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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산조로] Not his usual thing by New Neon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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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조로: 격납고 :: 겨울잠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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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으로 읽는 문명이야기: 중반구와 글로벌 르네상스 – 김중순 – Google Sá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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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st searched keywords: Whether you are looking for 횡으로 읽는 문명이야기: 중반구와 글로벌 르네상스 – 김중순 – Google Sách Updating 인류 문명사에 있어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라 할 르네상스는 ‘반구’의 개념을 통해서만 이해가 가능하다. 특히 중반구는 르네상스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유럽 중심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 말’이 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르네상스의 등장을 동반구까지 확장해서 이해할 수 있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동반구와 서반구의 문명은 고대 문명의 계승자인 중반구를 통해 서로 교류하면서 글로벌 문명을 이룩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이야기는, 중반구를 새롭게 조명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주로 동반구와 서반구가 중반구로부터 빚지고 베푼 바가 무엇인지를 다루게 될 것이다. 이렇게 중반구를 등장시키면 문명을 ‘교류사’로 읽어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독자들은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역사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과거부터 현재까지 종縱으로 읽혀왔다면, 여기서는 횡橫으로 읽는 모험을 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무엇보다도 생소한 인명과 지명들이 복잡하게 뒤섞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장소와 시간을 연결시키고, 역사적으로 일어난 사건들의 원인과 결과를 큰 그림Big Picture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결국에는 그것이 ‘나의 이야기’가 되어 같이 공감하고, 흥분하고, 감동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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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동인지 산조로조로수삼천 세계「불의 구슬 보이」만화 소설 :: – 비드바이코리아 – 해외 전문 경매대행 선두주자 – BIDB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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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동인지 산조로조로수삼천 세계「불의 구슬 보이」만화 소설
엇모리장단 – 표제어 – 한국민속예술사전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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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st searched keywords: Whether you are looking for 엇모리장단 – 표제어 – 한국민속예술사전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엇모리라는 명칭은 이와 같이 장단의 리듬이 균일하지 못하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악보. 엇모리장단 악보. 내용. 엇모리장단은 판소리, 산조, 무가의 … 한국 음악의 다양한 부문에 폭넓게 사용되는 장단의 한 가지로, 빠른 10/8박자가 한 주기를 이루며 3+2+3+2와 같이 길고 짧은 리듬형으로 짜인 장단.엇모리장단, 표제어, 한국민속예술사전,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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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산조로] Not his usual thing by New Neon
Not his usual thing
by New Neon
솔직히 산지는 조로가 위험에 빠졌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조로가 연기를 휘날리며 ‘우와아아아악!’ 이라는 비명과 함께 뒤쪽으로 날아가는 걸 본 직후에는 생각이 달라졌지만.
산지는 조로가 날아간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엷은 밤색 머리의 여자가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양 손을 앞으로 쭉 내민 채 서 있었다.
“이제 네 놈이 얼마나 발 빠른지 두고 보겠어.” 그렇게 쏘아붙인 뒤 그녀는 도망쳤다.
산지는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이미 그녀의 패거리들은 밀짚모자 해적단의 전력이 그들을 압도한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줄행랑을 친 후였다. 이런. 산지는 미소 지었다. 밀짚모자 일당의 ‘대부분은’ 그들을 압도했었다.
“얼레, 조로 어디갔어?” 습격해온 해적들이 도망치는 걸 내버려두며 루피가 말했다. 산지는 스스로에게 승리의 포상으로 담뱃불을 붙였다. 모든 동작에 승리감이 넘쳐 흘렀다.
“창고 문에 마리모 모양 구멍이 나있다면, 거기 뒤에 있을걸.” 산지가 유쾌하게 말했다. 이런 식으로 상처에 소금을 뿌려 댄다면 조로가 머리 끝까지 화낼 것은 분명했다.
“평소보다 회복이 좀 느린걸. 보통은 날려진 뒤에도 잽싸게 돌아왔는데.” 나미는 눈썹을 찌푸린 채 크리마택트를 원래의 작은 곤봉들로 돌려놓았다. 그녀는 수상쩍다는 듯이 창고를 노려보았다.
“다, 다친 걸지도 몰라!”
쵸파가 겁먹은 목소리로 펄쩍 뛰었다. 그제야 선원들은 느릿하게 창고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지막에 출항했던 섬에서도 루피가 싸움을 벌여 대난투가 벌어졌었던 탓에, 선원들은 이런 소동에 정말 익숙해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예외적인 조로의 패배가 산지에겐 특히 두고두고 곱씹을 만한 놀림거리였다.
프랑키는 조로와 부딪혀서 반동강이 난 문짝을 밀어젖혔다. 그가 조심스럽게 창고 안으로 들어가자 산지와 다른 선원들도 따라 들어갔다. 산지는 창고 안을 흘깃 둘러보았다. 럼주를 보관하곤 하던 곳이어서 나무통이 곳곳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 중 몇 개는 내던져진 조로가 거칠게 나뒹군 탓에 산산조각나 내용물을 흘리고 있었다. 화재의 위험성 때문에 산지는 담뱃불을 비벼 끄고 담배곽은 가슴 주머니 안에 넣었다.
선원들은 창고 안의 어슴푸레한 빛을 의지해 조로를 찾았다. 조로는 여전히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산지는 예상치 못한 물건을 발견했다. 그는 자세하게 보기 위하여 몸을 숙였다.
“조로! 조로, 너 여기 있어?” 루피가 크게 소리쳤지만 대답은 없었다. 산지는 찌푸린 얼굴로 바닥에 떨어진 것을 살폈다. 검은 천이었다. 그리고 그게 무엇인지 파악하자마자 그의 입이 한껏 벌어졌다.
“야, 조로가 왜 숨은 지 알 것 같다.”
산지는 킥킥대며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그 천을 발끝으로 들어올렸다. 조로의 바지였다. 갈가리 찢기긴 했지만 분명 조로의 것이었다. 그 상태를 보아 속옷도 남아나질 않았으리란 걸 짐작 할 수 있었다.
산지는 조로가 적에게 패배한 것도 모자라 하필이면 그런 곳을 다쳐가지고 속옷도 없이 알궁둥이로 창고 어딘가에 피신해있으리라는 걸 알았다. 분명 수치스러워서 죽으려고 하겠지. 진 것도 부끄러운데 자기 동료들에게 허리 아래로 아무 것도 안 걸친 채로 돌아올 수도 없는 노릇일 테니까.
“하아, 난 여기서 더 안 움직일래. 그 이상의 걸 보고 싶진 않거든.” 나미는 신음하며 얼굴을 감쌌다.
“아, 하나 더 발견했지롱.” 우솝이 그렇게 말하고는 조로의 녹색 복대를 집어 들었다. 복대는 정확히 솔기 선을 따라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그 아래로 마찬가지로 뜯어진 벨트에 조로의 검들이 나란히 매달려 있었다.
“어이, 조로. 너 여기에 있는 거 다 안다~”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지은 미소는 사악함 그 자체였다.
