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곤 동암고등학교 교사
전주시가 ‘길고양이 민원’해소를 위해 설치한 길고양이 급식소. 안정적이고 위생적인 먹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중성화 수술을 통해 개체 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제공 = 전주시 △주제 다가서기 ‘고양이 밥 주면 공기총으로 사살하겠다.’ 보기만 해도 무서운 이 경고문 글귀는 실제 전라북도 전주시의 한 주택가에 설치된 경고문의 글귀입니다. 이 경고문처럼 강한 협박의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길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은 어디서나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에서 볼 수 있듯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 캣대디’와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갈등이 점점 더 심화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자’ 이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길고양이와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서는 다양한 생각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시된 기사를 살펴보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알아보고, 이 문제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활동을 해봅시다. △주제 관련 신문기사 ▶경향신문 2021년 1월 23일 길고양이 생에도 존엄이 있다. ▶전북일보 2021년 5월 19일 ‘캣맘·캣대디’에 고통받는 시민들 ▶전북일보 2021년 6월 20일 전주시, 길고양이·유기견 등 동물복지 강화 △신문 읽기 읽기자료1> 폭설과 한파가 한참 극성이던 어느 날 저녁,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방송을 내보냈다. 화단에 길고양이 집을 설치한 사람은 당장 수거해야 하며, 내일까지도 그대로 있다면 관리사무소에서 임의로 철거하겠다는 엄포였다. 안내방송을 하신 분의 개인적인 의견은 아니겠지만 그 목소리에 담긴 엄격함에 못내 아쉽고 속상했다. 그 넓은 정원 한쪽을 길고양이가 몸 누일 공간으로 내어줄 순 정말 없는 걸까. 게다가 그 며칠은 정말 추웠고 눈이 많이 쌓인 때였다. 아이들은 간만에 깔깔대며 몸으로 놀았고, 예술가들은 하룻밤 새 뚝딱뚝딱 올라프와 토토로와 아이스베어를 만들었다. 눈덩이 두 개를 이어붙인 고전적인 눈사람은 열 개도 훨씬 넘게 생겼고 덕분에 근사한 포토존이 여기저기 생겼다. 비록 출퇴근은 힘들었지만 눈 덕분에 멋진 구경을 했고 놀이터에 다시 웃음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의 마음이 훈훈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따뜻함이 길고양이에게까진 닿지 못했나보다. 유난히 추운 겨울밤을 보낼 작은 생명체를 걱정해 스티로폼 집을 준비했을 그분이 박스를 도로 치우면서 어떤 마음이셨을지 덩달아 너무 죄송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길고양이 또한 보호받아야 할 존재다. 좋든 싫든 인간들의 개인적인 취향을 떠나 이미 길고양이는 도시 생태계의 일원이 된 지 오래다. 그러니 싫다고 내 곁으로 오지 말라고 해봤자 이미 그 구역도 어떤 고양이가 접수했을 테고, 강하게 괴롭혀 쫓아내는 방법은 동물보호법에 위배된다. 쉴 곳과 먹을 것을 은밀하게 빼앗는 방법은 괜찮을까. 그다음엔 아무리 사람을 경계하는 길고양이라고 할지라도 살기 위해서라면 쓰레기장을 뒤엎고 자동차에 숨어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귀퉁이 한편도 못 내주겠다 버티다간 진짜 불쑥불쑥 서로 놀라면서 만나게 될 형편이다. 가능하지도 않지만, 아주 강한 어떤 특별한 방법이 있어 한순간에 우리 동네 고양이들을 싹 다 없앤다 해도 사람들만의 행복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우리 동네를 뺀 나머지 온갖 동네에서 새로운 고양이들이 슬금슬금 넘어올 테고, 새로운 구역을 접수하기 위한 길고양이들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기에 이 동네에서 함께 살 놈과 떠날 놈이 결정되기까지, 혹은 이 영역에서의 서열이 정리되기까지 싸움은 계속되고 소음도 계속된다. 싸우는 고양이가 더 괴롭겠지만, 소음을 견뎌야 하는 사람들도 결코 좋을 리가 없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좋든 싫든 길고양이와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길고양이 식사와 자리를 챙겨주는 여러 ‘길봄이’들은 동네 주민과 동네 고양이가 모두 잘 살 수 있도록 완충 역할을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이들은 남의 동네 고양이를 우리 동네로 모으는 피리 부는 사나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구글에서 캣맘의 자동완성 검색어로 퇴치·정신병·참교육이 뜨는 현실로 볼 때, 내 돈과 내 시간을 쓰는 길고양이 돌봄에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쉽게 짐작이 간다. 알려진 평균수명의 반도 채우지 못하는 작은 생명체들의 치열한 삶에도 존엄이 있다.