿 외 여러 가지가 있어서
그중에서 선택 가능하다.
물론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바로 구워주는 게 훨씬 맛있다.
그렇게 낱개로 파는 따뜻한 오플라트카는
하나에 10코루나(약 500원)이다.
프라하에도 이거 구워주는 데가 있긴 한데,
다른 체코식 간식들이랑 같이 팔아서,
카를로비바리처럼 오플라트카 전문은 아니다.
난 카를로비바리 상점에서 한 번,
가판대에서 한 번,
이렇게 두 번 사 먹었는데,
카를로비바리에 워낙 러시아 관광객이 많은 데다가,
내가 카를로비바리 갔던 때가
7-10일간 계속되는 러시아 신년 연휴 때라 그런지,
오플라트카 먹을 때마다
앞뒤로 러시아인들이 서 있었고,
러시아인들은 미리 포장된 과자박스도 많이 샀다.
나는 한국 돌아가기까지 아직 1달 반 정도 남아서
거기선 그냥 즉석 오플라트카만 낱개로 사 먹었다.
그리고 한국 돌아오기 전 프라하 마트에서
지인들 선물도 하고 나도 한국 가서 먹으려고
오플라트카 과자박스를 몇 개 샀는데,
카를로비바리에서는 45코루나이던
밀봉된 “온천 오플라트카” 한 박스가
프라하 마트에선 67코루나였고,
전자레인지에 10-20초 데우면 좀 더 낫긴 하지만,
한국에서 먹으니
그때 그 카를로비바리 맛이 안 났다.
아무튼 그렇게 오플라트카 가게를 지나
마사리크 길을 빠져나오면
이제 테플라 강과 강변로가 보인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k판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그 강변로 북쪽 끝에
엘리자베스 스파(Alžbětiny lázně)가 있다.
엘리자베스는 ‘씨씨(Sisi)’라는 애칭으로 불린
19세기 오스트리아 황제의 부인 이름인데,
그 기구한 운명의 여인이
19세기 말 카를로비바리를 방문한 적이 있어,
20세기 초
바로크 양식을 가미한 아르누보 스파를 건축하면서
그녀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마사리크 길과 그 강변로가 만나는 지점엔
중앙우체국(Pošta 1)이 있다.
20세기 초 건설된 신 르네상스 건축으로,
지붕 밑 4개의 서 있는 사람 조각은
전보, 기차, 배, 우편을 상징한다고 한다.
우체국 앞 유리 오벨리스크는 뭔가 찾아봤는데,
최근에 세워진
특별한 의미는 없는 예술 작품인 것 같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나는 러시아 정교회 성당을 보러
우체국 옆 길로 계속 걸어내려 갔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4. 러시아 정교회 성당
정교 성당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
고풍스러운 고급 건축들이 늘어선 경사진 길을
좀 걸어 올라가야 한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체코어 옆에 러시아어가 병기된 옷가게와 미용실,
그리고 부동산 매물 안내문이 보인다.
소문대로 카를로비바리 부동산의 상당수가
이미 러시아인의 소유일 뿐 아니라,
여전히 러시아인의 부동산 거래가 꽤 활발한가 보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언덕을 좀 오르다 보면
곧 황금빛 작은 돔들이 반짝이는
화려한 러시아 정교 성당이 눈앞에 나타난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나라나 지역보다는
시대에 따라 교회 건축 양식이 조금씩 다른
서방 가톨릭과 달리,
동방정교(Orthodox Church)는
개별 국가마다 교회 건축이 조금씩 다른데,
러시아 정교 성당은,
특히 러시아 밖에서 만나는 러시아 정교 성당은
대체로 이렇게
양파 모양의 작은 돔이 여러 개 있고,
금빛 장식이 많은 편이다.
참고로 이건 폴란드 바르샤바, 불가리아 소피아, 오스트리아 빈의 러시아 정교 성당이다.