“―나 여기에 있어.” 창고의 다른 쪽 편에서, 조로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산지는 웃음을 머금은 채 나미와 로빈을 제외한 (두 명은 그들의 정숙함을 보전하기 위해 뒤로 빠졌다.) 동료들과 함께 나무통으로 쌓인 미로를 헤치고 나아갔다. 만약 조로처럼 내던져져서 바닥에서 7피트 떨어진 채로 날아간다면 훨씬 지나기 쉬웠을 것이다. 산지의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그는 벽 높은 곳에 조로가 부딪혀서 생긴 게 분명한 움푹 패인 자국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상자 위로 점프해서 올라갔다. 조로의 멍청한 마리모 머리가 나무통 위로 불쑥 튀어나와 있는 게 잘 보이는 자리였다. 조로는 나무통 깊숙이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었고 손가락으로 나무통 언저리를 꽉 붙잡고 있었다.
“뭔가 잃어버렸냐, 마리모?” 산지가 심술궂게 물었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조로의 넝마가 된 바지를 한껏 높이 들어올렸다.
“말 한 번 잘했다.” 조로가 짜증난다는 듯이 중얼거리곤 조금 더 깊숙이 몸을 웅크렸다. 럼주통 밖에선 그의 머리와 눈만 보일 정도였다.
“좀 나와 봐, 조로. 하루 종일 이러고 있을 순 없잖아. 내 셔츠 벗어줄테니까 그거라도 허리에 감고 돌아가자고.” 프랑키가 한숨을 쉬며 말하더니 그의 화려한 하와이안 셔츠를 벗기 시작했다.
“아니, 저기, 난 그게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거든. 난 그냥 여기 있을게.”
조로가 통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대답하곤 재빨리 다시 통 안으로 숨어들었다. 뺨과 귀가 새빨간 색으로 장렬하게 불타고 있었다. 산지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웃는 걸 참기 입을 막은 손을 깨물기까지 했지만 조로가 부끄러워하는 게 고소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이구 세상에. 우린 이미 볼 건 다 본 사이거든, 조로형씨!” 프랑키는 성가시다는 듯이 콧방구를 뀌더니 한 걸음에 조로가 있는 나무통까지 달려왔다. 사이보그는 그의 커다란 손을 럼 안에 쑥 집어넣더니 조로를 무슨 새끼 고양이마냥 셔츠 뒷덜미를 잡아서 들어올렸다.
“아 진짜! 날 믿어, 그거 틀렸다고!” 조로가 꽥 소리를 지르며 버텼다. 하지만 프랑키는 어쨌거나 검사를 통 바깥으로 완전히 끄집어내는 데 성공했다.
산지의 턱은 이미 바닥을 치고 있었다. 녹색 지느러미가 그러기전에.
산지는
뚫어져라
볼 수 밖에 없었다.
조로의 다리가 있던 곳에는-그게 있어야 할 곳에는-길고 늘씬한 꼬리가 있었다. 조로는 사람이었지만, 엉덩이뼈 위로만 그랬다. 그 아래는 녹색 비늘에 덮여 있었다. 그 비늘은 조로 머리색과 같은 모스 그린이었지만 비늘의 질감과 물기 묻은 광채 때문에 거의 보석 같은 빛을 내고 있었다. 꼬리는 길고, 두껍고 강인해 보였다. 산지는 즉각적으로 왜 조로의 변화가 그의 옷을 찢었는지 알아차렸다. 꼬리에, 그러니까 조로의 꼬리에 난 얇은 지느러미 부분은 거의 반투명했고 바닥에 둥그렇게 감길 정도로 길었던 것이다. 조로의 원래 다리보다도 훨씬.
산지는 다리에 힘이 빠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다행히도 나머지 선원들은 조로에 정신이 팔려서 서로 왁자지껄 떠드느라 산지를 눈치 채지 못했다. 산지 안에서 자기 보호 본능이 되살아나더니 그의 다리에 이 지옥으로부터 도망칠 기력을 불어넣었다. 그는 재빨리 여자 선원들을 향해 보지도 않고 달려갔고, 간신히 멈추기 전까지 거의 3 블록을 뛰었다.
산지는 조심스럽게 얼굴에서 손을 뗐다. 손바닥은 피로 적셔져 있었다. 하반신에 그렇게 피가 몰려 있는데, 어떻게 코피까지 이렇게 격렬하게 날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왜 하필, 그 많은 사람들을 두고 조로한테. 그치만 젠장……그 꼬리. 빛나는 비늘 아래의 강철처럼 단단한 근육의 융기. 그 꼬리에는 힘과 우아함이 눈부시게 균형 잡혀 있었다. 힘과 우아함의 매력적인 조화가 바로 그 꼬리에 있었다. 산지는 벽돌 벽에 이마를 문질러서 지금 당장 모두가 보는 앞에서 수음 하고 싶은 욕구를 참아냈다.
산지는 시간이 좀 흐른 후에 간신히 갑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선원 중 한명이 아까 전 왜 갑자기 뛰쳐나갔느냐고 묻자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조로를 변화……시킨 그 여자를 찾으려고 한 거였다고. 사실 그는 어떻게든 참을 수 있었다. 조로가 파렴치하게 갑판에 드러누워 우솝과 다투고 있는 걸 보기 전까지는. 그의 긴 꼬리가 햇빛을 받아 매혹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안 돼, 무릎을 꿇을 수가 없다고, 우솝. 망할 무릎이 없다고!” 조로가 화나서 외쳤다. 그럴 때마다 꼬리가 짜증난다는 듯 바르르 떨렸다.
“그냥 그 위에 균형을 잡으면 안 돼? 될 것 같은데.” 얼굴을 찌푸린 우솝이 모호한 손짓으로 조로의……조로의……아 신이시여. 산지는 눈을 질끈 감고 숨 쉬는 데만 집중했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저건 그냥 조로잖아.
“내가 네 놈을 반으로 잘라서 어떻게 척추로 설 수 있는지 한 번 봐주랴?!” 조로가 위협했다.
“앉을 수도 없는 상태로 어쩌려구? 내 무릎이라도 찌르게?” 우솝이 짓궂게 말했다. 산지는 실눈을 뜨고 조로가 앞쪽으로 몸을 기우는 것을 바라보았다. 조로는 셔츠를 벗은 채였고, 산지는 조로의 꼬리뼈를 따라 난 얇은 등지느러미를 볼 수 있었다. 그 지느러미는 우솝의 말에 짜증난다는 듯이 휙휙 흔들리고 있었고, 그 동작은 무의식적인 게 분명했다.
산지는 공포심 어린 흥분 속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조로는 빛처럼 빠르게 검집에서 검을 뽑았고, 검날은 순식간에 우솝의 가랑이 사이에 닿아 있었다. 산지는 우솝이 힉 하고 숨죽인 비명을 내지르는 걸 들을 수 있었다.
“조금 더 위를 노릴 수도 있었는데 말이지.” 조로가 험악하게 말했다.
몇 초 후 검사는 갑자기 창백해지더니 위험하게 비틀거렸다. 우솝은 고자가 되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뒤로 몸을 펄쩍 뛰었다.
“몸 상태가……안 좋아.” 조로가 신음했다. 그의 등지느러미가 약하게 팔락였다.