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이 그냥 거기서라도 잘 살 수 있도록, 이 겨울이 좀 덜 고통스럽도록 약간의 도움을 주는 것, 아니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을 적어도 막아서지 않는 태도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기고 글: 김민지 풀뿌리 여성주의 활동가 [출처: 경향신문] 길고양이 생에도 존엄이 있다. 읽기자료2> 주민들과 갈등 여전…전주시 지난해 167건, 올해 220건 민원 접수 전문가 “TNR사업 예산 증액·급식소 늘리고 양질의 음식 공급 필요” 길고양이 밥을 챙겨 주는 이른바 캣맘·캣대디(이하 캣맘)가 늘어나면서 주민들 사이 갈등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길고양이와 캣맘, 주민들이 공존하기 위해 ‘중성화 후 방사 사업(TNR)’ 예산을 늘리고 민가와 떨어진 곳에서 양질의 음식 공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한 원룸촌 인근. 어린아이 두 명이 울부짖는 듯한 비명이 들렸다. 이 원인 모를 울음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길고양이. 길고양이 두 마리가 털을 세우고 대치하고 있었다. 한 치 양보도 없는 기싸움이 길어질수록 울음소리는 더 커지고 날카로워졌다. 인근에 거주 중인 대학생 전우진 씨(23)는“길고양이들이 저렇게 울 때마다 시끄러워 못 살겠다”며 “최근 대학교 내에서 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사람이 늘면서 길고양이가 늘어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 한 아파트에서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사람은 공기총으로 사살하겠다’라는 섬뜩한 내용의 글을 폐스티로폼에 적어 화단에 놓는 일도 있었다. 반면, 길고양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전북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에는 길고양이 사진이 연신 화재다. 전북대 안에 사는 길고양이에는 저마다 이름이 붙어 있는데 학생들은 밥을 주는 사진을 공유하며 길고양이 안부를 공유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길고양이 사진을 올리면 무조건 인기글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캣맘과 주민들 사이 갈등은 매년 이어졌다. 전주시에 따르면 길고양이 관련 민원은 지난해 167건, 올해 5월 현재 220건 접수됐다. 동물보호단체는 단순히 길고양이를 내쫓아내는 것은 큰 효과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쫓아낸 장소에 또 다른 길고양이가 빈자리를 채워서다. 길고양이가 밤이나 새벽에 시끄럽게 우는 건, 넓은 행동반경에서 살아가는 고양이가 영역 내 음식을 지키고, 짝짓기를 하기 위해 다른 길고양이와 싸우는 행동이다. 송지성 동물자유연대 선임 활동가는 “TNR사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급식소를 설치하고 예산을 늘려야 한다”며 “다만 주민 고충을 반영해 민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전북도는 현재 국가 예산으로 TNR사업을 진행 중이다. 길고양이 한 마리에 배당된 예산은 15만 원이며, 총 1200마리에 대한 예산(약 1억 8000만 원)을 확보한 상태다. 시는 TNR사업(지난해 822마리, 올해 660마리)과 함께 20곳의 공영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 중이다. 안상민 기자([email protected]) 출처> 읽기자료> 시, 2021년 제2차 동물복지 다울마당 개최…정책 방향 등 논의 전주시가 길고양·유기동물 등 동물복지를 강화를 위해 관련 전문가, 활동가, 수의사 등과 머리를 맞댔다. 시는 지난 18일 전주시장실에서 박정희 전주시 동물복지 다울마당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21년 제2차 동물복지 다울마당’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시가 추진하고 있는 동물복지 정책 추진상황을 공유하고 △동물복지 △유기동물 △길고양이 △동물학대 등 4개의 안건을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위원들은 특히 유기동물 입양률 향상을 위한 지원방안에 주목하면서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대상자에게 목줄, 입마개, 배변봉투 등이 담긴 꾸러미를 지원하는 사업과 이상행동을 보이는 유기견 행동 교정을 지원하는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또 시민과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급식소 확대 운영, 우리 동네 길고양이 중성화의 날 운영 등 캣맘 및 보호단체와 연계해 추진해야 할 사업에 대해 살펴보고, 길고양이 관련 정책사업에 활용할 체계적인 기초자료를 구축할 것도 주문했다. 이밖에 개물림 사고 방지를 위한 펫티켓 교육, 유기동물 발생 방지를 위한 동물등록률 제고, 동물학대 대응체계 마련 등의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시 관계자는 “다울마당 위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조언을 토대로 선도적인 동물복지 정책을 발굴해 인간과 동물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정원 기자([email protected]) 출처> △참고할 만한 작품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_이상권 (고등학교 1학년 국어) – 줄거리 ‘나’의 어머니는 우연히 만난 다람쥐에게 먹을 것을 주었는데 그 다람쥐는 종종 어머니집에 들러 식량을 얻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동안 보이지 않던 다람쥐가 부엌 보일러실 술독 안에 터를 잡고 새끼도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길들어 타고난 습성을 잃은 다람쥐는 어머니가 서울 나들이를 하는 사이 죽고 만다. 