(유럽의 러시아 정교 성당들)
아무튼 이렇게 언덕길을 올라오다가 처음 만나는
카를로비바리 러시아 정교 성당의 낮은 문은
방문객들의 출입구가 아니고,
관계자 외 출입금지인 성당의 뒷문이라,
아쉽지만
언덕을 좀 더 올라
빙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막힌 계단 밑엔 부조가 있고,
체코어와 러시아어로
카를로비바리의 표트르 대제
1711-1712
라고 쓰여 있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여기에서 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떤 30-40대 여자분이
독일어로 나에게 질문을 했다.
독일어는 잘 모르지만,
대충 입구를 물어보는 것 같길래,
뒤쪽에 입구가 있는 것 같다고
영어로 대답을 했는데,
그분이 영어를 못한다.
영어 못하는 비교적 젊은 독일인을
독일 밖에서 만나기 쉽지 않아서,
그리고 여행을 온 게 분명한 동양인에게
체코에서 독일어로 질문을 해서 좀 신기했다.
맥락상 내 말을 결국 이해했는지,
아님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답을 얻었는지,
잠시 후 정교 성당에서 그분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그 특별한 독일어 화자를 뒤로 하고
성당 앞쪽으로 가기 위해
언덕을 계속 올라갔는데,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 있는 갈림길에
동상이 하나 서 있다.
가까이 가서 이름을 읽어보니
칼 마르크스 동상(Socha Karla Marxe)이다.
‘1989년 공산주의 붕괴 때 왜 이걸 없애지 않았지?’
생각하며 다시 보니,
동상이 전혀 선동적이지 않고,
선동을 하기엔 너무 외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아마 그냥 카를로비바리 방문 유명인을 기억하는
차원으로 세운 것 같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이 동상에서 좌회전하면 러시아 영사관이 나오고,
우회전하면
성 베드로-바울 정교 성당(Chrám sv. Petra a Pavla, Church of St. Peter and Paul)이 나온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성 베드로-바울 성당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최초이자,
체코 최초의 러시아 정교 성당으로,
러시아 및 다른 정교 국가의 방문객들을 위해
19세기 말에 세워졌다.
얼마나 러시아 방문객이 많았으면
러시아 정교 성당까지 따로 세웠을까 생각해보면,
러시아인의 “특별한 카를로비바리 사랑”은
최근 몇십 년의 새로운 현상이 아닌 거다.
하지만 1차, 2차 세계대전과
종교를 부정한 공산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성당은 훼손되고 방치되다가
1980년부터 리모델링이 시작되어
2013년 완성되었다.
정교회 성당은 보통 문을 열어두는데,
내부에 들어가니
그런 내용을 적은 명패와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그렇게 성당 안을 경건하게 둘러보고 나오니,
성당 바깥에는 거대한 숲이 펼쳐져 있다.
그 숲 뒤로는 쭈욱 산이다.
산에도 무언가 볼거리가 있는데,
그냥 무작정 숲으로 들어가기보다
길을 잘 찾아 들어가야 한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러시아 정교 성당에서 나와
칼 마르크스 동상 왼쪽으로 걸어가면,
Bristol Palace hotel을 지나,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루카 성공회 성당(Anglikánský kostel sv. Lukáše, Church of St. Luke)이 나온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러시아 정교 성당보다 몇 년 먼저,
영국 방문객들을 위해
영국식 신고딕 양식으로 건축된 벽돌 건물인데,
영국인들의 카를로비바리 사랑이
러시아인들만큼 열렬하지 않은지
아님 이제 성공회 신자들이 별로 없는 건지
성당은 이제 밀랍인형 박물관(Museum House of Wax)이 되었다.
5. 옐레니 스콕
그 성공회 성당 오른쪽 길로 걸어가면,
이제 본격적으로 숲 속 산책로가 펼쳐진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거기에서 난
옐레니 스콕(Jelení skok)에 가보기로 했다.
옐렌(Jelen)은 체코어로 ‘사슴’,
스콕(skok)은 ‘점프’라는 의미다.
카를로비바리 전설의 긴 버전에 따르면,
카렐 4세가 사냥할 때
사냥개가 사슴을 쫓고 있었는데,
그 사슴이 어떤 바위에서 뛰어내렸고,
사냥개도 따라 뛰어내렸다가 온천에 빠지고 말았다.