아 젠장. 산지는 현기증을 느꼈다. 그는 당장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했다. 이 장소에선 조로가 부끄러움도 없이 소름 끼치도록 부적절한 행위를 하고 있는 걸 산지가 목격 할 가능성이 너무 많았다. 그는 몇 마디 양해의 말을 내뱉은 뒤 재빨리 보이는 광경으로부터 도망쳤다. 그는 피난 장소로 아쿠아리움을 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그가 무엇으로부터 도망쳤는지를 생각해볼 때, 절대로 현명하지 못했다.
그는 떨면서 벤치에 앉아 수조의 유리벽에 등을 기댔다. 그는 간신히 담배에 불을 붙이는 동안에만 손의 떨림을 진정 시킬 수 있었다. 그는 침착하게 니코틴을 한번 들이마신 뒤, 생각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그는 언제나 인어를 좋아했다. 성에 눈뜨기 전부터 인어를 동경해왔다. 그들은 우아하면서 아름다웠고, 미와 힘의 대조인 동시에 바다의 숨은 위험이었다. 그 모든 것이 집약된 그들은 매혹 그 자체였다. 인어들이 선원을 물속으로 이끌어 죽게 만든다는 전설이 만들어진 이유를, 산지는 이해했다.
다시 말하자면, 그는 인어가 좋았다. 일종의 패티시즘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조로의 변화는 명백하게……산지의 기호 범위 안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산지가 조로를 좋아한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불행하게도 산지가 집착하는 것이 조로에게 덧씌워진 것뿐이었다. 어쨌거나 세상에는 수갑에 채워진 것으로 흥분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런 종류의 사람들은 만약 체포라도 당했다간 무척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것이 분명했다. 지금까지는 그저 아무 의미도 없는, 불행한 출혈이었던 것이다. 아무 의미 없는.
산지는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밖으로 나갈 참이었다. 그는 생각을 정리한 다음에 이 모든 것이 조로-아 세상에 신이시여-때문임을 기억하고는 간신히 일어설 수 있었다. 그는 조로가 그 사실을 알게 되거나, 그런 이야기를 듣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산지는 그럴 수 있었다.
위쪽에서 밝은 빛이 내려왔다. 산지는 비록 멀긴 하지만 수조의 덮개가 무슨 이유에서 인지 열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희미한 말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쵸파가 ‘탈수’와 ‘럼주’ 라고 말하는 것과 조로가 무언가에 대해 앞뒤로 안 맞는 말로 항변하는 게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산지가 담뱃불을 붙이기 위해 돌아선 것과 풍덩 하는 물소리와 함께 수조 안에 엄청난 양의 물거품이 인 것은 거의 동시였다. 거품들이 흩어지자 마자 나타난 것은, 필사적으로 꼬리와 몸을 웅크린 조로였다. 조로의 두 손은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조로는 물 속에서 고통스럽게 발버둥-꼬리버둥-치다가 결국 입을 벌리고 말았다. 그의 입에서 막대한 양의 공기 거품이 빠져 나갔다. 산지의 벌어진 입에선 담배가 떨어졌다. 그는 아득한 매혹 속에서 조로가 반사적으로 물을 들이마시고도 숨막혀하지 않는 걸 바라보았다. 조로는 산지만큼이나 놀란 것처럼 보였다. 그는 어인들이 물속에서도 호흡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누가 생각해도 확실한 일이기는 했지만 산지는 어떻게 그들이 공기 호흡을 수중 호흡으로 전환하는 것인지 항상 궁금해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답을 알 수 있었다. 조로는 몇 번 시험삼아 숨을 내쉬었다. 그의 꼬리가 휙휙 물을 젓고 있었다.
산지는 조로가 그를 보기 전에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물속의 조로를 본 탓에 (그곳이) 돌처럼 딱딱해져있었고 조로가 그를 발견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러다가 문득 산지는 발라티에에서 수조 탱크를 청소하며 습득한 지식을 떠올렸다. 물로 채워진 수조의 안쪽 표면은 거울처럼 보인다. 산지가 정말로 수조에 가까이 다가거나 만지지만 않는다면, 조로가 산지를 알아챌 일은 없었다. 그는 그 장소에서 안전했던 것이다.
그의 관음증을 들킬 염려가 없다는 게 확실해지자, 그는 흥분 속에서 검사의 물고기 꼬리가 물속에서 완전히 펼쳐지는 걸 지켜보았다. 가는 지느러미는 그 모양새가 녹색 유리와 물속에서 흔들리는 비단천 사이의 그 무엇으로 보였다. 꼬리의 무늬는 산지에게 어떤 종류의 잉어를 떠올리게 했다. 물론, 녹색 잉어가 있다면.
조로는 물속에서 우아하게 돌더니 시험삼아 앞을 향해 헤엄쳤다. 산지가 이미 눈여겨봤던 등지느러미는 정확하게 펼쳐져 있어 조로가 물 속에서 본능적으로 헤엄치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산지는 입안이 마르는 걸 느꼈다. 그는 또 힘이 빠지려고 하는 무릎을 다그쳐 기둥에 몸을 기댔다. 조로는……아름다웠다. 완벽한 우아함이었다. 조로는 호를 그리며 몸을 돌려 반대 방향으로 헤엄쳐 나아갔다. 그의 신체는 변화 전보다 유연해져있었고, 물살이 그의 척추를 따라 흐르다가 꼬리 아래로 밀려갈 때 마다 꾸밈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산지는 알 수 있었다. 조로를 너무 오랫동안 본 탓에 성기를 몇 번 손으로 훑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갈 수 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산지는 자신을 꾹 억눌렀다. 저런 모습의 조로를 보면서도 자위를 참아야한다는 분명 힘든 일이 될 것이었다. 어쨌거나 산지는 스스로를 너무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만약 산지가 욕망에 져서 자위를 시작한다면, 그건 분명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산지는 스스로를 다그쳐 이젠 꽉차버린 수조로부터 몸을 돌리게 했다. 그리고 눈을 꽉 감은 채 어떻게든 섹시하지 않은 뭔가를 생각했다. 그 생각이 지나쳐서 급기야 그의 머릿속에서 여자용 속옷을 입은 제프가 떠오른 후에야 그는 발기를 멈출 수 있었다. 그는 뒤를 돌아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힘찬 걸음으로 저녁을 준비하러 갔다.
산지는 쵸파로부터 도움 되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조로가 신체의 변화 때문에 물 바깥에 오랫동안 나와 있을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탈수를 일으키는 럼과 햇빛은 특히 안 좋다고 덧붙였다. 보아하니 어인족은 물 바깥에서 오랜 시간 활동하기 위해선 장기간의 훈련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조로는 탈수증으로 거의 기절 할 뻔 했고, 어인 양아버지 덕분에 수중 종족의 탈수증세에 대해 그나마 지식을 갖고 있던 프랑키가 그 사실을 알아채고는 그를 수조에 집어던졌던 것이다. 산지는 조로가 자신의 발 아래에서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동작으로 헤엄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덧붙여서 쵸파는 조로가 더 이상 육류를 먹을 수 없게 되었단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산지가 돌을 소화하지 못하는 것처럼, 신체 구조가 그렇게 변형되어 버린 것이다.