어미를 잃은 새끼 다람쥐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지만, 같은 시기에 새끼를 낳은 고양이가 다람쥐 새끼들까지 거두어 키운다. 기적 같은 일이었지만 고양이의 습성에 따르다 보니 새끼 다람쥐들 역시 한 마리를 남기고 모두 죽는다. 결국 남은 한 마리의 수다람쥐는 다른 암다람쥐에게 다람쥐로 사는 방법을 배운다. ▶살리는 일_박소영(무제 출판사) △생각 열기 기본 활동 1) 을 읽고, 내가 ‘길봄이(길고양이 돌봄이)’라고 가정하고 길고양이 들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써 보세요. 읽기> 기본 활동 2) 를 읽고, 길고양이에 의해 피해를 보는 주민의 처지에서 길고양이에게 먹을 것과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행동을 비판하는 글을 써 보세요. 읽기> 기본 활동 3) 을 읽고, 현재 시에서 길고양이와 관련하여 추진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써 보세요. 읽기> △동물권, 동물만 위하자는게 아닙니다.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늘 벽에 부딪힐 것을 감수해야 한다. “동물이 고통을 느끼지 않게 도축해야 한다고? 그러려면 아예 잡아먹지를 말아야지.”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수백만 년 이어져 온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건 모순이지.” “주변에 불우한 이웃이 얼마나 많아? 동물에 들일 비용이 있으면 사람부터 살려야지.” 반론을 들자면 끝이 없다. “모피를 입지 말자고? 지금 네가 들고 있는 소가죽 가방은?” “동물 실험을 금지하자고? 거기서 개발된 약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치료하는데도?” 동물권에 관한 한 인류는 모순덩어리인 듯 보인다. 다큐멘터리 ‘동물, 원’(5일 개봉)도 그 사례 중 하나일 수 있다. 청주동물원 사람들과 그곳의 동물들 이야기다. 이곳의 수의사와 사육사들은 자신이 맡은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사랑할수록 딜레마를 느낀다. 이곳의 한 수의사는 말한다. “조그만 우리에 가둬놓고 먹지도 않는 음식인데 집어던져서 먹게 하고 탈나게 하고, 동물들 입장에서 동물원은 필요가 없다고 봐요.” 당연했던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느끼는 데서 출발 촬영 중 태어난 아기물범 ‘초롱이’는 물에 있다 뭍으로 올라오고 싶어도 포장된 바닥이 미끄러워 매번 안간힘이다. 직원들이 24시간 지켜보며 도와야 한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표범 ‘직지’는 몇시간이고 우리 안을 맴돈다. 달리는 본성을 빼앗긴 대신 정신병을 얻은 것이다. 직지를 위해 통행로 하나 만들어주는 데 예산확보에 여간 어려움을 겪은 게 아니다. 그래서 ‘동물, 원’이 동물원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영화는 눈앞의 현실에 집중한다. 이곳 동물원 사람들은 동물원에서 태어난 생명체들이 본성과 다른 환경에 적응하도록 최선을 다한다. 이를 지켜보는 관객은 그간 당연하게 생각했던 동물 구경을 당연하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 인류 최초의 동물원은 1794년 프랑스 파리에서 문을 연 ‘메나제리 드 자뎅’이다. 동물권 개념이 없던 시절 ‘공원을 거닐며 동물 구경을’ 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200년 동안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20세기 말부터 파리와 베를린, 취리히, 뉴욕의 동물원들은 전시 중심에서 생태환경 중심으로 그 구조를 전환하는 데 힘쓰고 있다. 동물들 각자의 본성에 맞도록 시설을 바꿔주는 것이 그들의 권리를 가능한 한 지켜주면서 사육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코끼리 등 대형 동물의 신규 매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단계적 축소 과정을 밟고 있다. 이들은 모순을 한 번에 해결하려 하기보다 한 걸음씩 나아간다. 취향의 문제 아닌 권리의 문제 서구에서 동물권 인식이 출발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실천윤리학자 피터 싱어의 책 ‘동물해방’(1975)은 동물권 운동을 촉발시킨 도화선이었다. 인종 차별, 성차별에 반대하는 사회 움직임이 폭넓어진 당시, 종(種) 차별에도 함께 반대해야 할 필요를 설득력 있게 논증했다. 싱어는 특히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 ‘동물 애호’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짚었다. 인종이나 성 평등을 주장한다고 해서 ‘흑인 애호가’ 또는 ‘여성 애호가’라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동물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동물을 애호해야 한다고 가정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한다. 