그렇게 사람들이 온천의 치유력을 알게 되었고,
황제 자신도 다친 다리를 온천에서 치유했다.
그 사슴이 뛰어내린 바위가 바로 옐레니 스콕이다.
그 바위엔 중요한 사건 유발자인
사슴 동상이 세워져 있다는데,
나는 그때
그 사슴 동상이 서 있는 것까지는 몰랐고,
그 바위를 찾아 걸어가다가
중간에 사람 많은 전망대를 발견하고
거기가 옐레니 스콕인가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러시아 정교 성당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이곳은
사실 옐레니 스콕이 아니고,
표트르 전망대(Petrová vyhlídka)다.
18세기 초 두 번이나 카를로비바리를 방문했던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는
직접 말을 타고 이 언덕까지 올라왔고,
언덕 위 십자가에 MSPI,
즉 ‘표트르 황제가 직접 손으로 씀(manu sua Petrus Imperator)’
이라는 라틴어 약자를 새겨 두었다고 한다.
그 이후 이 언덕은 표트르 전망대라고 불렸는데,
범슬라브적 민족의식이 있던 19세기 중반에는
슬라브인인 체코 조각가가
같은 슬라브인인 표트르 대제에 대한 존경을 담은
흉상까지 여기에 세웠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제 예전 같지 않던
표트르 대제 흉상(Busta Petra Velikého)을
2011년 표트르 대제 방문 300주년 기념으로
한 러시아 회사가 재건했고,
카를로비바리 시는
그 옆에 전망대와 십자가를 다시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이런 모습이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흉상 바로 아래에는 체코어로
Věnováno nejvyšším členům vznešeného ruského carského domu, kteří poctili Karlovy Vary svou návštěvou. (카를로비바리를 방문하여 빛내주신 존엄한 러시아 차르 가문의 고귀한 구성원들에게 바침)
이라고 쓰여있고,
당시 함께 카를로비바리 온천을 방문했던
러시아 왕족들의 이름이 덧붙여 있다.
그 왼쪽에는 표트르 대제를 찬양하는 프랑스어 시,
오른쪽에는 러시아어 시가 쓰인
검정 패널이 붙어 있다.
이것만으로도 뭔가 “투 머치”한 이 언덕 한쪽에는
프랑스 루이 16세와 마리 앙트와네트의 딸인
마리 테레즈 공후 방문 기념 오벨리스크(Pomník Marie Terezie Bourbonské)도 서 있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그래서 이쪽 언덕은 또
테레즈 언덕(Tereziina výšina)이라 불린단다.
여긴 산도 넓고 언덕도 적지 않아 보이던데,
요기에 너무 기념비가 몰려 있는 감이 있다.
그런데 표트르 전망대에 서면,
왜 이 근처에 뭐가 이렇게 많은지 조금 이해가 간다.
이건 표트르 전망대 아래쪽에서
십자가 쪽을 바라본 모습.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이건 그 아래 파빌리온에서
표트르 언덕을 바라본 모습이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이건 그 표트르 언덕 밑 파빌리온.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파빌리온에서 보든,
표트르 언덕 십자가에서 보든,
표트르 언덕 십자가 아래 난간에서 보든,
카를로비바리 구시가 전경은
여기가 최고인 것 같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그리고 사진보다는 동영상이 더 나은 거 같다.
물론 동영상보단 직관이 더 낫다.
(동영상 1: 표트르 전망대에서 본 카를로비바리 1)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동영상 2: 표트르 전망대에서 본 카를로비바리 2)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더 높은 디아나(Diana)에서 보면 또 어떨지
궁금해서 서쪽 봉우리로 움직였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6. 디아나
표트르 전망대에서 디아나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걸린다.
가는 길에 이런 산장 식당도 나오고,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카를로비바리를 사랑한 스코틀랜드 백작을 기리는
핀들라터 오벨리스크 (Findlaterův obelisk)도
보이지만,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그것 말고는 그냥 자연뿐인 산책로로 이어진다.
