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22 현진건 고향 전문 The 135 Detailed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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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의 문학] 제26화 고향 현진건 전문해설 [2019학년도 수능특강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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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그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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Á¡µ¿°íµîÇб³ – ±¹¾î ±ÛÀб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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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 고향 술 권하는 사회 고향 전문 무영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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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현진건, 일제 강점기, 농민(민중)의 참혹한 생활상 폭로 [현대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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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현진건 일제 강점기 농민(민중)의 참혹한 생활상 폭로 [현대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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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현진건, 일제 강점기, 농민(민중)의 참혹한 생활상 폭로 [현대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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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현진건,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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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 그의 얼굴 ]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중에서 생긴 일이다. 나는 나와 마주 앉은 그를 매우 흥미있게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두루막 격으로 ‘기모노’를 둘렀고 그 안에선 옥양목 저고리가 내어 보이며 아랫도리엔 중국식 바지를 입었다. 그것은 그네들이 흔히 입는 유지모양으로 번질번질한 암갈색 피륙으로 지은 것이었다. 그러고 발은 감발을 하였는데 짚신을 신었고 ‘고부가리’로 깎은 머리엔 모자도 쓰지 않았다. 우연히 이따금 기묘한 모임을 꾸미는 것이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찻간에는 공교롭게 세 나라 사람이 다 모이었으니 내 옆에는 중국 사람이 기대었다. 그의 옆에는 일본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는 동양 삼국 옷을 한 몸에 감은 보람이 있어 일본말로 곧잘 철철 대이거니와 중국말에도 그리 서툴지 않은 모양이었다.

“도코마데 오이데 데수카”

하고 첫마디를 걸더니만 동경이 어떠니 대판이 어떠니, 조선 사람은 고추를 끔찍이 많이 먹는다는 둥, 일본 음식은 너무 싱거워서 처음에는 속이 뉘엿거린다는 둥, 횡설수설 지껄이다가 일본 사람이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짜르게 끊은 꼿꼿한 윗수염을 비비면서 마지못해 까땍까땍하는 고개와 함께 ‘소데수까’란 한 마디로 코대답을 할 따름이요, 잘 받아 주지 않으매, 그는 또 중국인을 붙들고 실랭이를 한다.

“네쌍나을취?”

“니씽섬마?”

하고 덤벼보았으나 중국인 또한 그 기름 끼인 뚜우한 얼골에 수수께끼 같은 웃음을 띠울 뿐이요 별로 대꾸를 하지 않았건만 그래도 무에라고 연해 웅얼거리면서 나를 보고 웃어 보였다. 그것은 마침 짐승을 놀리는 요술쟁이가 구경꾼을 바라볼 때처럼 훌륭한 제 재조를 갈채해 달라는 웃음이었다. 나는 쌀쌀하게 그의 시선을 피해 버렸다. 그 주적대는 꼴이 어쭙잖고 밉살스러웠음이다. 그는 잠깐 입을 닥치고 무료한 듯이 머리를 더억더억 긁기도 하며 손톱을 이로 물어뜯기도 하고 멀거니 창밖을 내다보기도 하다가 암만해도 지절대지 않고는 못 참겠던지 문득 나에게로 향하며,

“어데까정 가는기오?”

라고 경상도 사투리로 말을 붙인다.

“서울까지 가오”

“그런기오? 참 반갑구마, 나도 서울꺼정 가는데 그러면 우리 동행이 되겠구마.”

나는 이 지나치게 반가워하는 말씨에 대하여 무에라고 대답할 말도 없고 또 굳이 대답하기도 싫기에 덤덤히 입을 닫쳐 버렸다.

“서울에 오래 살았는기오?”

그는 또 물었다.

“육칠 년이나 됩니다.”

조금 성가시다 싶었으되 대꾸 않을 수도 없었다.

“에이구 오래 살았구마, 나는 처음 길인데 우리 같은 막벌이꾼이 차를 나려서 어데로 찾아가야 되겠는기오? 일본으로 말하면 ‘기진야드’같은 것이 있는기오?”

하고 그는 답답한 제 신세를 생각했던지 찡그려 보였다. 그때 나는 그의 얼골이 웃기보담 찡그리기에 가장 적당한 얼골임을 발견하였다. 군데군데 찢어진 겅성드뭇한 눈썹이 알알이 일어서며 아래로 축 처지는 서슬에 양미간에는 여러 가닥 주름이 잡히고 광대뼈 위로 뺨 살이 실룩실룩 보이자 두 볼은 쪽 빨아든다. 입은 소태나 먹은 것처럼 왼편으로 삐뚤어지게 찟어 올라가고, 조이던 눈엔 눈물이 괴인 듯 삼십 세밖에 안 되어 보이는 그 얼골이 십 년 가량은 늙어진 듯하였다. 나는 그 신산(辛酸)스러운 표정이 얼마쯤 감동이 되어서 그에게 대한 반감이 풀려지는 듯하였다.