애호는 취향이므로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하지만 권리의 문제는 호불호의 영역이 아닌 당위의 영역이다. 이러한 논증은 당시 ‘동물 애호가’들 사이에서만 오가던 동물권 논의를 미국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켰다. 인간은 여전히 동물이 고통받지 않을 권리를 빼앗아 그 고기를 먹는다. 다큐멘터리 ‘잡식가족의 딜레마’의 황윤 감독은 돼지농장을 취재하면서 고기를 먹지 않게 된다. 황 감독의 남편은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할 권리가 돼지의 권리보다 중요하다”고 반박한다. 영화는 동물복지를 실천하고 있는 돼지농장과 그렇지 않은 공장식 축사를 비교 취재하면서 인간의 식탁을 위해 고통받는 돼지들을 들여다본다. 공장식 축사 주인은 “우리 축사는 공장이라고 보면 된다. 요즘 동물복지 얘기가 많은데 그러면 고기 먹지 말아야 된다”고 말한다. 수요가 있는 만큼의 상품을 생산하는 공장이란 얘기다. 황 감독 남편이나 축사 주인의 말 모두 일리가 있어 보인다. 동물원의 역사는 200년 전 얘기지만 축산업의 역사는 수천 년을 헤아린다. 인간이 다른 생명체의 권리를 걱정하기 시작한 지난 수십 년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오랜 기간의 관습과 맞서는 일이다. 딜레마에 부딪히는 것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하느냐다. 유럽연합 국가들과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소와 돼지, 닭들이 축사에서 다리를 뻗고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으면 불법이다. 한국에선 동물복지 인증 돼지 농장이 전체의 0.2%, 젖소 농장은 0.1%에 불과하다(농림축산식품부 2018년 말 자료). 스위스에서는 지난해부터 살아있는 가재를 끓는 물에 넣어 요리하면 불법이다. 우리나라에서라면 ‘랍스터 먹는 데도 가재 권리 따져야 하나. 그렇게 따지면 풀만 뜯어야지’라며 코웃음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약자를 위한 진보, 각 분야에서 함께 진행되는 것”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지심리학자 중 한 사람인 스티븐 핑커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통해 이런 논란에 대해 한 줄기 방향을 제시한다. 그는 70년대 동물권 논의가 확산한 이후 동물 학대 건수가 급감하고, 이 궤적과 함께 성차별, 아동 학대, 인종 혐오 범죄가 함께 줄어들고 있음을 방대한 자료와 함께 보여준다. 그러면서 “소수인종, 여성, 아동, 동성애자, 동물을 위한 진보는 함께 진행되었다. 우리는 감각 있는 다른 존재들의 처지에 스스로를 대입해봄으로써 그들의 이해를 고려하게 된다”고 썼다. 예컨대 바닷가재에게는 전신에 신경망이 뻗어있어서 끓는 물에 산 채로 집어넣으면 극심한 고통을 느끼다 죽어간다. 이 사실이 과학에 의해 밝혀진 이후 그 고통을 금지하도록 법을 개정한다면, 이는 다음과 같은 선언이 된다. “우리 사회는 다른 생명체의 고통을 알고도 방치하는 사회가 아니다.” 이런 사회라면 성차별, 인종 혐오, 아동 폭력을 놔둘 리 없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공유되는 것이다. 폭력과 야만이 어느 한 분야에서만 개선되는 게 아니라는 핑커의 주장은 그래서 의미가 깊다. 한 사회가 동물권을 보장하는 정도는 그 사회가 약자를 대하는 가장 민감한 척도가 될 수 있다. ‘사람이 먼저’라며 눈앞에서 고통받는 동물을 방치해선 안 되는 이유다. KBS 뉴스(2019.09.08.)-송형국 기자 △생각 키우기 위에 제시된 자료를 읽어보고, 길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 및 국가기관의 대처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작성해 보세요. /제작 = 정인곤 동암고등학교 교사
전주시가 ‘길고양이 민원’해소를 위해 설치한 길고양이 급식소. 안정적이고 위생적인 먹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중성화 수술을 통해 개체 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제공 = 전주시
△주제 다가서기
‘고양이 밥 주면 공기총으로 사살하겠다.’ 보기만 해도 무서운 이 경고문 글귀는 실제 전라북도 전주시의 한 주택가에 설치된 경고문의 글귀입니다. 이 경고문처럼 강한 협박의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길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은 어디서나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에서 볼 수 있듯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 캣대디’와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갈등이 점점 더 심화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자’ 이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길고양이와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서는 다양한 생각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시된 기사를 살펴보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알아보고, 이 문제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활동을 해봅시다.