디아나(Diana)는 우정 언덕(Výšina přátelství, Friendship Height) 위에 있는 전망대인데,
나처럼 숲 속을 산책하며 걸어갈 수도 있지만,
카를로비바리 시내에서
푸니쿨라라 불리는
레일 위를 달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수도 있다.
디아나의 케이블카는 1909년에 만들어졌으며,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내에서
가장 긴 푸니쿨라였다고 한다.
현재는 15분마다 한 대 꼴로 운행하며,
푸프(Pupp) 호텔 근처에 케이블카 승강장이 있다.
케이블카 요금과 운행시간은 다음과 같다.
Funicular – Diana Observation Tower in Karlovy Vary | Diana Karlovy Vary (dianakv.cz)
나는 디아나로 걸어 올라가다
케이블카 길 위를 가로질러 가기도 했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디아나 전망대(Rozhledna Diana, Diana Observation Tower)는
1914년에 만들어졌는데,
40m 높이로
여기에서 카를로비바리 시내 전체를 볼 수 있다.
그래서 흔히 디아나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카를로비바리를 보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고 한다.
입장료는 무료이고,
입장 시간은 인터넷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니,
홈페이지에서 미리 체크하는 게 좋겠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전망대 안에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있는데,
나는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올 때는 나무계단으로 내려왔다.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갈 때,
같이 엘리베이터에 탔던 러시아인 4명 중에 한 명이
(카를로비바리에선 어디 가든지
러시아인들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자기는 걸어 올라가겠다며 내렸고,
그렇게 위에 올라서는
나무 계단이 몇 개인가를 놓고
일행들과 논쟁을 벌였는데,
지금 인터넷 찾아보니
나무 계단은 총 150개란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소문대로 디아나 전망대에선
카를로비바리 시내가 다 보이고,
또 주변 산과 숲도 잘 보이긴 하는데,
카를로비바리의 테플라 강변만 생각하면,
표트르 전망대가 더 잘,
더 가까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다.
여기서는 카메라를 줌으로 당겨야
뭐가 뭔지 구별이 간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동영상 3: 디아나에서 본 카를로비바리 전경)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나는 이제 걸어 올라간 것과 다른 길을 따라
카를로비바리 시내 쪽으로 걸어 내려왔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내려오는 길에 나무 사이에 숨은,
17세기 어떤 백작이 지었다는
슬픔의 성모 마리아 성당(Kaple Panny Marie Bolestné)도 발견했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그 성당 바로 아래
디아나 케이블카 승강장이 보이면
이제 카를로비바리 시내에 도착한 거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7. 테플라 강변 산책
카를로비바리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테플라 강 양 옆으로 늘어선 건물들이 예뻐서,
강변 산책하며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건축들이 다 서로 다른데도
매우 조화롭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위 사진처럼 3번 스파 (Lázně III)라고 적힌
커다란 신고딕 양식 건물도 중간에 보이는데,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가 시작되던 해
카를로비바리의 스파들에
이렇게 번호를 붙였다고 한다.
그때는 총 6개의 스파가 있었는데,
현재는 4개만 남았고,
그중 2개만 여전히 스파로 기능한다고 한다.
그중의 하나가 이 3번 스파이고,
나머지가 테플라 강 북쪽에 있던 엘리자베스 스파로
그건 5번 스파였다고 한다.
테플라 강을 따라 북쪽으로 더 올라오면
드보르작 정원(Dvořákovy sady)이 있는데,
체코 작곡가이자 카를로비바리 방문객이었던
드보르작의 동상(Pomník Antonína Dvořáka)뿐 아니라,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다른 예술작품들도 서 있는 휴식 공간이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거기서 좀 더 북쪽으로 걸어가면
투박하고 거대한 20세기 콘크리트 건물인
호텔 테르말(Hotel Thermal)에 도착하는데,
카를로비바리 국제영화제
개막식과 폐막식으로 하는 장소라고 하고,
내가 갔던 1월 초엔
그 앞의 넓은 광장에 크리스마스 마켓도 서 있었다.