“글쎄요, 아마 노동 숙박소란 것이 있지요.”

노동 숙박소에 대해서 미주알고주알 묻고 나서,

“시방 가면 무슨 일자리를 구하겠는기오?”

라고 그는 매어 달리는 듯이 또 채쳤다.

“글쎄요? 무슨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는지요.”

나는 내 대답이 너무 냉랭하고 불친절한 것이 죄송스러웠다. 그러나 일자리에 대하여 아모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이외에 더 좋은 대답을 해 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대신 나는 은근하게 물었다.

“어데서 오시는 길입니까?”

“흥, 고향에서 오누마.”

하고 그는 휘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그의 신세 타령의 실마리는 풀려 나왔다. 그의 고향은 대구에서 멀지 않은 K군 H란 외따른 동리였다. 한 백호 남짓한 그 곳 주민은 전부가 역둔토를 파먹고 살았는데 역둔토로 말하면 사삿집 땅을 부치는 것보담 떨어지는 것이 후하였다. 그러므로 넉넉지는 못할망정 평화로운 농촌으로 남부럽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 뒤바뀌자 그 땅은 전부가 동양척식회사의 소유에 들어가고 말았다. 직접으로 회사에 소작료를 바치게나 되었으면 그래도 나으련마는 소위 중간 소작인이란 것이 생겨나서 저는 손에 흙 한번 만져 보지도 않고 동척엔 소작인 노릇을

하며 실작인에게는 지주 행세를 하게 되었다. 동척에 소작료를 물고 나서 또 중간소작인에게 긁히고 보니 실작인의 손에는 소출의 삼 할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 후로 ‘죽겠다’ ‘못살겠다’하는 소리는 중이 염불하듯 그들의 입길에서 오르나리게 되었다. 남부여대하고 타처로 유리하는 사람만 늘고 동리는 점점 쇠진해갔다.

지금으로부터 구 년 전 그가 열 일곱 살 되던 해 봄에 (그의 나이는 실상 스물여섯이었다. 가난과 고생이 얼마나 사람을 늙히는가) 그의 집안은 살기 좋다는 바람에 서간도로 이사를 갔었다. 쫓겨가는 이의 운명이어든 어데를 간들 신신하랴. 그 곳의 비옥한 전야도 그들을 위하여 열려질 리 없었다. 조금 좋은 땅은 먼저 간 이가 모조리 차지를 하였고 황무지는 비록 많다하나 그곳 당도하던 날부터 아츰거리 저녁거리 걱정이라, 무슨 행세로 적어도 일년이란 장구한 세월을 먹고 입어 가며 거친 땅을 풀 수가 있으랴. 남의 밑천을 얻어서 농사를 짓고 보니 가을이 되어 얻는 것은 빈주먹뿐이었다. 이태 동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버티어 갈 제 그의 아버지는 우연히 병을 얻어 타국의 외로운 혼이 되고 말았다. 열 아홉 살밖에 안 된 그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악으로 악으로 모진 목숨을 이어가던 중, 사 년이 못 되어 영양 부족한 몸이 심한 노동에 지친 탓으로 그의 어머니 또한 죽고 말았다.

“모친꺼정 돌아갔구마.”

“돌아가실 때 흰죽 한 모금도 못 자셨구마.”

하고 이야기하던 이는 문득 말을 뚝 끊는다. 그의 눈이 번들번들함은 눈물이 쏟아졌음이리라. 나는 무엇이라고 위로할 말을 몰랐다. 한동안 머뭇머뭇이 있다가 나는 차를 탈 때에 친구들이 사 준 정종병 마개를 빼었다. 찻잔에 부어서 그도 마시고 나도 마시었다. 악착한 운명이 던져준 깊은 슬픔을 술로 녹이려는 듯이 연겨푸 다섯 잔을 마신 그는 다시 말을 계속하였다. 그후 그는 부모 잃은 땅에 오래 머물기 싫었다. 신의주로 안동현으로 품을 팔다가 일본으로 또 벌이를 찾아가게 되었다. 구주 탄광에 있어도 보고 대판 철공장에도 몸을 담아 보았다. 벌이는 조금 나았으나 외롭고 젊은 몸은 자연히 방탕해졌다. 돈은 모을래야 모을 수 없고 이따금 울화만 치받치기 때문에 한 곳에 주접을 하고 있을 수 없었다. 화도 나고 고국산천이 그립기도 하여서 훌쩍 뛰어 나왔다가 오래간만에 고향을 둘러보고 벌이를 구할 겸 구경도 할 겸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라 한다.

“고향에 가시니 반가워하는 사람이 있습디까?”

나는 탄식하였다.

“반가워하는 사람이 다 뭔기오? 고향이 통 없어졌더마.”

“그렇겠지요. 구 년 동안이면 퍽 변했겠지요.”

