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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봄 꽃 관련 시’ 몇 편을 모아보도록 하겠다. 봄 관련 짧은 시들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란다.
2022.03.29 – [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 ✔봄 관련 짧은 시③(정호승, 봄길,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이기철, 몇 번째 봄, 이병률 시인, 동백, 내가 사랑하는 사람, 바다는 잘 있습니다, 시 감상, 인문학, 별까지는 가야 한다)
꽃비
작은 새가 와서
벚나무에 앉더니
벚꽃을 하나씩 따서
똑똑 아래로 떨어뜨리네
새가 목을 틀어가며
꽃들을 따서 떨어뜨리고
눈물 떨어지는 속도로
뚝뚝 떨어뜨리는 것은
그 나무 밑에 사랑을 잃은
누가 하염없이 앉아 있어서겠지
– 이병률, 《꽃비》, 전문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문학동네, 2020 중
💬 이병률 시인은 충북 제천 출생이며,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문단에 나왔다. MBC 라디오 《이소라의 FM 음악 도시》 작가로서 활동했으며, 현재 문학동네 계열사 「달」 출판사의 대표이다. 「시힘」 동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펴낸 시집으로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문학동네, 2003)》, 《찬란(문학과 지성사, 2013)》, 《바다는 잘 있습니다(문학과 지성사, 2017》,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문학동네, 2020)》 등이 있다.
* 출처 : [위키백과], 이병률 시인
봄은 시작하고 결심하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어느 누군가에는 이별과 아픔을 되새기게 되는 계절이기도 할 것이다. 봄에 떠나는 사람이 왜 없으랴, 사랑을 잃고 벚나무 아래 앉아있는 상심의 사람에게, 새가 가만히 꽃잎으로 위로를 덮어준다.
새는 내속에서 지저귀는 또 하나의 나인가. 새는 노래하지만, 상심한 사람은 목놓아 울 힘도 없다.
봄은 아름답다. 봄볕에 눈이 부셔서 눈을 찌푸린다. 눈을 찌푸리다 보니 눈물이 난다. 봄바람에 티가 많이 날려서, 하필 눈에도 들어왔네, 하며 짐짓 눈을 비벼본다. 굳이 봄에 이별하지 않았어도, 무의식의 한켠에서 긴 잠을 자고 있던 어떤 기억들이 꽃망울처럼 터진다.
내가 두고 온 많은 것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떤 장면들, 그리고 여기와 지금 내가 존재하고 있음으로 인해 느껴지는 이런저런 상념들이, 꽃비가 되어 내 어깨에, 머리 위에 조용히 내린다.
봄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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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꽃
4월의 꽃밭에서
가장 반가운 꽃은
꽃 피우지 못할 것 같았던
그 꽃
4월의 꽃밭에서
가장 달콤한 꽃은
꽃 피우며 온몸으로 아팠던
그 꽃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그 꽃
바로 너
– 남정림, 《4월의 꽃》, 전문
《사랑, 지구 너머의 계절》, 모악, 2021 중에서
💬 남정림 시인은 미국 인디애나주립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고 여성학과 사회학 강사로 활동했다. 국회위원장실 정책보좌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상임전문위원, 서울시 여성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에디스 창의인재연구소 대표로 네이버 블로그 에디스에세이(누적 조회 수 백만+)를 운영하고 있다. 동서문학상, 대한민국 독도문예 대전, 서울지하철 시 공모전 등을 수상했으며 동서문학회 정회원이다. 인터넷 독자들에게 호평 받은 시와 미공개 신작시로 첫 시집을 펴내며 지구 너머의 계절을 꿈꾼다.
* 출처 : [교보문고], 작가 소개, 남정림
4월은 본격적으로 꽃들이 활짝 열리는 계절이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꽃들의 이름을 잘 모른다. 그저 경험적으로 진달래, 매화, 목련, 벚꽃 등만을 겨우 알고 있을 뿐(이것도 오랜기간 학습한 덕분이다).
그래서 봄과 봄꽃들을 노래한 서정시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 아름다움을 눈치채지 못했다. 가끔씩(정말 아주 가끔이다) 등산을 하며 오로지 산꼭대기를 정복하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오르는 그 자리자리마다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서있는 꽃보석들을 놓치고만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시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그 꽃/바로 너, 라고 노래한다. ‘4월의 꽃’이라고 하여 구체적인 꽃이름이 등장할 줄 알았는데, 바로 ‘내가 가장 사랑스러운 꽃 그 자체’라고 한다.