조로에게 저녁밥으로 채식 요리를 전해주러 가느라 아쿠아리움의 뚜껑 열린 입구 사이에서 조로와 나눈 대화는 산지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밀짚모자 해적단은 조로를 되돌려놓기 위해 습격해온 해적들을 추적하기로 했다. 산지는 -저 모습을 한 조로의 곁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찬성의 뜻을 밝혔다. 조로도 강력하게 수긍했는데, 다리가 없는 채로는 세계 최강의 검사가 될 수 없고 또 인어의 다리가 갈라지는 30살이 되기 전까지 기다릴 시간도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산지는 교묘하게 조로를 피해 다녔다. 그렇다고 해서 안심하거나 확실하게 경계를 늦추지도 않았다. 언제 어디서든 아주 결정적인 순간에 갑자기 조로의 아름다운 꼬리에 대한 생각이 솟구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는 오르가즘을 느끼기 위해 조로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조로는 의식하지 못할 지도 모르지만 산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감정을 숨기는 데는 환상적인 수준으로 서툴렀다. 그리고 조로가 멍청하긴 하지만 산지가 조로를 상상하며 수음을 즐기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한다면,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 할 리가 없었다. 그랬다간 동료로서의 두 사람의 관계는 완전히 꼬이게 될 것이었다.
조로를 피하기 위한 그의 모든 노력은 불행하게도 좌절되고 말았다. 프랑키가 산지에게 조로와 바다에서 수영해볼 것을 극구 권장 한 것이다. 물이라는 원소에 최적화 된 조로와 함께 수영하는 게 정말 환상적인 경험이라는 이유였다. 산지는 그걸 의심하진 않았지만 거절했다. 그렇지만 젖은 비키니에 스노클용 마스크를 목에 두른 나미까지 산지를 설득했을 땐 거절 할 도리가 없었다. 나미가 옷을 다 갖춰 입어도 산지는 그녀의 거절을 뿌리치지 못하는데, 나미가 거의 헐벗은 데다 물까지 뚝뚝 흘리는 상태에서라면 두고 볼 것도 없었다.
바로 그게 그가 자신의 삶을 저주하며 스노클과 마스크를 끼고 외해에 나온 경위였다. 그는 해수라도 등장하길 바라면서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다를 바라보았지만 끝없이 깊게 펼쳐진 바다는 명백하게 잠잠해보였다. 조로가 그 근처에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시점에 그는 그의 오른편에서 비늘에서 반짝이는 섬광을 눈치챘다. 조로는 느릿느릿 거의 관성만을 이용해 헤엄치고 있었고, 가끔 앞으로 나아갈 추진력을 얻을 만큼만 꼬리를 움직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쏘아진 화살처럼 머리부터 수직 하강하다가 허리를 젖혀 제 몸으로 급격한 커브로 이루어진 원을 만들었다. 그는 재빨리 자신의 꼬리 끝을 붙잡았는데, 새로 발견한 자신의 유연한 몸에 즐거워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산지는 물 속에서 움츠러 들었다. 차가운 물의 온도에도 불구하고 조로가 힘들이지 않고 우아하게 물 속에서 노니는 모습이 그의 척추 끝에 위험한 열기를 붓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수영복 바지가 그의 상태를 숨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느슨하기를 신에게 빌었다. 문득 조로가 산지를 발견하곤 씩 웃으며 빠른 속도로 헤엄쳐왔다. 산지는 긴장해서 침을 꿀꺽 삼킨 후 스노클 마스크로 드러난 얼굴 표정을 무표정을 가장하려고 애썼다. 조로가 입을 연 순간 산지는 조로의 목소리가 물 바깥과 마찬가지로 똑똑하게 들리는 것에 깜짝 놀랐다.
“있잖아,” 조로가 산지 아래에서 느긋하게 헤엄치며 말했다. 산지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탓에 조로의 단단한 복근과 피부가 비늘로 변하는 매혹적인 경계선이 잘 보였다. 산지는 욕망 때문에 온 몸이 떨렸다. 그는 팔을 뻗어 조로의 눈부신 육체를 만지고 싶은 욕구를 간신히 억제하고 있었다. 산지는 자신의 얼굴이 곤혹과 성욕으로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조로가 본다고 해도 아무 말도 안 할 것이다.
“이거 진짜 재밌어. 미호크랑 싸우기 위해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만 없다면, 이 모습으로 계속 있고 싶을 정도라니까.” 조로는 웃더니 꼬리를 휙 휘둘렀다. 그 움직임으로 조로의 상반신이 산지에게 살짝 더 가까워졌다. 산지는 스노클을 꽉 깨물고 조로가 그 질문에 대답을 바란 게 아니라는 사실에 감사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산지는 ‘섹스하자’라는 말 밖에는 조로에게 해줄 수가 없었다. 그는 제발 빨리 조로가 그를 떠나주길 바랐다. 산지는 조로가 만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상 자신을 억제하기가 더욱 힘들었다. 산지는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몇 초만 더 지체되었다간 산지는 참지 못하고 조로를 붙잡아 사정 할 때 까지 조로의 온 몸에 그를 문질러 댈 지도 몰랐다.
“뭐, 어찌 되었든. 난 간다.” 조로는 어깨를 으쓱했다. 일방향 소통에 지루해진 모양이었다.
산지는 조로가 다시 제대로 헤엄치기 위해 물 속에서 몸을 마는 걸 보면서 전율 섞인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로가 떠나면, 그는 괜찮아질 터였다.
조로는 갑자기 다이빙했다. 산지는 조로의 꼬리가 가까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걸 공포에 휩싸여 바라보았다. 조로의 꼬리가 그의 허벅지에 닿더니 발기한 산지의 그것을 누르며 더 높이 질주했다. 맙소사 이건 너무 지나쳐. 산지는 조로의 비늘이 그의 맨살 위로 미끄러지는 것과, 그 아래의 단단한 근육이 이루어내는 팽팽한 압박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직후 조로의 얇고 투명한 지느러미가 소리 없이 그의 사타구니와 맨가슴을 지나갔을 때, 산지는 이미 온 몸을 웅크려 그의 인생 최고에서 가장 강력한 절정을 맞고 있었다.
충격과 공포가 그를 덮쳤다. 하지만 조로는 이미 그 아래 더 깊은 물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그는 신께 감사하게도 들키진 않았다. 산지는 몸서리치면서 분명하게 깨달았다. 조로가 그에게 남기고 간 감각이 그의 환상 속에서 유일한 것으로 영원히 있게 되리란 걸. 산지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최소한 차가운 물이 그가 조절하지 못한 증거를 어느 정도 씻어 내린 후였다는 것에 그나마 안도하며, 그는 천천히 갑판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부엌으로 돌아가면서 복수의 일환으로 프랑키의 머리에 스노클과 마스크를 내던졌다.
그는 다음 날 하루 종일 혼자 지내길 고수했다. 조로는 물론이고 갑자기 조로와 관련해서 무슨 문제라도 생겼냐고 묻는 그 누구하고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 날 저녁, 나미가 그에게 조로를 변화시킨 그 해적단을 따라잡았다고 알렸다. 그녀의 비상한 항해술과 콜라 캐논의 전략적 사용으로 그들은 밤이 되기 전에 문제의 해적단을 붙잡을 수 있었다. 산지는 상상 할 수 도 없을 만큼 기뻤다. 이제 최소한 그는 조로를 볼 때 마다 그 남자의 몸 전체에 자신을 문질러 대고 싶은 욕구와 그를 당혹스럽게 하는 갑작스러운 발기 때문에 제대로 변명도 못하고 황급히 사라져야 하는 상황을 모면하게 된 것이다.