“변하고 무어고 간에 아모 것도 없더마. 집도 없고, 사람도 없고, 개 한 마리도 얼씬을 않더마.”

“그러면 아주 폐동이 되었단 말씀이오?”

“흥, 그렇구마. 무너지다가 담만 즐비하게 남았더마. 우리 살던 집도 터야 안 남았겠는기오? 암만 찾아도 못 찾겠더마. 사람 살던 동리가 그렇게 된 것을 혹 구경 했는기오?”

하고 그의 짜는 듯한 목은 높아졌다.

“썩어 넘어진 서까래, 뚤뚤 구르는 주추는! 꼭 무덤을 파서 해골을 헐어 젖혀 놓은 것 같더마. 세상에 이런 일도 있는기오? 백 여호 살던 동리가 십 년이 못되어 통 없어지는 수도 있는기오? 후!”

하고 그는 한숨을 쉬며 그 때의 광경을 눈앞에 그리는 듯이 멀거니 먼 산을 보다가 내가 따라 준 술을 꿀꺽 들이켜고,

“참! 가슴이 터지더마, 가슴이 터져.”

하자마자 굵직한 눈물 두어 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나는 그 눈물 가운데 음산하고 비참한 조선의 얼골을 똑똑히 본 듯싶었다.

이윽고 나는 이런 말을 물었다.

“그래, 이번 길에 고향 사람은 하나도 못 만났습니까?”

“하나 만났구마, 단지 하나.”

“친척 되시는 분이던가요”

“아니구마, 한 이웃에 살던 사람이구마.”

하고 그의 얼골은 더욱 침울해진다.

“여간 반갑지 않으셨겠지요?”

“반갑다 말다, 죽은 사람을 만난 것 같더마. 더구나 그 사람은 나와 까닭도 좀 있던 사람인데…….”

“까닭이라니?”

“나와 혼인 말이 있던 여자구마.”

“하―.”

나는 놀랜 듯이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신세도 내 신세만이나 하구나.”

하고 그는 또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그 여자는 자기보담 나이 두 살 위였는데 한 이웃에 사는 탓으로 같이 놀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며 자라났었다. 그가 열 네댓 살 적부터 그들 부모 사이에 혼인 말이 있었고 그도 어린 마음에 매우 탐탁하게 생각하였었다 . 그런데 그 처녀가 열 일곱 살 된 겨울에 별안간 간 곳을 모르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 아비 되는 자가 이십 원을 받고 대구유곽에 팔아먹은 것이었다. 그 소문이 퍼지자 그 처녀 가족은 그 동리에서 못 살고 멀리 이사를 갔는데 그 후로는 물론 피차에 한 번 만나보지도 못하였다. 이번에야 빈터만 남은 고향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읍내에서 그 안해 될 뻔한 댁과 마주치게 되었다. 처녀는 어떤 일본 사람 집에서 아이를 보고 있었다. 궐녀는 이십 원 몸값을 십년을 두고 갚았건만 그래도 주인에게 빚이 육십 원이나 남았었는데 몸에 몹쓸 병이 들고 나이 늙어져서 산송장이 되니까 주인 되는 자가 특별히 빚을 탕감해 주고 작년 가을에야 놓아준 것이었다. 궐녀도 자기와 같이 십 년 동안이나 그리던 고향에 찾아오니까 거기는 집도 없고 부모도 없고 쓸쓸한 돌무더기만 눈물을 자아낼 뿐이었다. 하로해를 울어 보내고 읍내로 들어와서 돌아다니다가 십 년 동안에 한 마디 두 마디 배워두었던 일본말 덕택으로 그 일본 집에 있게 된 것이었다.

“암만 사람이 변하기로 어째 그렇게도 변하는기오? 그 숱 많던 머리가 훌렁 다 벗어졌더마. 눈은 폭 들어가고 그 이들이들하던 얼골빛도 마치 유산을 끼얹은 듯하더마.”

“서로 붙잡고 많이 우셨겠지요?”

“눈물도 안 나오더마. 일본 우동집에 들어가서 둘이서 정종만 한 열 병 따려 누이고 헤어졌구마.”

하고 가슴을 짜는 듯이 괴로운 한숨을 쉬더니만 그는 지낸 슬픔을 새록새록이 자아내어 마음을 새기기에 지치었음이더라.

“이야기를 다 하면 무얼하는기오?”

하고 쓸쓸하게 입을 다문다. 내 또한 너무도 참옥한 사람살이를 듣기에 쓴물이 났다.

“자, 우리 술이나 마저 먹읍시다.”

하고 우리는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한 되 병을 다 말리고 말았다. 그는 취흥에 겨워서 우리가 어릴 때 멋모르고 부르던 노래를 읊조리었다.

볏섬이나 나는 전토는

신작로가 되고요―

말마디나하는 친구는

감옥소로 가고요―

담뱃대나 떠는 노인은

공동묘지 가고요―

인물이나 좋은 계집은

유곽으로 가고요―

(12월 3일 밤)

(‘조선일보’, 1926. 1. 3.)