보기에 별로 아름답진 않아도
현지인들에겐 매우 중요한 공간인 거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그 광장 한 구석엔 1,2차 세계대전 희생자 추모비(Pomník obětem 1. a 2. sv. války)도 서 있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이렇게
테플라 강 남쪽으로 내려가면
관광지 느낌이 강하고,
테플라 강 북쪽으로 올라가면
현지인의 주거 공간이 느낌이 강하다.
8. 온천 체험
테플라 강변의 예쁜 건물들 구경도 좋지만,
이름부터 “온천”이고,
모든 역사가 “온천”과 연결된
카를로비바리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온천 체험이다.
나는 한국에서도
온천, 사우나 이런 거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혼자 방문한 외국 도시에서
굳이 온천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만에 하나 온천을 간다 하더라도,
사우나 문화가 나라마다 다르니,
그것도 미리 체크해야 하고,
그밖에 준비해야 할 것도 많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만으로도 너무 귀찮지 않은가?
그런데 카를로비바리에선
그런 복잡한 과정 없이 간단하게
온천 초보자도 능숙하게 온천을 즐길 수 있다.
테플라 강변에 온천수 탭이 여러 개 있는데,
피부가 아니라
몸속 장기가 온천을 누릴 수 있게,
그냥 그걸 받아서 마시면서
“온천을 한다”.
카를로비바리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관광지도에
그 온천수 번호가 적혀 있는데,
번호가 흐릿해서
내가 다시 번호를 적어 넣은 아래 지도가 그 일부다.
이 중에서 양 끝에 16번, 14번,
중간에 수리하는 12번, 15번은 닫혀 있고,
4번은 내가 탭을 못 찾았는지,
아님 원래 닫혀있는지,
온천수 맛을 경험하지 못했는데,
나머지는 다 맛봤다.
그 온천수를 맛보다 보면,
왜 여기가 카를루프 바르,
즉 “카렐의 온천”이 아니고,
“카렐의 온천들”인
카를로비 바리가 되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아래 목록 역시
그 관광 지도에 나오는 온천수 탭 이름과 온도다.
온천수마다 온도가 다르고 맛도 좀 다르다.
이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특별한 온천수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하나 더 해야 할 게,
온천수를 받아마실 용기를 준비하는 거다.
나는 혹시 몰라 물통을 하나 챙겨가긴 했고,
그냥 종이컵에 담아 마시는 서양 관광객도 봤는데,
온천수 탭 근처 가게들에서 용기를 따로 파니,
그냥 카를로비바리 기념품이라고 생각하고
하나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온천수 용기의 크기와 모양은 각양각색인데,
나는 아래 사진 같은 작은 걸 하나 샀고,
아래 화살표 방향으로 온천수를 담아서
오른쪽 화살표 방향으로 기울여 마시면 된다.
카를로비바리 가기 전에 한국 블로그를 읽어보니,
이 온천수 컵 파는 가게가 많은데,
온천 순례가 시작되는
북쪽으로 올라가거나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컵이 비싸지고,
가운데 온천수 쪽으로 갈수록
컵 가격이 싸진단다.
근데 정말 그랬다.
그런데 그 온천수 컵의 퀄리티도 좀 달랐다.
온천수 컵이 싼 데는 예쁜 컵도 많지 않았다.
대체로 100코루나(5천원) 내외로,
적절한 크기의 컵을 살 수 있다.
온천수는 대체로 짭조름하고,
탄산이 좀 들어있는 것 같다.
짜고 탄산이 들어 있는 뜨거운 물인 거니,
사실 맛은 없었다.
그래도 몸에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못 마실 정도는 아니었다.
한국어 블로그엔 온천수를 마시고
금방 화장실에 갔다는 글도 읽었는데,
나는 작은 컵에다가
아주 조금씩만 담아서 마셨기 때문인지,
특별히 온천수 때문에 화장실에 가고 싶진 않았다.
그럼 이제
위 지도의 온천수 번호를 따라가 보자.