그는 전투를 위해 갑판으로 나왔다. 하지만 해적들은 이미 우솝과 프랑키, 나미의 무기가 위협적으로 그들을 겨누고 있으며 써니 호의 앞발 후크가 그들의 배를 움켜쥐고 있는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은 수도 모자랐고 전력 면에서도 모자랐다.
“조로를 돌려놔.” 루피가 그들의 선장에게 말했다. 소년의 목소리는 위험할 정도로 침착했고, 이런 종류의 목소리는 더 심각해지기 전에 루피가 주는 경고였다.
밤색 머리 여자가 선장의 말 없는 명령에 부루퉁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산지는 조로를 흘긋 내려다보았다. 그는 팔꿈치로 상반신을 받치고 있었고 그 뒤로 그의 꼬리가 펼쳐져 있었다. 곡선을 그리는 꼬리는 저녁의 저무는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산지는 침을 삼킨 후 시선을 돌렸다. 여자는 화난 표정으로 조로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눈은 분노로 가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조로는 칼을 들고 있었고, 동료들은 조로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무기를 조준하고 있었다. 산지는 숨을 멈추었다. 여자가 조로에게 다가왔다. 이제 이 인어 소동은 곧 끝날 것이고, 그렇다면 산지가 조로에게 매혹 당하는 일도 끝날 것이다. 지금까지는 모두 꼬리 때문이지, 절대로 조로 때문은 아니었다.
“알았어, 널 원래대로 되돌려주지. 짜증나는 그 모습으로 말야.” 그녀는 그르렁거리더니 조로의 가슴을 손으로 밀었다. 쾅 하고 공기가 파열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조로가 산지 뒤의 벽으로 날려 보내졌다. 괴상하게도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장면이었다. 곧 먼지가 가라앉았다. 산지는 너무 기뻐서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조로에게 다리가 돌아왔다! 이젠 꼬리가 아니다! 그저 평소의 그을린 발과 멍청한 흉터 자국 있는 발목 일 뿐이었다! 물론 조로는 그 결과로 완전히 허리 아래로 알몸이었다. 그리고……유혹적으로 갑판 위에 널브러져서는, 그의 다리를 벌리면서 꼬리가 아닌 것에 누가 보아도 명백하게 기뻐하고 있었다. 조로는 마치……크리스마스 아침처럼 보였다. 모든 것이 찬란하게 새로웠고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이중적인 감정을 느꼈다. 실망으로 가슴이 철렁함과 동시에 바지 아래로 그의 것이 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 인어 때문이 아니라
조로 때문이라 이거지.
끝내주네.
산조로: 격납고
격납고(格納庫)
물의 도시, 워터 세븐을 떠난 후 며칠 후의 밤, 우솝은 그날 밤도 새롭게 생긴 자신의 공방에서 새로운 화약의 발명에 여념이 없었다.
그 때 턱턱 소리와 함께 한 인영이 사다리에서 내려왔다.
목을 쭉 빼고 내다본 우솝은 의외의 인물이 거기 있자 의아해하며 물었다.
“조로? 웬일이야, 여긴?”
“어? 음….”
조로는 둘레둘레 돌아보다가 우솝의 말에 어물거렸다. 우솝은 다시 눈을 시험관으로 돌렸다.
“또 낚싯대라도 부러뜨렸냐? 너도 그렇고 루피도 그렇고 너무 큰 걸 잡으려고 한단 말이야. 그러니까 자꾸 낚싯대가 힘을 못 버티고 부러지는 거야. 그 정도 되는 물고기를 낚으면서도 낚싯대를 부러뜨리지 않는 건 기술이야! 그 정도 할 수 있는 건 역시 이 캡티~인 우솝님밖에 없지!”
우솝은 능숙하게 시험관의 폭약의 양을 조절하며 떠벌거렸다. 조로는 사다리에서 발을 떼고 공방 안으로 몇 발자국 들어와 주위를 둘러보더니 짧게 혀를 찼다.
“여긴 네 공방? ……잘못 왔군.”
“뭐? 그럼 너 지금 배 안에서도 길을 잃은 거야? 푸하핫! 조로답구만!”
“익숙해지지 않은 것뿐이야.”
조로는 투덜거렸다.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으면 길치라고 하지, 보통.”
“시끄러. 헷갈린 것뿐이다. 길치 아니라고. 실수야.”
“적당히 인정해라, 너도.”
언제나 당당하게 자신이 캡티~인 우솝님이며 동시에 (가면을 썼을 때 한해서) 저격왕임을 쿨하게 인정하는 우솝은 자신의 내면을 한 부분을 정의하는 게 별 일 아니라는 듯 긴 코를 튕기며 말했지만, 조로로서는 당연히, 자신이 길치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애초에 자신이 길치라는 건 사실이 아니니까!
약간 길을 늦게 찾을 뿐이다. 왜, 어느 나라의 속담에도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도착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적극 부정하는 조로였지만, 어쨌거나 조로만 빼고 조로가 길치인 것은 모든 선원들이 알고 있으니 다른 사람 한 명이 잘 붙잡고 다니면 괜찮은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우솝은 곧 여상하게 새총의 볼트를 조이며 물었다.
“그래서 어디 가려고 했는데?”
“격납고에 좀.”
우솝은 응, 하고 코를 울렸다.
“격납고는 같은 층이니까 거~의 제대로 찾아왔어. 반대편 복도 따라서 쭉 가면 나온다. 야, 반대편 문이라고.”
우솝으로선 어디가 헷갈리면 이 둥근 방에서 헤맬 수 있는지 의심스러웠지만 하여간 조로는 공방에서 조금 헤매더니 문으로 나갔다. 점차 뚜벅뚜벅 하는 무거운 발자국 소리가 멀어진다. …싶더니 잠깐 멈추었다가 몸을 틀어 다른 복도로 들어갔다.
“아, 진짜 쭉 가면 나온다니까!”
그렇게 입으로는 투덜거리지만 우솝은 굳이 나가서 조로의 길을 제대로 찾아 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기본적으로 우솝은 조로를 믿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마을에서도 비탈길에 어떻게든 제대로 오긴 오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격납고쯤이야 어떻게든 찾아갈 것이다. 아마도.
그리고 써니호에서 길을 잃어봤자 써니호 안이니까. 그런데도 펄펄 뛰며 바보라고 투덜거리며 굶어죽지 않았나 구경하러 간다며 찾아나서는 인물은 이 배에선 한 명밖에 없다.
뭐,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걱정을 떨쳐버린 우솝은 잠시 멈췄던 손을 다시 재게 놀리며 룰루랄라 실험에 몰두했다.
“야! 여기서 뭐하고 있어!”
조로의 격납고를 찾는 모험은 다행히 백골이 되기 전에 끝났다. 솔저 도크 시스템의 둥그런 복도 안에서 말 그대로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던 조로를 누군가 버럭 소리 지르며 끌어당긴 것이다.