(『조선의 얼골』,글벗집,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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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 고향 술 권하는 사회 고향 전문 무영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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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진건 고향

〈고향〉은 현진건의 사실주의 단편소설로써 일제강점기에 의한 한민족의 비참한 삶을 그려내고 있다. 줄거리편집. 서울행 기차 안에서 만난 그의 한국,중국,일본의 옷 고향 현진건

그의 고향은 대구에서 멀지 않은 K군 H란 외딴 동리였다. 한 백 호 남짓한 그곳 주민은 전부가 역둔토를 파먹고 살았는데 역둔토로 말하면 사삿집 땅 고향 현진건 푸른행복의 이야기 마을

하는 삶을 표현하는 데에 효과적이며, 인물의 신분이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 작가 소개 현진건 – 국어국문학자료사전 현진건 고향.pdf 고향 현진건

– 현진건 술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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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11월 『개벽開闢』에 발표하였다. 이 소설은 현진건의 초기 소설로서 작가의 신변을 다룬 작품이다. 1인칭소설일 뿐 아니라 주인공의 행각도 작가와 일치한 술권하는사회현진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술 권하는 사회 작가 소개 현진건玄鎭健 19001943 소설가. 호는 빙허憑虛. 대구 출생. 중국 호강대학 수학. 1920년 단편 “희생자”를 개벽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현진건술 권하는 사회

– 현진건 고향 전문

제목 3. 현진건고향. 이름 신지영; 등록일 20110121. 3. 현진건고향. 첨부파일 3고향본문.hwp 다운로드 수 459 3.현진건고향.hwp 다운로드 수 436 .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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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 고향 전문입니다. 준학습자료공유. 히메나 조회 1657 추천 0 2009.06.09. 첨부파일 현진건고향.hwp. 현진건 고향 전문 파일입니다. 문선생국어논술 현진건 고향 전문입니다.

현진건 고향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중에서 생긴 일이다. ​ 나는 나와 마주 앉은 그를 매우 흥미있게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 두루마기 격으로 기모노를 둘렀고 현진건 고향/전문全文

– 현진건 무영탑

이에 편승하여 현진건도 역사와 전설을 변형시키면서 현실적 의미를 담기 위하여 무영탑을 쓰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은 그의 기행문인 고도순례경주古都巡禮 무영탑無影塔

무영탑無影塔에 있어서, 인물 설정과 그 형상화 과정과 시대와의 관계는 낭만주의적 감각과는 뚜렷하게 구별된다. 첫째 신라 통일기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현진건玄鎭健의 무영탑無影塔

독후감 현진건 무영탑 출판사 신원문화사 / 출판일 2002/5/30 / 페이지수 552 시간이 나면 무영탑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는 친구에게 어릴 적부터 현진건 무영탑

고향, 현진건, 일제 강점기, 농민(민중)의 참혹한 생활상 폭로 [현대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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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 고향

기차 안에서 만난 조선 유랑민과의 대화를 통해 일제의 수탈로 농토와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참담한 삶을 형상화하여 일제의 식민지 정책에 대한 작가의 비판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 갈래 : 단편 소설, 액자 소설

* 성격 : 사실적, 현실 고발적

* 배경

① 시간 – 일제 강점기

② 공간 – 대구발 서울행 열차 안

*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 주제 : 일제 강점기 우리 농민(민중)의 참혹한 생활상의 폭로

* 특징

① 1920년대 민족 항일기의 시대상을 조명함.

② 농토를 빼앗긴 농민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그림.

* 출전 : “조선일보”(1926)에 ‘그의 얼굴’로 발표했으나 단편집 “조선의 얼굴”에서 ‘고향’으로 제목을 고침.

어휘 풀이

* 옥양목 : 생목보다 발이 고운 무명. 빛이 썩 희고 얇음.

* 뉘엿거리다 : 속이 메스꺼워 자꾸 토할 듯하다.

* 뚜우하다 : 말수가 적고 묵직하다.

* 주적대다 : 아는 체하며 요란스럽게 떠들어대다.

* 어쭙잖다 : 비웃음을 살 만큼 언행이 분수에 넘치는 데가 있다.

* 역둔토 : 역에 속한 논과 밭

* 사삿집 : 개인 소유의 집.

* 동양 척식 주식회사 : 1908년 일제가 조선의 토지와 자원을 수탈할 목적으로 설치한 식민지 착취 기관.

* 동척 : ‘동양 척식 주식회사’의 줄임말.

* 남부여대(男負女戴) : 남자는 지고 여자는 인다는 뜻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살 곳을 찾아 떠돌아다님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서간도 : 백두산 부근의 만주 지방으로 압록강 너머 지역이 이에 해당함.

* 신신(新新)하다 : 사는 것이 넉넉해져 생기가 돌고 새로워지다.