(1)번 온천수: 고온 온천수
73.4도로 가장 고온의 온천수고
다른 온천수와 달리
온천수 탭에서 흘러나오는 게 아니라
분수처럼 솟아오른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동영상 4: 고온 온천수)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원래 1번 온천수는 고온 온천 열주(Vřídelní kolonáda)라는 아래 보는 건물 안에 있었는데,
안전상의 이유로
이 건물 밖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카를로비바리에는
이런 온천 열주(colonnade)가 5개 있는데,
고온 온천 열주 북쪽에는
19세기 건설된 아기자기한 장식의 목조 건축인
시장 열주(Tržní kolonáda)가 있고,
그 안에 3개의 온천수 탭이 있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번 온천수: 카렐 4세 온천수
이 온천수가 카렐 4세가 다리를 담갔다가
치유된 그 온천수란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3)번 온천수: 아래 성(Lower Castle) 온천수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시장 열주 위
성 열주(Zámecká kolonáda, Castle colonnade)에 (4)번 온천수가 있다는데,
나는 못 발견했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5)번 온천수: 시장(Market) 온천수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시장 열주와 성 열주에서 좀 더 북쪽으로 가면
방앗간 열주(Mlýnská kolonáda)가 나온다.
방앗간 열주는
카를로비바리 열주 중에서 가장 큰 열주로
19세기 말 신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어마어마하게 긴 건축이다.
나뭇잎 모양이 특징적인
코린트 양식 기둥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고,
그 안에 5개의 온천수 탭이 있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동영상 5: 방앗간 열주)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6)번 온천수: 방앗간 온천수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7)번 온천수: 인어공주(Rusalka) 온천수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8)번 온천수: 바츨라프 왕 온천수
8번 온천수는 열주 바깥에도 하나 더 있는데,
안에 있는건 바츨라프 1세 온천수,
바깥에 있는 건 바츨라프 2세 온천수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9)번 온천수: 리부셰 온천수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10)번 온천수: 바위 온천수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11)번 온천수: 자유 온천수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정원 열주(Sadová kolonáda)는
내가 카를로비바리 갔을 때 리모델링 중이었다.
그래서 이 열주 양 끝에 있다는
(12)번, (15)번 온천수는 체험하지 못했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14)번 온천수: 스테파니 온천수
카를로비바리 남쪽 리치먼드 호텔 앞에 있다.
내가 카를로비바리에 갔을 때는
온천수 탭이 작동하지 않았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16)번 온천수: 철(Iron) 온천수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는데,
2020년 1월에는 닫혀 있었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카를로비바리에는 이렇게 마시는 온천수 말고,
스파도 여기저기 많이 있으니,
온천이나 스파 좋아하는 사람은
미리 그런 스파가 있는 호텔이나 스파를 예약하면,
좀 덜 특별한 방법으로,
내장뿐 아니라
피부로도 온천수를 즐길 수 있을 거다.
9. 바로크와 아르누보 건축들
카를로비바리 구시가에는
19-20세기
아르누보나 신고전주의 건축들이 많은데,
걸으면서 그 디테일을 보는 재미가 있다.
물론 그보다 좀 더 옛날 건물들도 간간히 있는데,
18세기 바로크 건축인
마리아 막달레나 성당(kostel sv. Máří Magdaleny)도 그중 하나다.
고온 열주(Hot spring colonnade) 뒤쪽에
자리 잡고 있는데,
성당문이 열려 있어 들어가보니,
내부는 어둡지만 화려하고 경건했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시립 도서관(Městská knihovna Karlovy Vary) 외벽에 있는
카렐 4세 부조도 18세기 바로크 작품이란다.
원래 시청 건물에 붙어 있었는데,
그 건물을 허물면서
20세기 초에 도서관 건물 위로 옮겨 달았단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시립 극장(Městské divadlo)은
19세기 후반 신 로코코 양식 건축이라는데,
작지만 화려해서 눈에 띈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시립 극장 근처에 있는 건물들도 대체로
19세기 말-20세기 초반 건축들이고,
하나하나 따로 보나, 모아 보나 다 근사하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그 중의 하나인
고온 온천수 옆 아래 사진의 아르누보 건축은
예전에 저축 은행(Sparkasse)이었단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아래 사진의 눈에 띄는 아르누보 건물은
원래 Felix Zawojski의 양복점이었다는데,
지금은 호텔이 되었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그 멋진 건물 뒤에 있던 이 해시계도
아르누보 작품인 줄 알았는데,
2005년에 새로 만든 해시계란다.