꽃 피우지 못할 것 같았던/그 꽃
꽃 피우며 온몸으로 아팠던/그 꽃
시를 읽는 사람들은 비로소 춥고 긴 겨울, 세파에 흔들리면서도 끝까지 버텨낸 내 자신이 4월의 꽃 중 으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화려해야만 꽃은 아니다. 넋을 잃게 만드는 꽃잎의 향연을 펼치는 나무만이 나무는 아니다.
눈물을 삼키고, 분노를 뒤로 하며, 끝내 이 계절을 다시 맞이한 우리들이 바로 꽃이고, 그 자체로서 밝게 빛나는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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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목줄을 끌고
내가 개를 끌고 가지만
실은 개가 나를 끌고 가는 것이다
봄이 왔다고
목련을 보러 가자고
개가 나를 끌고
백목련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이다
– 정호승, 《목련》, 전문
《밥값》, 창비, 2010 중에서
💬 정호승 시인은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에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가, 1973년에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시선집 ‘흔들리지 않는 갈대’, ‘내가 사랑하는 사람’ 등이 있으며, 어른을 위한 동화집 ‘연인’, ‘항아리’, ‘기차 이야기’, 어른을 위한 동시집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산문집 ‘정호승의 위안’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출처 : [교보문고], 작가소개, 정호승
실제로 동네를 다니다보면 개와 함께 봄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많다. 개들은 이리 킁킁 저리 킁킁, 신나게 돌아다니며 봄을 만끽하며, 사람들은 목줄을 제어하느라 정신이 없다.
종종 개는 사람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산책 나온 다른 개와 견주에게 관심을 두기도 하고, 뜬금없는 전력질주를 감행하기도 한다. 사람이 봄을 즐기는 것인지, 개가 봄을 즐기는 것인지, 이쯤 되면 개를 끌고 산책을 나온 사람은 봄과 봄꽃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유머가 넘치는 이 시는 지극히 현실적이기도 하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백목련에는 뜻밖에도, 북쪽 바다의 신을 사모한 옥황상제(하늘의 왕)의 딸에 관한 전설이 있다. 북쪽 바다의 신을 사모한 나머지, 많은 사람의 구애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공주는 몰래 궁을 빠져나가 북쪽 바다의 신을 찾아 가지만, 그에게는 이미 아내가 있었고, 상심한 공주는 바다에 몸을 던졌다. 이를 가엾게 여긴 바다의 신은 공주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는데, 명복을 비는 뜻에서 자신의 아내도 극약을 먹여 죽게 한 후 공주 옆에 나란히 묻어주었다고 한다.
이를 알게 된 옥황상제는 슬프고 어처구니가 없어 두 사람의 무덤에 꽃이 피게 했는데, 공주의 무덤에서는 백목련(白木蓮)이, 바다의 신의 아내의 무덤에서는 자목련(紫木蓮)이 피어났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백목련의 꽃말은 보통 ‘이루지 못할 사랑’이라고 하며, 백목련이 꽃을 피울 때면 그 꽃봉오리가 북쪽을 향한다고도 한다.
목련꽃이 만발하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그 꽃은 떨어져 바닥에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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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김춘수 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되었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후략>
* 감상 : 사물로서의 ‘꽃’에 대한 이름과 그 의미에 대한 관계의 고찰을 바탕으로 철학적 접근 을 통해 시적 의미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 성격 : 관념적, 형이상학적, 존재론적, 주지적
* 어조 : 대상에 대한 갈망적 어조.
* 표현상의 특징
· 창조적 상징 : 시 전체가 하나의 상징적 의미를 띰.