포탄을 나르는 등의 힘쓰는 일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모를까, 원래 포며 그러한 무기에 관심이 없는 조로가 제 발로 격납고를 찾는 일은 없었다. 조로가 여기로 내려온 것은 순전히 모험을 멈춘 이 사람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여.”
“여, 하고 부를 때냐! 저녁 먹고 먼저 내려가서 기다리라니까 지금이 몇~ 시~ 야~!!”
“모르는데. 몇 시야?”
조로가 천연덕스럽게 묻자 그는 한순간 우아한 동작으로 손목시계를 내려 보고 친절하게 시간을 대답했다.
“9시 10분이군… 이 아니라 지금 시간 따위 알게 뭐야!”
“물어본 건 너잖아.”
“아우우! 그게 아니잖앗!”
조로는 시큰둥하게 어쩌라고, 하고 묻다가(?) 멱살을 잡혀서 격납고로 질질 끌려갔다.
마치 하굣길에서 깡패에게 만나 뒷골목으로 질질 끌려가는 상황! 그러나 끌려가는 이의 얼굴은 멱살이 잡힌 주제에도 평안하기 그지없었다.
“아, 도착했다.”
“혹시나 헤매나 싶어 나가본 게 다행이다. 너 바보냐? 어떻게 자기가 탄 배 격납고 하나 못 찾고 헤매?”
“하? 헤맨 적 없어!”
그 후로 잠시간 넌 길치다 vs 길치라는 게 말이 되는가로 나뉘어 격렬하고 구구절절하게 둘은 싸우기 시작했고, 결국 뿌직 뚜껑이 열린 조로가 칼 손잡이에 손을 얹고 우렁차게 으르렁거렸다.
“베어 버린다!”
“그 전에 네가 먼저 내 발에 나가떨어질 거다!”
“웃기시네!”
“너야말로 웃기지 마!”
팽팽하게 공기가 달아올라 금방이라도 서로를 찢어발길 듯 부풀어 올랐지만, 산지가 입술을 한 번 잘근 깨물더니 한숨을 쉬고 먼저 전투 자세를 풀어버렸다.
“됐다, 됐어. 하여간 네 녀석하고 있으면 내가 매번 어떻게 되는 것 같아. 발라티에에서도 어지간한 놈들하곤 사이가 좋진 않았어도 이렇게 보기만 해도 싸움을 한 적은 없었는데. 일단은 너랑 나랑 좋아하는 사이 아니냐? 근데도 왜 이러지….”
상대방이 이렇게 싸움은 그만하자는 제스처를 취하며 스스로도 더 말을 잇지 않자 조로 역시 잠깐 멈칫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싸움을 멈추자 어색한 침묵이 둘을 지그시 눌렀다. 둘 사이에 원래 대화는 거의 없고 싸움밖에 없었으니, 싸움을 그만두자 바로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이다.
산지는 곤란한 듯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방정맞을 정도로 활달한 달변은 그의 주특기였지만 사실 여자가 아닌 남자에겐,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고 하고 싶은 마음도 그전까진 없었다. 하지만 지금 딱 눈감고 미친 척 해보면, 하고 조심조심 눈을 돌려 조로를 힐끗 보았다.
조로 역시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아이처럼 조금 불편한 얼굴이었지만, 원래 인상이 더럽다보니 티는 거의 나지 않았다. 마치 잘 벼린 한 자루의 칼인 듯 차고 단정한 얼굴엔,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의 부드러운 매력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어디를 봐도 완전히 남자다. 아니, 가끔 이 녀석의 기세는 여자라느니 남자라느니 하는 인간의 범주를 뛰어 넘어 자연의 광포한 기질만을 모아서 만든 하나의 다른 생물체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그런데도 어디까지나 자신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이 더 오싹했다.
좋아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바보 같을 정도로 자신 안의 창을 꼿꼿이 세운 무시무시한 얼굴마저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얼굴을 앞에 두고 ‘아름다운 레이디, 그 아름다움은 어두운 이 방마저 환해지게 만드는 군요♡’ 따위의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산지가 깊고 깊은 고뇌에 빠져 혀가 얼어버린 사람처럼 굴자, 잠깐 칼 손잡이에 손바닥을 굴리던 조로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왜 불렀어?”
아차. 이런 공통화제가 있었지!
산지는 정신적으로 무릎을 딱 치고 이마를 딱 치며 주억거렸다.
“뭐… 너랑 나의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보고자?”
산지가 자신 없이 말을 꺼내자, 조로가 피식 웃었다.
“왜.”
“아니, 이런 걸 소녀답다고 하나 싶어서.”
“웃! 그, 그래! 내가 좀 소녀 취향이다! 어쩔 거야! 너 같은 무뚝뚝한 자식은 평생 모를 섬세한 감수성이라구!”
“그래, 그렇다고.”
조로는 그렇게 말하며 얼굴에 옅게 미소를 지었다. 단정한 얼굴 위로 번지는 옅은 미소는,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보는 순수한 기쁨으로 차 있었다. 이런 순진하기까지 한 웃음은 조로에게서 보기 매우 드문 것이었다.
산지도 그 부드러운 분위기에 이끌려 덩달아 웃었다. 귀엽다. 아직 숙녀분들이 아름다워 보이는 걸 보니 눈이 맛이 간 건 아닌데, 이 녀석 웃는 모습도 귀엽다.
그래서 산지는 충동대로 상체를 기울여 조로의 입술에 스치듯 입술을 댔다.
“헉!”
갑자기 닿아오는 산지에 깜짝 놀란 조로가 반사적으로 홱 밀치자, 예상하지 못했던 공격에 산지가 뒤로 퍽 넘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악! 아프잖아! 왜 밀어!”
“너, 너, 어디다가! 갑자기 무슨 짓이야!”
“무슨 짓은! 넌 뽀뽀도 몰라? 입술박치기!!”
갑자기 떠밀려 개구리처럼 벌렁 뒤집어진 산지는 분노했다. 매우 분노했다.
제가 무슨 남자 손도 안 타본 숫처녀인가, 하다못해 혀가 오가는 딥키스도 아니고 입술끼리 살짝 닿은 뽀뽀 정도에 뭘 밤늦은 어두운 길에서 치한을 만난 것처럼 있는 힘껏 밀어!
고백도 했겠다 고백도 했겠다 에이 뭐 남자끼리인데 ABC 따지고 그럴 일이 뭐 있어! 선원들 발길이 자주 닿지 않는 어둡고(…) 으슥한(…) 격납고에 일부러 왜 불렀는데!
……착한 어린이 여러분은 따라하면 안돼요. 그런 공익 CM이라도 나와야 할 기세다.
하여간 계획이 억지로 중단된 것도 있거니와, 마수(魔獸)인 주제에 자신의 시력이 의심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예쁘게 보여서 자신도 당혹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인데, 뽀뽀 좀 했다고 너무나 매정하고 당황스럽게 밀려버린 산지는 화를 팩 내며 일어섰다.
그러나 일어서 조로의 얼굴을 똑바로 노려본 순간 할 말을 잊었다.
말 그대로 토마토였다. 조로의 얼굴은 잘 익은 토마토처럼 새빨갛게 익어있었다.