△주제 관련 신문기사
▶경향신문 2021년 1월 23일 길고양이 생에도 존엄이 있다.
▶전북일보 2021년 5월 19일 ‘캣맘·캣대디’에 고통받는 시민들
▶전북일보 2021년 6월 20일 전주시, 길고양이·유기견 등 동물복지 강화
△신문 읽기
읽기자료1>
폭설과 한파가 한참 극성이던 어느 날 저녁,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방송을 내보냈다. 화단에 길고양이 집을 설치한 사람은 당장 수거해야 하며, 내일까지도 그대로 있다면 관리사무소에서 임의로 철거하겠다는 엄포였다. 안내방송을 하신 분의 개인적인 의견은 아니겠지만 그 목소리에 담긴 엄격함에 못내 아쉽고 속상했다.
그 넓은 정원 한쪽을 길고양이가 몸 누일 공간으로 내어줄 순 정말 없는 걸까. 게다가 그 며칠은 정말 추웠고 눈이 많이 쌓인 때였다. 아이들은 간만에 깔깔대며 몸으로 놀았고, 예술가들은 하룻밤 새 뚝딱뚝딱 올라프와 토토로와 아이스베어를 만들었다. 눈덩이 두 개를 이어붙인 고전적인 눈사람은 열 개도 훨씬 넘게 생겼고 덕분에 근사한 포토존이 여기저기 생겼다. 비록 출퇴근은 힘들었지만 눈 덕분에 멋진 구경을 했고 놀이터에 다시 웃음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의 마음이 훈훈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따뜻함이 길고양이에게까진 닿지 못했나보다. 유난히 추운 겨울밤을 보낼 작은 생명체를 걱정해 스티로폼 집을 준비했을 그분이 박스를 도로 치우면서 어떤 마음이셨을지 덩달아 너무 죄송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길고양이 또한 보호받아야 할 존재다. 좋든 싫든 인간들의 개인적인 취향을 떠나 이미 길고양이는 도시 생태계의 일원이 된 지 오래다. 그러니 싫다고 내 곁으로 오지 말라고 해봤자 이미 그 구역도 어떤 고양이가 접수했을 테고, 강하게 괴롭혀 쫓아내는 방법은 동물보호법에 위배된다. 쉴 곳과 먹을 것을 은밀하게 빼앗는 방법은 괜찮을까. 그다음엔 아무리 사람을 경계하는 길고양이라고 할지라도 살기 위해서라면 쓰레기장을 뒤엎고 자동차에 숨어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귀퉁이 한편도 못 내주겠다 버티다간 진짜 불쑥불쑥 서로 놀라면서 만나게 될 형편이다. 가능하지도 않지만, 아주 강한 어떤 특별한 방법이 있어 한순간에 우리 동네 고양이들을 싹 다 없앤다 해도 사람들만의 행복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우리 동네를 뺀 나머지 온갖 동네에서 새로운 고양이들이 슬금슬금 넘어올 테고, 새로운 구역을 접수하기 위한 길고양이들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기에 이 동네에서 함께 살 놈과 떠날 놈이 결정되기까지, 혹은 이 영역에서의 서열이 정리되기까지 싸움은 계속되고 소음도 계속된다. 싸우는 고양이가 더 괴롭겠지만, 소음을 견뎌야 하는 사람들도 결코 좋을 리가 없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좋든 싫든 길고양이와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길고양이 식사와 자리를 챙겨주는 여러 ‘길봄이’들은 동네 주민과 동네 고양이가 모두 잘 살 수 있도록 완충 역할을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이들은 남의 동네 고양이를 우리 동네로 모으는 피리 부는 사나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구글에서 캣맘의 자동완성 검색어로 퇴치·정신병·참교육이 뜨는 현실로 볼 때, 내 돈과 내 시간을 쓰는 길고양이 돌봄에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쉽게 짐작이 간다. 알려진 평균수명의 반도 채우지 못하는 작은 생명체들의 치열한 삶에도 존엄이 있다.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이 그냥 거기서라도 잘 살 수 있도록, 이 겨울이 좀 덜 고통스럽도록 약간의 도움을 주는 것, 아니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을 적어도 막아서지 않는 태도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기고 글: 김민지 풀뿌리 여성주의 활동가
[출처: 경향신문] 길고양이 생에도 존엄이 있다.