· 내용의 점층적 확대 : ‘나’에서 ‘너’로, 너에서 ‘우리’로 관계가 확대됨
* 구성
· 제1연 : 무의미한 존재(인식 전)
· 제2연 : 의미있는 존재(인식 후)
· 제3연 : ‘나’의 확인 받고 싶은 존재
· 제4연 : 관계의 확산
– 각 연의 시상 응집 : 몸짓, 꽃, 꽃, 무엇 / 눈짓
* 주제 : 존재의 본질 구현에 대한 소망
* 출전 : [현대문학](1952),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1959)
<꽃>, 연작시의 꽃
내가 꽃을 소재로 하여 50년대 연작시를 한동안 쓴 데 대해서는 R.M. 릴케 류의 존재론적 경향에 관심이 있었던 듯 하다. 6·25 동란이 아직 그 결말을 짓지 못하고 있을 때다. 나는 마산 중학(6년제)의 교사로 일을 보고 있었다. 교사(校舍)를 군(郡)에 내주고 판자집인 임시교사에서 수업을 하고 사무를 보고 할 때다. 방과 후에 어둑어둑해질 나는 뭣 때문에 그랬는지 그 판자집 교무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저만치 무슨 꽃일까 꽃이 두어 송이 유리컵에 담겨 책상머리에 놓여 있다. 그걸 나는 한참동안 인상깊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이 밀려오는 분위기 속에서 꽃들의 빛깔이 더욱 선명해지는 듯했다. 그 빛깔이 눈송이처럼 희다. 이런 일이 있은 하룬다 이틀 뒤에 나는 <꽃>이란 시를 쓰게 되었다. 힘들이지 않고 시가 쓰여졌다.
꽃 : 박두진 시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
한 번만의 어느 날의
아픈 피흘림 //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섶 위에 떨궈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
꺼질 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정적(靜寂) //
펼치면 일렁이는
사랑의
호심(湖心)아 //
(하략)
* 성격 : 서정적, 관조적, 비유적
* 어조 : 은근하고 차근차근한 어조
* 표현상의 특징 : 은유법의 구사
* 주제 : 자연의 신비와 생명의 아름다움
* 출전 : 시집 [거미와 성좌](1962)
‘꽃’ = (보조관념) 속삭임, 울음, 피 흘림, 핏망울, 정적, 호심 등
꽃 : 이육사 시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 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자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
한 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따라 타오르는 꽃 성(城)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
* 감상 : 불모의 땅에서 끈질긴 목숨을 유지하며 ‘개화(開花)’를 통해 삶의 의지를 실현하고 있 다. 미래지향적이라는 점에서 작품 <광야>와 유사하다.
* 어조 : 남성적, 의지적
* 시상의 전개 : 점층적, 각연은 선경 ⇨ 후정
* 구성
· 제1연 : 극한 상황 속의 새 생명의 탄생 : 극한 상황 속, 독립을 위한 끊임없는노력
– ‘동방’ : 삶의 터전인 한반도
· 제2연 : 새 생명 탄생을 위해 참고 견딤
– 제비떼 : ‘광복’의 미래 소망
– ‘저버리지 못한 약속 : 조국의 밝은 미래를 찾기 위한 자신의 희생 다짐
· 제3연 : 새 생명 탄생의 기쁨
– ‘꽃 성’ : 광복의 날
– ‘나비’ : 광복의 환희를 누리는 우리 민족
* 주제 : 새 생명 탄생의 기대와 의지 (조국 광복에 대한 신념과 의지)
* 출전 : [육사시집](1946)
이육사 <광야>와의 공통점
1) 꽃피움 자기희생(속죄양 의식)
2) 제3연 마지막 행 4, 5연의 미래 기대, 확신
꽃과 언어 : 문덕수 시
언어는
꽃잎에 닿자 한 마리 나비가
된다. //
언어는
소리와 뜻이 찢긴 깃발처럼
펄럭이다가
쓰러진다. //
꽃의 둘레에서
밀물처럼 밀려오는 언어가
불꽃처럼 타다간
꺼져도 //
<후략>
* 감상 : 1955년 유치환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한 문덕수는 ‘모더니즘’의 시 세계를 지향해 왔 다. 서로 이질적인 이미지를 병치시켜 그 이미지의 상호 충돌에 의해 의미의 충격을 주는 것이 그의 주요 기법이다. 이러한 시 작법은 작가의 세계관, 주제 의식이 작품 전면에 노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도 독자의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하여 넓은 의미의 영역 을 확보하고 있다.