오, 햇빛을 충분히 받아 잘 익은 토마토. 펄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껍질을 벗기고… 자연스레 오늘 저녁에 먹은 토마토 퓨레의 레시피가 생각날 만큼, 싱싱해 보이는 녹색 머리 아래 수치심으로 붉게 물든 얼굴은 더 붉어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붉었다.
이정도의 격렬한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던 산지는 다다다 쏘려던 말을 잃고 더듬거렸다.
“어……그러니까 뽀뽀라는 건 입술과 입술이 닿는 가, 가벼운 스킨십이랄까…?”
“나도 그건 알아!”
손바닥으로 입을 박박 문지른 조로는 빨갛게 물든 피부 탓에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눈을 홱 치켜뜨고 소리쳤다.
“그러니까! 너……!!!”
조로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그대로 빠르게 숨을 내뱉으며 팔짱을 꼈다. 평소 곧 죽어도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사는 성격인 것을 생각하면, 그 조로조차 말을 잇지 못하게 만드는 뽀뽀의 위력은 대체 얼마큼인 것인가.
“일일이 말하고 허락구해서 할 수도 없는 걸…….”
“구해!”
산지가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조로가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그게 매너야! 제길, 대뜸 뭐하는 거냐, 네 녀석은. 그 막가는 행동 어디가 소녀 감성이야.”
디디-잉
“그런 매너는 듣도 보도 못했다!”
물론 산지는 격렬하게 반박했다. 하다못해 C까지 나가는 것도 아니고 단순한 뽀뽀에 허락을 구하라니 무슨 무드 깨고 산통 깨는 소리란 말인가.
황금빛을 붉게 태우며 저무는 황혼 아래, 두 남녀가 있다. 아름답게 같은 빛으로 물드는 하늘과 바다. 황홀하고 아름다운 빛은 둘마저 같은 색으로 물들여, 그녀의 고혹적으로 벌어진 입술이 반짝인다. 맞잡은 손에 힘을 주자 서로를 바라보며 그 둘은 점점 가까워지는데…… 그 순간 「뽀뽀해도 돼? 키스도 괜찮아? 어때? 허락해줄래?」라고 남자가 지껄여보기만 해 봐라. 다 잡은 분위기 확 날아가잖아!
산지가 그렇게 타당하고 적절한 예시를 몸소 1인 2역의 실연(實演)까지 해가며 보여주거나 말거나 조로의 굳은 표정은 풀릴 줄을 몰랐다. 심지어 뽀뽀의 충격(?)이 가심에 따라 조로의 얼굴은 다시 냉랭할 정도의 냉정함을 되찾고 있었다.
“에로쿡.”
야유를 담뿍 담아 조로는 투덜거렸다.
그 호칭에 욱한 산지 역시 두다다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와, 이건 정말 어디서 갇혀 자란 귀족 아가씨야! 네가 정말 이스트 블루에서 잘나가는 현상금 사냥꾼 맞냐? 이 배에 타고선, 뭐 알만한데 그 전에 어디서 자랐기에 애가 순진무구를 넘어서 쑥맥이야! 탑에라도 갇혀서 ‘왕자님, 언제 절 구해주러 오시나요…?’하면서 머리카락이라도 기르고 있었어? 지금 머리 짧은 건 그때의 반항이냐?”
워낙 많은 지식을 알고 있는 로빈이나 알고 있을까, 노스 블루의 동화를 알 리가 없는 조로는 한순간 이해가 안 되어서 눈을 찡그리며 반문했다.
“…무슨 헛소리야?”
“헛소리가 아니라 유구한 전통과 역사를 지닌 전래동화다!”
“그게 헛소리지! 죽을래? 어딜 잡아!”
“물어보라며! 하나하나 허락을 구하라며!”
“그, 그래!”
뭔가 좋지 않은 낌새를 느낀 조로가 몸을 사렸지만 이미 늦은 일, 산지는 조로의 두 팔을 콱 쥐고 자신 쪽으로 잡아당겼다.
키가 비슷한 둘이 붙자, 아까와 마찬가지로 얼굴과 얼굴이 마주대하는 자세가 되었다. 조로는 답지 않게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뒤로 몸을 뺐지만 격납고 안은 이것저것 목재며 탄환이 가득이라 여의치 않았다.
“혀도 넣는다!”
이건 이미 허락을 구하는 게 아니라 선언 아닌가?
……아니 게다가 뭘 넣는다는 거야?!?!?!?
비로소 조로는 정말로 위험이 코앞에 다가왔음을, 더 자세히 말하자면 거의 입술에 닿을 듯 말 듯 다가왔음을 알고 산지의 손을 떨쳐내려고 했지만, 산지의 손은 마치 낙지의 흡반(吸盤)이라도 달아놓은 듯 조로에게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조로의 목울대가 긴장으로 크게 울었다.
그 긴장이 전해졌는지, 이때까지 강경하게 잡아당겨왔던 산지가 한순간 멈칫했다.
그리곤 붙잡고 있는 팔을 천천히 애무하듯 쓰다듬으며 쓸어 올렸다. 부드럽고 긴 두 손이 탄탄한 두 어깨를 천천히 원을 그리듯 문지르며 더 위로, 조로의 목을 휘감아 감싸며 귓불과 턱을 어루만졌다. 여전히 신선한 복숭아 빛으로 물든 작은 귀, 강인한 턱 선이 손가락 안에서 보일 듯 생생하게 만져진다. 옅게 입에서 숨이 새어나왔다.
“조로, 허락해……”
간절한 탄원에 조로의 입이 얇게 열렸다.
“프랑키이이! 나 길 못 찾겠어어어어어!”
B1층의 고요를 깨뜨리며 벽을 통해 울리는 천둥처럼 우렁찬 소리에 산지와 조로는 깜짝 놀라 서로를 밀치고 홱 떨어졌다. 힘껏 밀쳐버린 둘은 제각각 반대편으로 비틀거리며 물러서다 발이 걸려 조로는 쌓아놓은 목재 위로, 산지는 포탄을 두 세 개쯤 굴려버리며 넘어졌다.
둘은 떨어져 헐떡거리다 서로를 마주보았다.
“……길 찾는 게 너랑 똑같은 수준이야.”
“…………닥쳐.”
조로는 복잡한 표정으로 눈썹을 찌푸렸다.
“어? 너희들 여기 있었어? 우와 다행이다! 나 그대로 밥도 못 먹고 뺑뺑이할 뻔 했어! 산지, 나 밥!”
우당탕 쿵쾅 요란한 소리를 내며 넘어진 소리가 들린 건지, 그 미아(迷兒)는 곧장 격납고로 용케 잘 찾아와버렸다. 좀 더 헤매거나 아니면 우솝의 공방이든 프랑키의 병기 개발실이든 가 버리면 좋았을 텐데! 산지는 뒤늦게 혀를 찼다.
거기에 더해 루피는 격납고를 두리번거리더니 “여긴 자주 안 와봤는데 자주 와봐야겠군!”이라는 발언을 해서, 산지는 마음속에서 울며 격납고도 준(準) 위험지역으로 체크했다.
“근데 둘이 뭐하고 있었어?”
“알게 뭐야, 밥퉁.”
조로는 기분 나쁜 기색을 숨기지 않고 투덜거리다 사다리에 발을 올렸다. 루피가 바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에? 어디가, 조로?”