읽기자료2>
주민들과 갈등 여전…전주시 지난해 167건, 올해 220건 민원 접수
전문가 “TNR사업 예산 증액·급식소 늘리고 양질의 음식 공급 필요”
길고양이 밥을 챙겨 주는 이른바 캣맘·캣대디(이하 캣맘)가 늘어나면서 주민들 사이 갈등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길고양이와 캣맘, 주민들이 공존하기 위해 ‘중성화 후 방사 사업(TNR)’ 예산을 늘리고 민가와 떨어진 곳에서 양질의 음식 공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한 원룸촌 인근. 어린아이 두 명이 울부짖는 듯한 비명이 들렸다. 이 원인 모를 울음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길고양이. 길고양이 두 마리가 털을 세우고 대치하고 있었다. 한 치 양보도 없는 기싸움이 길어질수록 울음소리는 더 커지고 날카로워졌다.
인근에 거주 중인 대학생 전우진 씨(23)는“길고양이들이 저렇게 울 때마다 시끄러워 못 살겠다”며 “최근 대학교 내에서 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사람이 늘면서 길고양이가 늘어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 한 아파트에서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사람은 공기총으로 사살하겠다’라는 섬뜩한 내용의 글을 폐스티로폼에 적어 화단에 놓는 일도 있었다.
반면, 길고양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전북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에는 길고양이 사진이 연신 화재다. 전북대 안에 사는 길고양이에는 저마다 이름이 붙어 있는데 학생들은 밥을 주는 사진을 공유하며 길고양이 안부를 공유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길고양이 사진을 올리면 무조건 인기글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캣맘과 주민들 사이 갈등은 매년 이어졌다.
전주시에 따르면 길고양이 관련 민원은 지난해 167건, 올해 5월 현재 220건 접수됐다.
동물보호단체는 단순히 길고양이를 내쫓아내는 것은 큰 효과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쫓아낸 장소에 또 다른 길고양이가 빈자리를 채워서다. 길고양이가 밤이나 새벽에 시끄럽게 우는 건, 넓은 행동반경에서 살아가는 고양이가 영역 내 음식을 지키고, 짝짓기를 하기 위해 다른 길고양이와 싸우는 행동이다.
송지성 동물자유연대 선임 활동가는 “TNR사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급식소를 설치하고 예산을 늘려야 한다”며 “다만 주민 고충을 반영해 민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전북도는 현재 국가 예산으로 TNR사업을 진행 중이다. 길고양이 한 마리에 배당된 예산은 15만 원이며, 총 1200마리에 대한 예산(약 1억 8000만 원)을 확보한 상태다. 시는 TNR사업(지난해 822마리, 올해 660마리)과 함께 20곳의 공영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 중이다.
안상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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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2021년 제2차 동물복지 다울마당 개최…정책 방향 등 논의
전주시가 길고양·유기동물 등 동물복지를 강화를 위해 관련 전문가, 활동가, 수의사 등과 머리를 맞댔다.
시는 지난 18일 전주시장실에서 박정희 전주시 동물복지 다울마당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21년 제2차 동물복지 다울마당’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시가 추진하고 있는 동물복지 정책 추진상황을 공유하고 △동물복지 △유기동물 △길고양이 △동물학대 등 4개의 안건을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위원들은 특히 유기동물 입양률 향상을 위한 지원방안에 주목하면서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대상자에게 목줄, 입마개, 배변봉투 등이 담긴 꾸러미를 지원하는 사업과 이상행동을 보이는 유기견 행동 교정을 지원하는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또 시민과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급식소 확대 운영, 우리 동네 길고양이 중성화의 날 운영 등 캣맘 및 보호단체와 연계해 추진해야 할 사업에 대해 살펴보고, 길고양이 관련 정책사업에 활용할 체계적인 기초자료를 구축할 것도 주문했다.