* 서까래 : 마룻대에서 보 또는 도리에 걸친 통나무.

* 주추 : 기둥 밑에 괴는 물건.

* 탐탁하다 : 마음에 들어 흐뭇하다.

* 유곽 : 창녀들이 모여서 몸을 팔던 집이나 그 구역.

* 궐녀 : 그녀. 그 여자.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아닌 제3의 여자를 가리키는 3인칭 대명사.

* 탕감하다 : 빚이나 요금, 세금 따위의 물어야 할 것을 없애 주다.

* 유산 : 무기산의 하나로, 빛도 맛도 없는 끈끈한 액체. 황산의 옛말.

* 취흥 : 술에 취해 일어나는 흥취.

* 전토(田土) : 논과 밭.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 중반, 일제의 수탈로 황폐해진 농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기차 안에서 우연히 알게 된 한 인물의 인생 역정을 통해 당대 조선의 농촌 공동체가 어떻게 파괴되었는지, 식민지 현실이 개인의 삶을 얼마나 짓밟았는지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극적인 사건의 전개나 인물 관계 등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액자식 구성의 이야기 전개를 통해 강렬한 현실 고발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사실주의 문학의 전형을 보여 준다.

기차 안에서 ‘그’와 대화를 나누게 된 ‘나’는 첫인상만으로는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기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짙은 동정과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된다. 두 인물이 서로에게 정서적으로 다가가는 과정을 통해 민족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 줄거리

[발단] ‘나’는 서울행 기차에서 동양 삼국의 복장을 입고 천박한 행동을 하는 ‘그’를 만난다.

[전개] ‘그’와 대화를 나누다 ‘그’가 고향을 떠난 사정을 듣게 된다.

[위기] ‘나’는 과거에 대구 근교의 평화로운 농민이었던 ‘그’가 농토를 잃고 파란 많은 유랑 생활을 했음을 알게 된다.

[절정] ‘그’가 오랜만에 돌아간 고향은 폐허가 되었고, 자신과 혼담이 있었던 여인을 우연히 만나 기구한 인생사를 듣게 된다.

[결말] ‘나’는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여 함께 술을 마시고, ‘그’는 어릴 때 부르던 노래를 부른다.

고향(현진건)의 인물 소개

* ‘나’ : ‘그’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서술자이다. 당대 지식인으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조선의 현실을 재인식 하면서 ‘그’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 ‘그’ : 당대 우리 민족의 비참한 현실을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인물로서, 작가의 현실 비판 의식을 드러낸다.

* 궐녀 : 농촌의 황폐화로 유곽에 팔려 간 여성으로서, 당시의 한국 여성들의 비참한 삶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작품 연구

‘고향’의 서사 구조

이 작품은 액자 구성의 소설로, ‘그’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지식인(‘나’)이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민중(‘그’)이다. 둘은 이야기를 매개로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민족 동질성을 재인식한다. 또한 이 작품은 구성상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처음 부분은 서울 행 기차에서 ‘그’로부터 신세 타령을 듣게 된 내력을 서술한 부분이고, 중간 부분은 고향을 떠난 ‘그’가 9년간이나 각지로 유랑하며 밟은 비참한 삶의 역정을 서술한 부분이며, 끝 부분은 술에 취한 ‘그’가 읊조린 노래를 제시한 부분이다.

1920년대 조선 현실과 ‘고향’

이 작품은 식민 통치와 더불어 시작된 일제의 농촌 수탈 정책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나’와 ‘그’가 만난 공간은 ‘기차’인데 일제가 철도를 건설하고 자원과 산물을 수탈했다는 점에서 시대적 배경과의 연관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차 안에서 ‘그’를 깔보고 냉담하게 구는 중국인과 일본인의 모습에서 일제의 식민지였던 조선의 수난을 떠올려 볼 수도 있다. 일제는 농업 생산력 증대 및 농업 근대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토지 조사 사업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빼앗은 토지를 동양 척식 주식회사를 통해 관리했다. 이처럼 일제의 교묘한 행정 동원으로 인해 토지를 수탈당한 조선의 농민들은 ‘그’와 같이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되었다. 이러한 농촌 수탈 정책은 당시 민중의 생존권을 짓밟았는데, 이것이 1920년대 조선 농촌의 현실이었다.

‘그’를 대하는 ‘나’의 심리 변화

작품 끝 부분의 ‘민요’가 갖는 의미

이 작품의 끝에는 신민요가 덧붙여 있다. 신민요란 새로 만들어진 민요라는 뜻으로, 예전의 민요 가락을 빌려 오되 당시의 사회적 참상을 풍자하는 내용으로 채워진 노래를 말한다. ‘말마디나 하는 친구’(바른말로 일제의 정책을 비판하는 지식인)는 감옥에 가고, ‘인물이나 좋은 계집’은 생계의 한 방편으로 결국 창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표현 등은 당대의 암울한 시대 상황에서 우리 민족이 겪은 수난과 고통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결국 작품 끝에 실린 신민요는 당시의 사회상을 집약적으로 제시하여 주제를 압축하여 드러내며, 작품의 현실감을 더하는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다.