꽃나무 : 이상 산문시
벌판한복판에꽃나무하나가있소.근처에는꽃나무가하나도없소.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열심으로생각하는것처럼열심으로꽃을피워가지고섰소.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게갈수없소.나는막달아났소.한꽃나무를위하여그러는것처럼나는참그런이상스런흉내를내었소.
꽃덤불 : 신석정 후기시
태양(太陽)을 의논(議論)하는 거룩한 이야기는
항상 태양(太陽)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 //
달빛이 흡사 비오듯 쏟아지는 밤에도
우리는 헐어진 성(城)터를 헤매이면서
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
오롯한 태양(太陽)을 모시겟느냐고
가슴을 쥐어 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
가슴을 쥐어 뜯지 않았느냐? //
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멀리 떠나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몸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맘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서른 여섯 해가 지나갔다. //
<후략>
* 감상 : 8·15 광복은 유파를 초월하여 모든 시인에게 가슴 벅찬 기쁨이었다. 전원파 시인이었 던 신석정도 그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감추어진 슬픔도 있었다. 혼란한 시대상 그 것이었다.
* 어조 : 감회(感懷)에 젖은 회상(回想) 및 기원(祈願)
* 표현상의 특징 : 반복법의 사용
* 심상 : 비유적, 상징적
* 구성
· 제1연 : 일제 치하에서의 독립 운동(몸부림)
– 태양 : 조국의 밝은 미래, 광복
– 태양을 등진 곳 : 일제 강점기의 조국의 모습
· 2연 : 독립을 위한 노력
– 헐어진 성 터 : 빼앗긴 조국
· 3연 : 애국 투사의 ①죽음, ②유랑, ③변절, ④전향에 대한 안타까움
· 4연 : 일제 식민지 36년 회고
· 5연 : 새로운 국가 건설에 대한 기대
– 달이 아직도 차거니 : 여전히 어두운 현실
* 주제 : 어둡고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돌이켜 보면서 광복된 조국의 기쁨과 새로운 민족 국가 수립 염원
* 출전 : [해방기념시집](1946), [신문학](1946) 수록
꽃을 위한 서시 : 김춘수 시
나는 시방 위험(危險)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無明)의 어둠에
추억(追億)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
<후략>
* 감상 : 우리 나라 시사에서 보기드문 존재론(存在論)적 입장에서 사물의 본질을 추구하는 실 존주의적 시로서 그의 <꽃> 연작시 중의 한 편이다.
* 성격 : 관념적, 주지적, 상징적
* 어조 : 사색적, 열정적 어조
* 구성
· 제1~2연 : 인식의 부재 상태
– 1. 미지의 본질 세계
– 2. 존재 파악의 불확실성
· 제3~4연 : 인식에의 노력
· 제5연 : 인식 실패의 안타까움(극복 못한 본질의 세계)
* 주제 : 꽃의 참모습을 인식하지 못하는 안타까움(곧, 존재의 본질 인식에의 염원)
* 출전 : 시집 [꽃의 소묘](1959)
문제
1) 이 시에서 시인의 의식 세계가 응결되어 나타난 연은 ?
제5연
2) 이 작품에 나타난 ‘나’와 ‘너’의 관계는 ?
나 : 시적 자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인식의 주체
너 : 꽃, 인식의 객체(대상)로서 존재의 본질적 의미
꽃잎 절귀 : 신석초 시
꽃잎이여 그대
다토아 피어
비 바람에 뒤설레며
가는 가냘픈 살갗이여. //
그대 눈길의
머언 여로(旅路)에
하늘과 구름
혼자 그리워
붉어져 가노니 //
<후략>
* 감상 : 이 작품 역시 조지훈의 <낙화>와 마찬가지로 짧은 순간에 피었다 지는 꽃의 아름다 움을 노래하고 있다.
* 주제 : 꽃의 생명에 대한 감탄
– 비교
조지훈 <낙화> : 소멸되어 가는 꽃에 대한 ‘슬픔’을 주조
<꽃잎 절귀> : 꽃의 생명을 ‘감탄스러운 어조’로 노래
: 꽃의 생애가 가냘프고 짧다 하더라도 꽃은 자신의 생명과 그리움을 마냥 붉게 태우는데, 이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끝까지 삶에 충실하고자 하는 비극적 아름다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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