이밖에 개물림 사고 방지를 위한 펫티켓 교육, 유기동물 발생 방지를 위한 동물등록률 제고, 동물학대 대응체계 마련 등의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시 관계자는 “다울마당 위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조언을 토대로 선도적인 동물복지 정책을 발굴해 인간과 동물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정원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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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할 만한 작품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_이상권 (고등학교 1학년 국어)
– 줄거리
‘나’의 어머니는 우연히 만난 다람쥐에게 먹을 것을 주었는데 그 다람쥐는 종종 어머니집에 들러 식량을 얻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동안 보이지 않던 다람쥐가 부엌 보일러실 술독 안에 터를 잡고 새끼도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길들어 타고난 습성을 잃은 다람쥐는 어머니가 서울 나들이를 하는 사이 죽고 만다. 어미를 잃은 새끼 다람쥐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지만, 같은 시기에 새끼를 낳은 고양이가 다람쥐 새끼들까지 거두어 키운다. 기적 같은 일이었지만 고양이의 습성에 따르다 보니 새끼 다람쥐들 역시 한 마리를 남기고 모두 죽는다. 결국 남은 한 마리의 수다람쥐는 다른 암다람쥐에게 다람쥐로 사는 방법을 배운다.
▶살리는 일_박소영(무제 출판사)
△생각 열기
기본 활동 1) 을 읽고, 내가 ‘길봄이(길고양이 돌봄이)’라고 가정하고 길고양이 들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써 보세요. 읽기>
기본 활동 2) 를 읽고, 길고양이에 의해 피해를 보는 주민의 처지에서 길고양이에게 먹을 것과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행동을 비판하는 글을 써 보세요. 읽기>
기본 활동 3) 을 읽고, 현재 시에서 길고양이와 관련하여 추진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써 보세요. 읽기>
△동물권, 동물만 위하자는게 아닙니다.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늘 벽에 부딪힐 것을 감수해야 한다. “동물이 고통을 느끼지 않게 도축해야 한다고? 그러려면 아예 잡아먹지를 말아야지.”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수백만 년 이어져 온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건 모순이지.” “주변에 불우한 이웃이 얼마나 많아? 동물에 들일 비용이 있으면 사람부터 살려야지.” 반론을 들자면 끝이 없다. “모피를 입지 말자고? 지금 네가 들고 있는 소가죽 가방은?” “동물 실험을 금지하자고? 거기서 개발된 약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치료하는데도?”
동물권에 관한 한 인류는 모순덩어리인 듯 보인다. 다큐멘터리 ‘동물, 원’(5일 개봉)도 그 사례 중 하나일 수 있다. 청주동물원 사람들과 그곳의 동물들 이야기다. 이곳의 수의사와 사육사들은 자신이 맡은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사랑할수록 딜레마를 느낀다. 이곳의 한 수의사는 말한다. “조그만 우리에 가둬놓고 먹지도 않는 음식인데 집어던져서 먹게 하고 탈나게 하고, 동물들 입장에서 동물원은 필요가 없다고 봐요.”
당연했던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느끼는 데서 출발
촬영 중 태어난 아기물범 ‘초롱이’는 물에 있다 뭍으로 올라오고 싶어도 포장된 바닥이 미끄러워 매번 안간힘이다. 직원들이 24시간 지켜보며 도와야 한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표범 ‘직지’는 몇시간이고 우리 안을 맴돈다. 달리는 본성을 빼앗긴 대신 정신병을 얻은 것이다. 직지를 위해 통행로 하나 만들어주는 데 예산확보에 여간 어려움을 겪은 게 아니다. 그래서 ‘동물, 원’이 동물원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영화는 눈앞의 현실에 집중한다. 이곳 동물원 사람들은 동물원에서 태어난 생명체들이 본성과 다른 환경에 적응하도록 최선을 다한다. 이를 지켜보는 관객은 그간 당연하게 생각했던 동물 구경을 당연하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
인류 최초의 동물원은 1794년 프랑스 파리에서 문을 연 ‘메나제리 드 자뎅’이다. 동물권 개념이 없던 시절 ‘공원을 거닐며 동물 구경을’ 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200년 동안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20세기 말부터 파리와 베를린, 취리히, 뉴욕의 동물원들은 전시 중심에서 생태환경 중심으로 그 구조를 전환하는 데 힘쓰고 있다. 동물들 각자의 본성에 맞도록 시설을 바꿔주는 것이 그들의 권리를 가능한 한 지켜주면서 사육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코끼리 등 대형 동물의 신규 매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단계적 축소 과정을 밟고 있다. 이들은 모순을 한 번에 해결하려 하기보다 한 걸음씩 나아간다.