작가 소개 – 현진건(玄鎭健, 1900 ~ 1943)

소설가. 호는 빙허(憑虛). 1920년 “개벽”지에 단편 소설 ‘희생자’를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등단하였다. 1921년 발표한 ‘빈처’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으며 한국 근대 단편 소설의 선구자로 평가된다. “백조” 동인으로 활동하였으며, 주요 작품으로 ‘타락자’, ‘술 권하는 사회’, ‘불’ 등이 있다.

———–전문—————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중에서 생긴 일이다. 나는 나와 마주 앉은 그를 매우 흥미있게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두루마기 격으로 기모노를 둘렀고, 그 안에서 옥양목 저고리가 내어 보이며 아랫도리엔 중국식 바지를 입었다. 그것은 그네들이 흔히 입는 유지 모양으로 번질번질한 암갈색 피륙으로 지은 것이었다. 그리고 발은 감발을 하였는데 짚신을 신었고, 고무가리로 깎은 머리엔 모자도 쓰지 않았다. 우연히 이따금 기묘한 모임을 꾸민 것이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찻간에는 공교롭게 세 나라 사람이 다 모였으니, 내 옆에는 중국 사람이 기대었다. 그의 옆에는 일본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는 동양 삼국옷을 한몸에 감은 보람이 있어 일본말도 곧잘 철철 대이거니와 중국말에도 그리 서툴지 않은 모양이었다.

“고꼬마데 오이데 데스까?(어디까지 가십니까?)”하고 첫마디를 걸더니만, 도꼬가 어떠니, 오사까가 어떠니, 조선 사람은 고추를 끔찍이 많이 먹는다는 둥, 일본 음식은 너무 싱거워서 처음에는 속이 뉘엿걸다는 둥, 횡설수설 지껄이다가 일본 사람이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짧게 끊은 꼿꼿한 윗수염을 비비면서 마지못해 까땍까땍하는 고개와 함께 “소데스까(그렇습니까)”란 한 마디로 코대답을 할 따름이요, 잘 받아 주지 않으매, 그는 또 중국인을 붙들고서 실랑이를 하였다. “니상나열취……” “니싱섬마”하고 덤벼 보았으나 중국인 또한 그 기름낀 뚜우한 얼굴에 수수께끼 같은 웃음을 띨 뿐이요 별로 대구를 하지 않았건만, 그래도 무어라고 연해 웅얼거리면서 나를 보고 웃어 보였다.

그것은 마치 짐승을 놀리는 요술장이가 구경꾼을 바라볼 때처럼 훌륭한 재주를 갈채해 달라는 웃음이었다. 나는 쌀쌀하게 그의 시선을 피해 버렸다. 그 주적대는 꼴이 어줍지 않고 밉살스러웠다. 그는 잠깐 입을 닫치고 무료한 듯이 머리를 덕억덕억 긁기도 하며, 손톱을 이로 물어뜯기도 하고, 멀거니 창 밖을 내다보기도 하다가, 암만해도 중절대지 않고는 못 참겠던지 문득 나에게로 향하며, “어디꺼정 가는 기오?”라고 경상도 사투리로 말을 붙인다.

“서울까지 가요.”

“그런기오. 참 반갑구마. 나도 서울꺼정 가는데. 그러면 우리 동행이 되겠구마.”

나는 이 지나치게 반가와하는 말씨에 대하여 무어라고 대답할 말도 없고, 또 굳이 대답하기도 싫기에 덤덤히 입을 닫쳐 버렸다.

“서울에 오래 살았는기요?” 그는 또 물었다.

“육칠년이나 됩니다.” 조금 성가시다 싶었으되, 대꾸 않을 수도 없었다.

“에이구, 오래 살았구마, 나는 처음길인데 우리 같은 막벌이군이 차를 내려서 어디로 찾아가야 되겠는기요? 일본으로 말하면 기전야도 같은 것이 있는기오?”

하고 그는 답답한 제 신세를 생각했던지 찡그려 보았다. 그때 나는 그의 얼굴이 웃기보다 찡그리기에 가장 적당한 얼굴임을 발견하였다. 군데군데 찢어진 겅성드뭇한 눈썹이 올올이 일어서며, 아래로 축 처지는 서슬에 양미간에는 여러 가닥 주름이 잡히고, 광대뼈 위로 뺨살이 실룩실룩 보이자 두 볼은 쪽 빨아든다. 입은 소태나 먹은 것처럼 왼편으로 삐뚤어지게 찢어 올라가고, 죄던 눈엔 눈물이 괸 듯 삼십 세밖에 안되어 보이는 그 얼굴이 10년 가량은 늙어진 듯하였다. 나는 그 신산스러운 표정에 얼마쯤 감동이 되어서 그에게 대한 반감이 풀려지는 듯하였다.