21세기에 만나는 아날로그 감성이
이 도시에는 매우 잘 어울린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시장 열주와 성 열주 옆에 있는
삼위일체 기둥(Sloup Nejsvětější trojice)은
18세기 바로크 양식 작품이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이런 바로크 삼위일체 기둥은
유럽에서 많이 보던 건데
6각별이 있는 게 신기했다.
그래서 혹시 유대인이랑 관련 있나 찾아봤더니,
그런 언급은 없다.
사실 6각별은 유대인들이 사용하기 전에
가톨릭에서도 오래전부터 사용했다고도 하고,
여긴 2차 세계대전 때 독일 도시였어서,
유대인 관련 공공예술이 그 때를 무사히 넘기고
그대로 보전되기 어려웠겠다 싶은 것이,
아무래도 유대인과 관련 없는 6각별인 것 같다.
그 옆에 있는 분수는
“낮과 밤(Dny a nocy)”이란다.
제목 말고 다른 설명을 찾을 수 없는 걸 보면,
최근 작품인 것 같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이 삼위일체 기둥과
“낮과 밤” 분수 뒤 계단에 올라
성 열주(Castle colonnade)에 서서
보는 풍경도 근사하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그리고 그 아래
시장 열주(Market colonnade)와
근처 아르누보 건축들도 매우 아름답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선명한 색의 모자이크가 특별한
파스퇴르 저택 (Dům Pasteur)도
20세기 초반 아르누보 양식 건축인데,
지붕의 모자이크는
카를로비바리 온천을 통해
치유되는 사람들을 묘사한 거란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유명인사들이 머물렀던 건물들을 찾는 재미도 있다.
Goethe라고 크게 써진 건물에는
예상대로 독일 작가 괴테가 머물렀단다.
괴테가 카를로비바리에 3번 방문했다는 정보는
문 틀 왼쪽 면에,
“카를로비바리 덕에 완전히 새 삶을 얻었고,
바이마르, 로마, 그리고 카를로비바리에
살고 싶다” 말했다는 괴테의 얘기는
문틀 오른쪽 면에 체코어로 쓰여 있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괴테가 머물렀다는 건물은 이름이
세 무어인 건물(dům U tří mouřenínů)인데,
18세기 바로크 건축이라니,
300년 가까이 된 거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좀 더 젊어 보이는 아래 건물에선
체코 작곡가 드보르작이 머물렀다고 하고,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파블로프의 개”로 유명한
러시아 생리학자 파블로프는
이 호텔에서 치료받았다고 한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뭐 이밖에도 카를로비바리 구시가에는
100년이 넘은 근사한 건축들이 많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테플라 강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보이는
푸프 호텔(Grandhotel Pupp)도
카를로비바리의 대표 건축이다.
푸프 호텔은
18세기 초 카를로비바리 시장이 지은
작센 홀(Saský sál)이라는 이름의 건물이었는데,
독일식으로 Pupp인 체코 Pop 가문이 구입한 후
19세기 말 지금의 신 바로크 양식의
거대한 호텔이 되었다.
푸프 호텔은
여러 영화에서 다른 이름들도 여러 번 등장했고,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도
영감을 주었다고 알려져 있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14번 온천수를 찾아가느라
푸프 호텔을 지나 남쪽으로 계속 걸어갔는데,
생각보다 여기에 중요한 건축들이 많다.
우선 푸프 호텔 남쪽엔
황제 스파(Kaiserbad Spa, Císařské lázně)가 있다.
이 19세기 말 신 르네상스 건물은
오스트리아-헝가리 황제 가족을 위한 스파였고,
1층에는 황제를 위한 스파가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스파로 기능하지 않는 역사 유적이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그 남쪽에는 성 베드로-바울 성당(Kostel svatého Petra a Pavla)이 있는데,
19세기 말 신 로마네스크 양식의
루터 교회이다.