취향의 문제 아닌 권리의 문제
서구에서 동물권 인식이 출발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실천윤리학자 피터 싱어의 책 ‘동물해방’(1975)은 동물권 운동을 촉발시킨 도화선이었다. 인종 차별, 성차별에 반대하는 사회 움직임이 폭넓어진 당시, 종(種) 차별에도 함께 반대해야 할 필요를 설득력 있게 논증했다. 싱어는 특히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 ‘동물 애호’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짚었다. 인종이나 성 평등을 주장한다고 해서 ‘흑인 애호가’ 또는 ‘여성 애호가’라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동물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동물을 애호해야 한다고 가정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한다. 애호는 취향이므로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하지만 권리의 문제는 호불호의 영역이 아닌 당위의 영역이다. 이러한 논증은 당시 ‘동물 애호가’들 사이에서만 오가던 동물권 논의를 미국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켰다.
인간은 여전히 동물이 고통받지 않을 권리를 빼앗아 그 고기를 먹는다. 다큐멘터리 ‘잡식가족의 딜레마’의 황윤 감독은 돼지농장을 취재하면서 고기를 먹지 않게 된다. 황 감독의 남편은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할 권리가 돼지의 권리보다 중요하다”고 반박한다. 영화는 동물복지를 실천하고 있는 돼지농장과 그렇지 않은 공장식 축사를 비교 취재하면서 인간의 식탁을 위해 고통받는 돼지들을 들여다본다. 공장식 축사 주인은 “우리 축사는 공장이라고 보면 된다. 요즘 동물복지 얘기가 많은데 그러면 고기 먹지 말아야 된다”고 말한다. 수요가 있는 만큼의 상품을 생산하는 공장이란 얘기다. 황 감독 남편이나 축사 주인의 말 모두 일리가 있어 보인다.
동물원의 역사는 200년 전 얘기지만 축산업의 역사는 수천 년을 헤아린다. 인간이 다른 생명체의 권리를 걱정하기 시작한 지난 수십 년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오랜 기간의 관습과 맞서는 일이다. 딜레마에 부딪히는 것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하느냐다. 유럽연합 국가들과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소와 돼지, 닭들이 축사에서 다리를 뻗고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으면 불법이다. 한국에선 동물복지 인증 돼지 농장이 전체의 0.2%, 젖소 농장은 0.1%에 불과하다(농림축산식품부 2018년 말 자료). 스위스에서는 지난해부터 살아있는 가재를 끓는 물에 넣어 요리하면 불법이다. 우리나라에서라면 ‘랍스터 먹는 데도 가재 권리 따져야 하나. 그렇게 따지면 풀만 뜯어야지’라며 코웃음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약자를 위한 진보, 각 분야에서 함께 진행되는 것”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지심리학자 중 한 사람인 스티븐 핑커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통해 이런 논란에 대해 한 줄기 방향을 제시한다. 그는 70년대 동물권 논의가 확산한 이후 동물 학대 건수가 급감하고, 이 궤적과 함께 성차별, 아동 학대, 인종 혐오 범죄가 함께 줄어들고 있음을 방대한 자료와 함께 보여준다. 그러면서 “소수인종, 여성, 아동, 동성애자, 동물을 위한 진보는 함께 진행되었다. 우리는 감각 있는 다른 존재들의 처지에 스스로를 대입해봄으로써 그들의 이해를 고려하게 된다”고 썼다.
예컨대 바닷가재에게는 전신에 신경망이 뻗어있어서 끓는 물에 산 채로 집어넣으면 극심한 고통을 느끼다 죽어간다. 이 사실이 과학에 의해 밝혀진 이후 그 고통을 금지하도록 법을 개정한다면, 이는 다음과 같은 선언이 된다. “우리 사회는 다른 생명체의 고통을 알고도 방치하는 사회가 아니다.” 이런 사회라면 성차별, 인종 혐오, 아동 폭력을 놔둘 리 없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공유되는 것이다. 폭력과 야만이 어느 한 분야에서만 개선되는 게 아니라는 핑커의 주장은 그래서 의미가 깊다. 한 사회가 동물권을 보장하는 정도는 그 사회가 약자를 대하는 가장 민감한 척도가 될 수 있다. ‘사람이 먼저’라며 눈앞에서 고통받는 동물을 방치해선 안 되는 이유다.
KBS 뉴스(2019.09.08.)-송형국 기자
△생각 키우기
위에 제시된 자료를 읽어보고, 길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 및 국가기관의 대처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작성해 보세요.
/제작 = 정인곤 동암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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