“글쎄요, 아마 노동 숙박소란 것이 있지요.”

노동 숙박소에 대해서 미주알고주알 묻고 나서,

“시방 가면 무슨 일자리를 구하겠는기오?”라고 그는 매달리는 듯이 또 꽤쳤다.

“글쎄요, 무슨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는지요.” 나는 내 대답이 너무 냉랭하고 불친절한 것이 죄송스러웠다. 그러나 일자리에 대하여 아무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이외에 더 좋은 대답을 해 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대신 나는 은근하게 물었다.

“어디서 오시는 길입니까?”

“흠, 고향에서 오누마.” 하고 그는 휘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그의 신세타령의 실마리는 풀려 나왔다.

그의 고향은 대구에서 멀지 않은 K군 H란 외따른 동리였다. 한 백호 남짓한 그곳 주님은 전부가 역둔토를 파먹고 살았는데, 역둔토로 말하면 사삿집 땅을 부치는 것보다 떨어지는 것이 후하였다. 그러므로 넉넉지는 못할망정 평화로운 농촌으로 남부럽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 뒤바뀌자 그 땅은 전부가 동양 척식 회사의 소유에 들어가고 말았다. 직접으로 회사에 소작료를 바치게 되었으면 그래도 나으련만 소위 중간 소작인이란 것이 생겨나서 저는 손에 흙 한 번 만져 보지도 않고 동척엔 소작인 노릇을 하며, 실지인에게는 지주 행세를 하게 되었다. 동척에 소작료를 물고 나서 또 중간 소작료인에게 긁히고 보니, 실작인의 손에는 소출이 3할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후로 <죽겠다, 못 살겠다>하는 소리는 중이 염불하듯 그들의 입길에서 오르내리게 되었다. 남부여대하고 타처로 유리하는 사람만 늘고 동리는 점점 쇠진해갔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그가 열일곱 살 되던 해 봄에(그의 나이는 실상 스물여섯이었다. 가난과 고생이 얼마나 사람을 늙히는가?) 그의 집안은 살기 좋다는 바람에 서간도로 이사를 갔었다. 쫓겨가는 운명이거든 어디를 간들 신신하랴. 그곳의 비옥한 전야도 그들을 위하여 열려질 리 없었다. 조금 좋은 땅은 먼저 간 이가 모조리 차지하였고 황무지는 비록 많다 하나 그곳 당도하던 날부터 아침거리 저녁거리 걱정이랴. 무슨 행세로 적어도 1년이란 장구한 세월을 먹고 입어 가며 거친 땅을 풀 수가 있으랴. 남의 밑천을 얻어서 농사를 짓고 보니, 가을이 되어 얻는 것은 빈주먹뿐이었다. 이태 동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버티어 갈 제, 그의 아버지는 망연히 병을 얻어 타국의 외로운 혼이 되고 말았다. 열아홉 살밖에 안된 그가 홀어머니를 보시고 악으로 악으로 모진 목숨을 이어가는 중 4년이 못되어 영양 부족한 몸이 심한 노동에 지친 탓으로 그의 어머니 또한 죽고 말았다.

“모친까장 돌아갔구마.”

“돌아가실 때 흰죽 한 모금도 못 자셨구마.”

하고 이야기하던 이는 문득 말을 뚝 끊는다. 나는 무엇이라고 위로할 말을 몰랐다. 한동안 머뭇머뭇이 있다가 나는 차를 탈 때에 친구들이 사준 정종병 마개를 빼었다. 찻잔에 부어서 그도 마시고 나도 마셨다. 악착한 운명이 던져 준 깊은 슬픔을 술로 녹이려는 듯이 연거푸 다섯 잔을 마시는 그는 다시 말을 계속하였다. 그후 그는 부모 잃은 땅에 오래 머물기 싫었다. 신의주로, 안동현으로 품을 팔다가 일본으로 또 벌이를 찾아가게 되었다. 규슈 탄광에 있어도 보고, 오사까 철공장에도 몸을 담아 보았다. 벌이는 조금 나았으나 외롭고 젊은 몸은 자연히 방탕해졌다. 돈을 모으려야 모을 수 없고 이따금 울화만 치받치기 때문에 한곳에 주접을 하고 있을 수 없었다. 화도 나고 고국 산천이 그립기도 하여서 훌쩍 뛰어나왔다가 오래간만에 고향을 둘러보고 벌이를 구할 겸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라 했다.

“고향에 가시니 반가워하는 사람이 있습디까?” 나는 탄식하였다.

“반가워하는 사람이 다 뮌기오, 고향이 통 없어졌더마.”

“그렇겠지요. 9년 동안이나 퍽 변했겠지요.”

“변하고 뭐고 간에 아무것도 없더마. 집도 없고, 사람도 없고, 개 한 마리도 얼씬을 않더마.”