“우솝한테!”
그쪽 사다리를 타면 바로 1층 남자방으로 가는 것을 알고 있는지? 우솝의 공방은 반대쪽이잖아, 하고 산지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불안해하는 사이, 조로는 쌩하니 세 자루 검을 덜컥거리며 올라가버렸다.
루피는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 산지에게 고개를 돌렸다.
“참, 배고프다! 고기!!!!”
산지는 기운 빠진 미소를 지었다.
나의 존재 의의는 결국 고기인가. 하긴 나란 남자, 뽀뽀도 허락받고 해야 하는 남자.(산지는 조금 눈물을 글썽였다.)
사랑을 뿌리는 러브쿡은 못 될망정 입술 한 번 살짝 닿았다고 에로쿡이라니 이건 슬픔을 넘어서서 절망이었다. 하다못해 진짜 무슨 일이라도 있어서 에로쿡으로 불린다면…… 이건 조, 조금 좋을 지도…….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망상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다.
어쩌겠어, 밥을 우라지게 잘 먹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설마 악마의 열매를 처먹은 고무 위장일 줄은 생각지도 못한 자기 상상력의 한계를 탓하면서 하루 종일 밥이나 하고 설거지나 해야지 뭐.
산지가 속으로 징징대거나 말거나 루피는 장난스럽게 목재를 두들겨보며 다니기 바빴다. 그래도 배고프다는데 배고픈 대로 내버려 둘 수가 없는 산지는 속으로 징징거리고 투덜거리고 자신의 운명을 저주한 다음 품속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는 사다리를 올랐다.
막 사다리를 올라 해치를 열었을 때였다. 쏟아지는 등불의 빛에 눈이 잠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이 누군가 입에서 담배를 홱 빼갔다.
“누구얏!”
쵸파인가? 하고 생각한 것도 잠시, 조그맣게 짤랑거리는 맑은 소리가 들렸다. 산지는 곧 조로의 귀걸이 소리라고 눈치 챘다. 아마 고개를 숙이는 통에 서로 부딪치며 내는 소리리라.
“쉿.”
산지는 어떻게 된 건지 눈을 제대로 떠서 보고 싶었지만 아직 빛에 익숙해지지 않은 눈은 주인의 의지를 무시하고 감겼다.
“아까 허락한 거.”
낮은 허스키한 목소리가 뒤를 이어 들리고, 가까운 거리에서 숨결이 느껴진다. 토마토 퓨레의 새콤한 향기가 그 숨결에서 풍겼다.
아, 토마토. 이 녀석은 또 토마토가 되어있을까.
산지가 멍하니 그 생각을 하는 사이 솜털처럼 가볍게 부드러운 것이 닿았다. 불에 데일 듯 뜨거운 입술이었다. 단단하고 차갑게만 보이는 조로의 뜨겁고 부드러운 입술. 기분 좋은 간지러운 감각과, 가까이에서 맡을 수 있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달큰하고 시원한 살 내음이 어지럽게 산지를 감싸 안았다.
무엇을 생각할 틈도 없이 조로의 입술은 다시 멀어졌다. 산지는 겨우 눈을 뜨고 조로를 올려볼 수 있었다. 빛을 등진 조로의 얼굴은 역광으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어두운 가장자리에서도 붉게 빛나는 귀가 언뜻 보여, 희미하게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산지는 대체로 넋이 나가 있었다. 첫사랑과 첫 키스를 한 억세게 운 좋은 소년처럼, 온몸이 두근두근, 평소엔 뛰고 있는 줄도 몰랐던 심장의 두근거림이 온 몸에 퍼져나갔다. 지금 펄쩍 뛰어오르면 그대로 둥둥 떠올라 엔젤 섬에 다시 도착할 것 같았다(뻥이지만).
조로는 입술을 맞대기 위해 엎드리다시피 했던 상체를 세우고, 엄지손가락으로 넋이 나간 산지의 입술을 비틀어 열었다. 넋이 나간 상태에서 산지는 간신히 제정신을 붙들며 생각했다.
‘조, 조로가 이런 일을? 나 마음의 준비부터 해야 하나?’
그 순간 마음의 준비라는 미명(美名) 아래 망상의 나래는 활짝 펴져 A부터 C까지 단숨에 건너뛴 다음, 문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상상이 시작되었다. 철저하게 망상력이 단련된 산지다운 상상 월드는 순식간에 경우의 수로 각종 다양한 상황을 수도 없이 만들며 그동안의 망상을 먹고 무럭무럭 커졌다.
다행히 그 상상을 보지 못하는 조로는 주저하며 산지의 입술과 그 안의 부드러운 점막을 손가락의 배로 지긋이 쓸어내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아까 빼낸 담배를 다시 물려주고는 몸을 일으켜 방 바깥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하아……!”
쾅, 남자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독 우렁차게 울리자 산지는 그대로 힘이 빠져 사다리를 놓치고 격납고로 굴러 떨어졌다.
“엑?! 산지? 뭐야, 왜 떨어졌어? 정신 차려!”
놀란 루피가 달려와 흔들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산지는 넋이 나간 얼굴로 웃을 뿐이었다.
2011.06.29.
74. 격납고(格納庫)
제가 소녀인가봅니다. 깔깔깔!(…)
좀 횡설수설하는 소설이 되어버렸네요. 다시 간결하게 쓰는 연습 해야지.;
내용
엇모리장단은 판소리, 산조, 무가의 장단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판소리에서 엇모리장단은 빠른 속도로 쳐 나가는데 신이하고 비범한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사용되어 이야기를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수궁가>에서 토끼가 용궁으로 들어가는 수궁풍류 대목, <흥보가> 및 <심청가>에서 중타령, <수궁가>에서 범 내려오는 대목 등에 쓰인다. 산조에서 독립악장으로 엇모리가 쓰인 예는 오직 거문고산조(백낙준산조와 신쾌동 산조)뿐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가야금산조·대금산조 등까지 엇모리장단이 사용되고 있다. 무가에서는 전남의 대노리(대왕놀이)장단, 전북의 시님장단, 통영의 수부장단, 황해도 산유만세, 동해안의 자삼 등이 엇모리와 같은 리듬형으로 되어 있다. 이 가운데 전라도 무가와 판소리·산조에서 엇모리장단의 선율형이 유사한 점에서, 무가에서 판소리와 산조로 분화된 것임이 밝혀졌다.
엇모리장단은 불교음악인 <화청>에도 쓰이고, 농악에 다양하게 변주되어 사용된다. 경상도 지방의 시집살이요나 내방가사 등에도 이와 같은 리듬 형태가 흔히 보이고, <강원도아리랑>도 사설붙임이 다소 다르지만리듬은 엇모리형으로 되어 있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으나 오늘날에는 줄타기의 반주 음악에도 엇모리장단이 짜여서 연주된다. 엇모리장단은 음악 부문에 따라 조금 빠르게 연주되기도 하고 느리게 사용되는 점이 다르다. 엇모리장단과 같은 ‘장단(길고 짧은)’의 리듬형은 상영산·세영산·가곡 등의 풍류음악에도 나타나는 점에서 전통음악에 매우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리듬형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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