문이 열렸길래 한번 들어가 봤는데,
교회 분위기가 꽤 좋았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그 남쪽엔
카를로비 바리 갤러리(Galerie umění Karlovy Vary)가 있다.
이것도 20세기 초 건축이란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조금 더 걸어 내려가니
폴란드 민족시인
아담 미츠키에비치(Busta Adama Mickiewicze) 흉상도 보인다.
미츠키에비치도 카를로비바리에 방문했었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그리고 드디어 발견한
14번 온천수 탭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았고,
이제 눈에 띄게 캄캄해진 밤길을 되돌아
다시 구시가로 돌아갔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10. 야경
1월이라 해가 일찍 지는 데다가,
카를로비바리는 서울보다 위도가 높아서,
4시 반이 넘으니 완전 밤이다.
더군다나 체코 도시들은 전반적으로
밤에 조명을 잘 안 해서,
야경은 별로 화려하지 않고,
본래의 아름다움이 어둠 속에 숨어 버린다.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2020년 1월, Karlovy Vary, Czech Republic)
카를로비바리에 가능한 한 오래 체류하려고,
7시 20분 출발 마지막 버스 티켓 예매해서,
떠날 때까지 아직 시간은 좀 남아 있었다.
좀 어둡긴 해도 밤에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많고,
위험한 도시도 아닌 데다가,
어슴푸레한 조명을 받는 도시를 걷는 것도
나름 운치가 있어서,
저녁을 먹고 다시 한번
테플라 강변을 걸으면서
신기한 온천물도 몇 모금 더 마셔봤다.
그렇게 천천히 걸으면
왕복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프라하로 돌아가는 버스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카를로비바리가 확실히
중요한 관광지이긴 하나보다.
카를로비 바리의 관광 포인트는
뭐니 뭐니 해도 “황제의 온천들”이다.
온천에 몸을 담그지 않고,
그냥 길에서 걸어 다니면서
여러 온천수를 맛보는 경험이 매우 특별했다.
카를로비바리에서는
온천 잘 모르는 “온알못”이나
온천욕 준비 없이 온천도시에 와버린 온천애호가가
쉽게 그리고 새롭게 온천을 체험할 수 있다.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도
길에서 온천수를 맛볼 수 있긴 했지만,
소피아의 노천 온천수는
공공 수도꼭지에서 약수터 물 받듯이,
집에서 쓸 물을 커다란 생수통에 받아가는
현지인들의 생활용수였다면,
카를로비바리의 온천수는
특별한 용기를 구매한 후
조금 상기된 표정과 고양되 기분으로,
예쁜 도시 곳곳을 순례하며 마시는 의례를 통해
관광객들의 성수가 된다는 점에서
외지인으로서는
좀 더 재미있고 특별한 느낌이었다.
그날 홀짝홀짝 마신 온천수 중에
좀 덜 뜨거우면서 덜 짠 온천수는
미리 준비해 간 물병에 조금 담아가지고 왔는데,
이상하게도
카를로비바리라는 그 마법 공간을 벗어나니,
그 온천수가 덜 특별해지면서,
물을 서둘러 안 마시고 방치하게 되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나서 마신,
이제는 치유의 마법이 풀린 듯한
그 물병 안의 카를로비 바리의 온천수는
별로 짜지도 않고 탄산도 안 느껴지는
그냥 평범한 물이 되었다.
그래도 그 마법의 물 순례의 특별한 경험은
여전히 기억 속에 특별하게 남아있다.
그게 내가 건강하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뭔가에 홀린 듯 열심히 마신 그 마법의 물이
정말 치료의 효험이 있는지,
몸에 좋은 건지
확인할 만한 몸이 변화는 못 느꼈다.
하지만 몸에 나쁘다는 증거도 없으니,
황제의 온천 도시 카를로비바리에 가면
한때는 유럽 귀족, 왕족들이
치유의 기적을 체험했다는
그 “고귀한” 마법의 물을 맛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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