“그러면, 아주 폐농이 되었단 말씀이오?”

“흥, 그렇구마. 무너지다 만 담만 즐비하게 남았드마. 우리 살던 집도 터야 안 남았는기오, 암만 찾아도 못 찾겠더마. 사람 살던 동리가 그렇게 된 것을 혹 구경했는기오?”

하고 그의 짜는 듯 한 목은 높아졌다.

“썩어 넘어진 서까래, 뚤뚤 구르는 주추는! 꼭 무덤을 파서 해골을 헐어 젖혀놓은 것 같더마. 세상에 이런 일도 있는기오? 백여호 살던 동리가 10년이 못 되어 통 없어지는 수도 있는기오, 후!”

하고 그는 한숨을 쉬며, 그때의 광경을 눈앞에 그리는 듯이 멀거니 먼산을 보다가 내가 따라 준 술을 꿀꺽 들이켜고,

“참! 가슴이 터지더마, 가슴이 터져”

하자마자 굵직한 눈물 둬 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나는 그 눈물 가운데 음산하고 비참한 조선의 얼굴을 똑똑히 본 듯 싶었다.

이윽고 나는 이런 말을 물었다.

“그래, 이번 길에 고향 사람은 하나도 못 만났습니까?”

“하나 만났구마, 단지 하나.”

“친척되는 분이던가요?”

“아니구마, 한 이웃에 살던 사람이구마.”하고 그의 얼굴은 더욱 침울했다.

“여간 반갑지 않으셨지어요.”

“반갑다마다, 죽은 사람을 만난 것 같더마. 더구나 그 사람은 나와 까닭도 좀 있던 사람인데……”

“까닭이라니?”

“나와 혼인 말이 있던 여자구마.”

“하아!” 나는 놀란 듯이 벌린 입이 닫혀지지 않았다.

“그 신세도 내 신세만 하구마.”

하고 그는 또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그 여자는 자기보다 나이 두 살 위였는데, 한이웃에 사는 탓으로 같이 놀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며 자라났다. 그가 열 네살 적부터 그들 부모들 사이에 혼인 말이 있었고 그도 어린 마음에 매우 탐탁하게 생각하였었다. 그런데 그 처녀가 열일곱 살 된 겨울에 별안간 간 곳을 모르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 아버지되는 자가 20원을 받고 대구 유곽에 팔아먹은 것이었다. 그 소문이 퍼지자 그 차녀 가족은 그 동리에서 못 살고 멀리 이사를 갔는데 그 후로는 물론 피차에 한 번 만나 보지도 못하였다. 이번에야 빈터만 남은 고향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읍내에서 그 아내될 뻔한 댁과 마주치게 되었다.

처녀는 어떤 일본 사람 집에서 아이를 보고 있었다. 궐녀는 20원 몸값을 10년을 두고 갚았건만 그래도 주인에게 빚이 60원이나 남았었는데, 몸에 몹쓸 병이 들어 나이 늙어져서 산송장이 되니까. 주인되는 자가 특별히 빚을 탕감해 주고, 작년 가을에야 놓아 준 것이었다.

궐녀도 자기와 같이 10년 동안이나 그리던 고향에 찾아오니까 거기에는 집도 없고, 부모도 없고 쓸쓸한 돌무더기만 눈물을 자아낼 뿐이었다. 하루해를 울어 보내고 읍내로 들어와서 돌아다니다가, 10년 동안에 한 마디 두 마디 배워 두었던 일본말 덕택으로 그 일본 집에 있게 되었던 것이다.

“암만 사람이 변하기로 어째 그렇게도 변하는기오? 그 숱 많던머리가 훌렁 다 벗을졌두마. 눈을 푹 들어가고 그 이들이들하던 얼굴빛도 마치 유산을 끼얹은 듯하더마.”

“서로 붙잡고 많이 우셨겠지요”

“눈물도 안 나오더마. 일본 우동집에 들어가서 둘이서 정종만 열병 때려뉘고 헤어졌구마.”

하고 가슴을 짜는 듯한 괴로운 한숨을 쉬더니만 그는 지난 슬픔을 새록새록 자아내어 마음을 새기기에 지쳤음이더라.

“이야기를 다하면 뭐하는기오.”

하고 쓸쓸하게 입을 다문다.

나 또한 너무도 참혹한 사람살이를 듣기에 쓴물이 났다.

“자, 우리 술이나 마자 먹읍시다.”

하고 우리는 주거니받거니 한되 병을 다 말리고 말았다. 그는 취흥에 겨워서 우리가 어릴 때 멋모르고 부르던 노래를 읊조렸다.

볏섬이나 나는 전토는

신작로가 되고요……

말마디나 하는 친구는

감옥소로 가고요……

담뱃대나 떠는 노인은

공동묘지 가고요……

인물이나 좋은 계집은

유곽으로 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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